헌재, 국가보안법 ‘이적행위죄·이적표현물 소지죄’ 8번째 합헌

입력 2023.09.26 (14:50) 수정 2023.09.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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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8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26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제7조 제1항에 대해서는 6대 3, 제7조 제5항 '소지·취득' 부분에 대해서는 4대 5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심판 대상이 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적행위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입니다.

또 제7조 제5항(이적표현물 조항)은 같은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합헌 의견을 낸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2015년 헌재는 이적행위조항(제7조 제1항)과 이적표현물조항(제7조 제5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종전 결정을 변경할 만한 규범 또는 사실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기존의 합헌 입장은 지금도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합헌 측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는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하여야 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남석, 정정미 재판관은 제7조 제1항과 제5항 중 '제작·운반·반포한 자'에 관한 부분은 동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지만,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두 재판관은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 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식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로, 양심 형성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면서, "이는 외부의 간섭과 강제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므로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를 통해 형성된 양심적 결정이 외부로 표현되고 실현되지 않은 단계에서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의 확보라는 입법목적은 이적표현물의 유포·전파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가 이를 대중에게 유포·전파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근거로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제7조 제1항과 제5항 모두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세 재판관은 제7조 제1항 부분에 대해 "위험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위험이 임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이 조항에 의하여 행위자가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며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되어 있고, 찬양·고무·선전·동조 행위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적극적 혹은 소극적인 지지의 태도를 나타내는 행위일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거나 결의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적행위만으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이적행위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이상, '이적행위조항의 행위를 할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 제7조 제5항도 자연히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반국가단체'의 의미를 규정한 제2조와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제7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2017년 수원지법과 2019년 대전지법이 각각 낸 위헌제청과 개인 헌법소원 등 모두 11건을 병합해 함께 선고했습니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에서 합헌 판단을 받은 것은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8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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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국가보안법 ‘이적행위죄·이적표현물 소지죄’ 8번째 합헌
    • 입력 2023-09-26 14:50:21
    • 수정2023-09-26 15:47:23
    사회
이른바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8번째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26일)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제7조 제1항에 대해서는 6대 3, 제7조 제5항 '소지·취득' 부분에 대해서는 4대 5로 합헌 결정했습니다.

심판 대상이 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이적행위 조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동조하고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입니다.

또 제7조 제5항(이적표현물 조항)은 같은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합헌 의견을 낸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형두 재판관은 "2015년 헌재는 이적행위조항(제7조 제1항)과 이적표현물조항(제7조 제5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종전 결정을 변경할 만한 규범 또는 사실상태의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없어 기존의 합헌 입장은 지금도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합헌 측은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북한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체제 존립의 위협 역시 지속되고 있는바,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아 온 국가보안법의 전통적 입장을 변경하여야 할 만큼 국제정세나 북한과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남석, 정정미 재판관은 제7조 제1항과 제5항 중 '제작·운반·반포한 자'에 관한 부분은 동일하게 합헌 의견을 냈지만, 제7조 제5항의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두 재판관은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 행위는 내심의 영역에서 양심을 형성하고 양심상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지식정보를 습득하거나 보관하는 행위로, 양심 형성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한다"면서, "이는 외부의 간섭과 강제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므로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를 통해 형성된 양심적 결정이 외부로 표현되고 실현되지 않은 단계에서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의 확보라는 입법목적은 이적표현물의 유포·전파를 금지하고 처벌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적표현물을 소지·취득한 자가 이를 대중에게 유포·전파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가능성만을 근거로 이적표현물의 소지·취득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제7조 제1항과 제5항 모두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세 재판관은 제7조 제1항 부분에 대해 "위험이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위험이 임박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이 조항에 의하여 행위자가 처벌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며 "표현의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내지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되어 있고, 찬양·고무·선전·동조 행위는 어떠한 대상에 대한 적극적 혹은 소극적인 지지의 태도를 나타내는 행위일 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이나 폐지를 도모하거나 결의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며, "이적행위만으로 구체적이고 임박한 위험이 즉각적으로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이적행위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이상, '이적행위조항의 행위를 할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 제7조 제5항도 자연히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반국가단체'의 의미를 규정한 제2조와 '이적단체 가입'을 처벌하는 제7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습니다.

앞서 헌재는 2017년 수원지법과 2019년 대전지법이 각각 낸 위헌제청과 개인 헌법소원 등 모두 11건을 병합해 함께 선고했습니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에서 합헌 판단을 받은 것은 법이 일부 개정된 1991년 이후 8번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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