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고 보니 짬짜미…재해구호협회, 구호품 납품도 의혹 투성이

입력 2023.09.26 (21:16) 수정 2023.09.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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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으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국민 성금으로 구호품을 전하는 재해구호협회의 채용비리 의혹, 어제(25일)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경력 직원이나 전국 지사의 사무국장을 뽑을 때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끼워 맞췄다는 내용입니다.

보도 뒤 단체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사과문이 올라왔고, 행정안전부도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비리 의혹은 또 있습니다.

구호품을 정할 때 협회 관계자 지인의 업체가 로비를 하고, 납품 과정에서 짬짜미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단독보도, 이어갑니다.

먼저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5월, 재해구호협회가 낸 긴급입찰공고문입니다.

경북 영덕 수해와 강원 산불 이재민들이 쓸 구호 꾸러미, 키트 납품 업체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생필품 위주던 종전과 달리 화재 예방 콘센트가 별도로 추가됐습니다.

안에 먼지가 쌓여 불이 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콘센트인데, 특정 제품을 납품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개당 가격이 꾸러미 전체 비용의 30% 이상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이재민이 당장 써야 할 구호 키트에 웬 멀티탭(콘센트)이 들어가서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취재 결과, 입찰 공고 한 달여 전 해당 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인 임 모 씨가 당시 협회 한 자문위원 소개로 재해구호협회를 찾아갔습니다.

사무총장 등에게 해당 제품을 설명하고 구호 꾸러미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임OO/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음성 변조 : "(사무총장에게) 말씀을 드렸었죠. 제품이 안 좋았다면 제가 말씀을 못 드렸겠죠. 어차피 (공개) 입찰로 진행됐던 제품이었고."]

공개 입찰 과정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다른 참여 업체가 없어 1차 입찰이 유찰된 뒤, 재해구호협회는 납품 지연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임 씨 쪽은 아는 업체에 부탁해 재입찰에 참여시키고 경쟁 형식을 갖췄습니다.

[최OO/임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 변조 : "지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득이하게 (입찰 참여)요청한 거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재입찰에 함께 참여한 업체는 콘센트와는 상관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실상 들러리를 선 겁니다.

결국, 임 씨 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임 씨는 그 석 달 뒤 재해구호협회의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임 씨 업체는 이후 4년여 동안 해당 제품 6억 3천만 원어치를 재해구호협회에 납품했습니다.

[이해식/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재해구호협회에서 자문 위원이 속한 업체와 이른바 '짬짜미' 입찰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소중한 국민 성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회가 발주한 계약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앵커]

재해구호협회의 예산 대부분은 국민들이 낸 성금입니다.

그런데 이 예산이 협회의 공연 행사나 연구 용역에서 사무총장의 한 측근 인사 쪽으로 잇달아 흘러 들어갔습니다.

계속해서 김연주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리포트]

2021년 말 전국재해구호협회 60주년 감사제.

국악 공연을 협회 강 모 자문위원이 이사로 있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천8백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강 씨는 김정희 사무총장과 공연업계에서 만난 오랜 지인이자 측근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지인인 강OO 씨를 자문위원으로 추천했고, 그 이후 협회 행사에 국악 공연이 자주 포함됐습니다."]

김정희 사무총장은 자문위원 강 씨를 지난해 8월 대외협력정책관으로 임명하고 다음 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8월 3일 : "(강OO이) 코로나로 망해서 다 신용불량이 떨어진 거야. 다시 공연을 해서, 몇천의 수익을 내서 할 때까지만 봐주면 되는 거야. 재기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내부 회의에선 이런 말까지 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4월 26일 : "강OO한테 100만 원을 못 주겠냐, 내가. 안 주려고 안 준 거지 못 줘서 안 주는 건 아니야. 방법 잘 찾아서 하고."]

그 다음 달 협회는 강 씨가 소속된 그 공연 업체에 1,650만 원짜리 자문 용역을 맡깁니다.

재해구호법 개정안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강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변조 : "제가 또 좀 아는 상식 있으신 분들한테 물어보고 (보고서를 작성) 했어요. (직접 쓰셨으면 내용을 아실 것 아니에요?) 다 기억하진 못하죠.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든지 할게요."]

김 사무총장은 나중에 그 보고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7월 회의 : "(그 업체가) 글 쓰는 사람은 아니어서 OO이(협회 직원)가 애를 썼고, 뒤에는 내가 좀 거기 저기 호텔에 가 가지고 좀 손보다 보니까..."]

재해구호협회가 지난 2월 한 업체와 맺은 동향 보고서 작성 계약에도 강 씨가 등장합니다.

강 씨가 지인을 내세워 해당 업체를 만든 뒤 협회에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계약한 겁니다.

[강 모 씨/전국재해구호협회 대외협력정책관 : "(거기 소개해 주신 거는 인정하시는 거예요?) 네, 인정합니다."]

협회는 이 업체에 넉 달 동안 매달 380만 원씩 지급했습니다.

재해구호협회가 강 씨와 관련해 집행한 공연과 용역은 모두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2천만 원 미만 규모였습니다.

[황신애/한국모금가협회 이사 : "(용역을) 집행할 기관들을 선정하는데 만약에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하게 되면 기부문화에도 사실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특혜 사실은 부인하면서도, 용역 등을 계약할 때 잘 살피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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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26 21:16:44
    • 수정2023-09-27 1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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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으로 피해 본 사람들에게 국민 성금으로 구호품을 전하는 재해구호협회의 채용비리 의혹, 어제(25일) 단독으로 전해드렸습니다.

경력 직원이나 전국 지사의 사무국장을 뽑을 때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끼워 맞췄다는 내용입니다.

보도 뒤 단체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사과문이 올라왔고, 행정안전부도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비리 의혹은 또 있습니다.

구호품을 정할 때 협회 관계자 지인의 업체가 로비를 하고, 납품 과정에서 짬짜미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단독보도, 이어갑니다.

먼저 김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9년 5월, 재해구호협회가 낸 긴급입찰공고문입니다.

경북 영덕 수해와 강원 산불 이재민들이 쓸 구호 꾸러미, 키트 납품 업체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생필품 위주던 종전과 달리 화재 예방 콘센트가 별도로 추가됐습니다.

안에 먼지가 쌓여 불이 나면 자동으로 꺼지는 콘센트인데, 특정 제품을 납품하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개당 가격이 꾸러미 전체 비용의 30% 이상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이재민이 당장 써야 할 구호 키트에 웬 멀티탭(콘센트)이 들어가서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았습니다."]

취재 결과, 입찰 공고 한 달여 전 해당 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인 임 모 씨가 당시 협회 한 자문위원 소개로 재해구호협회를 찾아갔습니다.

사무총장 등에게 해당 제품을 설명하고 구호 꾸러미에 추가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임OO/콘센트 판매업체 부대표/음성 변조 : "(사무총장에게) 말씀을 드렸었죠. 제품이 안 좋았다면 제가 말씀을 못 드렸겠죠. 어차피 (공개) 입찰로 진행됐던 제품이었고."]

공개 입찰 과정도 석연치 않았습니다.

다른 참여 업체가 없어 1차 입찰이 유찰된 뒤, 재해구호협회는 납품 지연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임 씨 쪽은 아는 업체에 부탁해 재입찰에 참여시키고 경쟁 형식을 갖췄습니다.

[최OO/임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 변조 : "지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부득이하게 (입찰 참여)요청한 거고, 그렇게 그때 입찰을 했었습니다."]

재입찰에 함께 참여한 업체는 콘센트와는 상관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사실상 들러리를 선 겁니다.

결국, 임 씨 업체가 낙찰을 받았고 임 씨는 그 석 달 뒤 재해구호협회의 자문위원이 됐습니다.

임 씨 업체는 이후 4년여 동안 해당 제품 6억 3천만 원어치를 재해구호협회에 납품했습니다.

[이해식/국회 행정안전위원/더불어민주당 : "재해구호협회에서 자문 위원이 속한 업체와 이른바 '짬짜미' 입찰이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소중한 국민 성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협회가 발주한 계약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업체 간 짬짜미 여부는 알 수 없으며 공개 입찰이어서 문제가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납품 로비와 입찰 짬짜미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처벌 대상입니다.

KBS 뉴스 김덕훈입니다.

[앵커]

재해구호협회의 예산 대부분은 국민들이 낸 성금입니다.

그런데 이 예산이 협회의 공연 행사나 연구 용역에서 사무총장의 한 측근 인사 쪽으로 잇달아 흘러 들어갔습니다.

계속해서 김연주 기자가 단독보도합니다.

[리포트]

2021년 말 전국재해구호협회 60주년 감사제.

국악 공연을 협회 강 모 자문위원이 이사로 있는 업체에 맡겼습니다.

천8백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강 씨는 김정희 사무총장과 공연업계에서 만난 오랜 지인이자 측근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 직원/음성 대역 : "사무총장이 지인인 강OO 씨를 자문위원으로 추천했고, 그 이후 협회 행사에 국악 공연이 자주 포함됐습니다."]

김정희 사무총장은 자문위원 강 씨를 지난해 8월 대외협력정책관으로 임명하고 다음 날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8월 3일 : "(강OO이) 코로나로 망해서 다 신용불량이 떨어진 거야. 다시 공연을 해서, 몇천의 수익을 내서 할 때까지만 봐주면 되는 거야. 재기할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내부 회의에선 이런 말까지 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4월 26일 : "강OO한테 100만 원을 못 주겠냐, 내가. 안 주려고 안 준 거지 못 줘서 안 주는 건 아니야. 방법 잘 찾아서 하고."]

그 다음 달 협회는 강 씨가 소속된 그 공연 업체에 1,650만 원짜리 자문 용역을 맡깁니다.

재해구호법 개정안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강 씨 소속 업체 대표/음성변조 : "제가 또 좀 아는 상식 있으신 분들한테 물어보고 (보고서를 작성) 했어요. (직접 쓰셨으면 내용을 아실 것 아니에요?) 다 기억하진 못하죠. 제가 (다시) 전화를 드리든지 할게요."]

김 사무총장은 나중에 그 보고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김정희/전국재해구호협회 사무총장/2022년 7월 회의 : "(그 업체가) 글 쓰는 사람은 아니어서 OO이(협회 직원)가 애를 썼고, 뒤에는 내가 좀 거기 저기 호텔에 가 가지고 좀 손보다 보니까..."]

재해구호협회가 지난 2월 한 업체와 맺은 동향 보고서 작성 계약에도 강 씨가 등장합니다.

강 씨가 지인을 내세워 해당 업체를 만든 뒤 협회에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계약한 겁니다.

[강 모 씨/전국재해구호협회 대외협력정책관 : "(거기 소개해 주신 거는 인정하시는 거예요?) 네, 인정합니다."]

협회는 이 업체에 넉 달 동안 매달 380만 원씩 지급했습니다.

재해구호협회가 강 씨와 관련해 집행한 공연과 용역은 모두 사무총장이 전결 처리할 수 있는 2천만 원 미만 규모였습니다.

[황신애/한국모금가협회 이사 : "(용역을) 집행할 기관들을 선정하는데 만약에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하게 되면 기부문화에도 사실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특혜 사실은 부인하면서도, 용역 등을 계약할 때 잘 살피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연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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