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2023 사채 탈출기

입력 2023.09.26 (22:00) 수정 2024.01.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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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돈 없는 서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돈을 구하고 있을까? 코로나 내내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텨오다가 결국 무너진 자영업자. 빚내서 집 샀다가 맞벌이가 외벌이 되고 아이까지 아프면서 삶의 끄트머리에 선 가장.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까지. 들어갈 돈은 많은데 부모는 쓰러지고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한 청년.

2023년,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프로그램은 삶의 끝자락에 선 서민들이 돈을 구하려다 무너지는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기생하는 사채업자들의 얘기도 들었다. 사채 시장은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서글프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 자영업자, 쓰러지다.

옷가게 점원으로 10년을 일했다. 옷을 좋아했고, 사람 만나 장사하는 게 좋았다. 코로나가 닥쳤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 가게에서 더 이상 점원으로 일할 수 없었다. 스스로 사표를 내고 옷가게와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사업은 어려웠다. 거래처 대금을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사채를 빌렸다. 빌린 사채는 곧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냈다. 사채업자는 빚 담보로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이자가 밀리자 사진을 거래처에 뿌렸다. 또 다른 대출업체는 빚이 밀리자 찾아와 때렸다. 더는 옷을 팔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숨통을 조여오는 불법 추심의 현장

취재진은 연체한 불법 사채 피해자와 하루를 함께 했다. 협박은 기본, 욕설이 난무했다. 약속시간까지 돈을 안 갚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채무자는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은 자주 아팠다. 집 담보대출부터, 아이 병원비, 생활비. 돈이 부족해 급한 맘에 한번 사채를 쓰니,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빚을 돌려막다보니, 빚을 진 업체가 수십개로 늘어났다. 그러다 본인이 시달려온 사채 일당이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이 이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채업자 총책은 외제차를 몇 대씩 몰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총책 아래 고용된 사채업자들은 고용된 자로서 ‘충실하게’ 본인 업무를 수행했다. 채무자를 벼랑 끝으로 몰며 본인 배를 불렸다. 악은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에 충실하게 기생했다.

■ “자식 건드리면 없던 돈도 나와요”

사채업자들의 실체가 궁금했다. 취재진은 전직 사채업자를 만났다.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선 전직 사채업자는 솔직하게 실상을 말해줬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돈이 나왔다. “짜면 돈 안 나오는 사람없어요. 자식 건드리면 장사없어요.” 누구보다 인간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자식은 없어도 좋은 부모는 많다고. 사람들은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구해왔다. 사채를 썼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에 신고도 잘 하지 않았다. “걸려도 안 무서워요. 어지간하면 벌금으로 풀려나니까. 돈 많으니 좋은 변호사 쓰면 돼요. 그리고 나와서 또 하면 됩니다.”

■ 왜 자꾸 사채를 쓸까?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채를 쓰고 있는 사람은 모두 7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사채시장 규모는 10.2조원. 이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왜 자꾸 서민들이 사채를 쓸까? 사채업자들은 왜 활개를 치는가? 불법 사채를 해도 잘 잡히지 않고, 제대로 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잡힌 사람은 지난해 천 여 명. 이 가운데 20명이 구속됐다. 불법채권추심 위반으로 잡힌 사람은 580여 명이다. 이 가운데 딱 2명이 구속됐다. 사채는 돈이 된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에는 미등록 대부업자에게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해주게 되어있다. 사채업자는 불법을 저지르다 잡혀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받는다. 땅 짚고 헤엄친다. 돈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6%로 낮추자는 법안은 4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 2023, 사채 탈출기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대부나라 글을 7천 여건 살펴봤더니 사채를 쓰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50만원 이하의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당장 50만원이 없어서 사채의 늪으로 빠져든다.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인생의 끄트머리에 선 돈 없는 서민들, 이성적인 판단이 안돼 사채에 발을 디딘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오늘 여기를 사는 우리네 서민들의 아픈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늪에 빠진 서민들이 어떻게 사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그 노력은 때로 어떻게 실패하고 어떻게 성공하는지 보여준다.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곧 야수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서민들이 삶의 굴레에 빠지고, 다시 몸부림치며 그 악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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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 손은혜
촬영기자 : 민창호
영상편집 : 이종환
자료조사 : 김제원
조연출 : 진의선

방송일시 : 2023년 9월 26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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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4-01-10 15: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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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돈 없는 서민들은 어디서 어떻게 돈을 구하고 있을까? 코로나 내내 빚으로 빚을 막으며 버텨오다가 결국 무너진 자영업자. 빚내서 집 샀다가 맞벌이가 외벌이 되고 아이까지 아프면서 삶의 끄트머리에 선 가장.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까지. 들어갈 돈은 많은데 부모는 쓰러지고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한 청년.

2023년,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 프로그램은 삶의 끝자락에 선 서민들이 돈을 구하려다 무너지는 실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기생하는 사채업자들의 얘기도 들었다. 사채 시장은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서글프고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 자영업자, 쓰러지다.

옷가게 점원으로 10년을 일했다. 옷을 좋아했고, 사람 만나 장사하는 게 좋았다. 코로나가 닥쳤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 가게에서 더 이상 점원으로 일할 수 없었다. 스스로 사표를 내고 옷가게와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 사업은 어려웠다. 거래처 대금을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되던 어느 날, 사채를 빌렸다. 빌린 사채는 곧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사채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냈다. 사채업자는 빚 담보로 나체 사진을 요구했고, 이자가 밀리자 사진을 거래처에 뿌렸다. 또 다른 대출업체는 빚이 밀리자 찾아와 때렸다. 더는 옷을 팔 수 없었다. 집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숨통을 조여오는 불법 추심의 현장

취재진은 연체한 불법 사채 피해자와 하루를 함께 했다. 협박은 기본, 욕설이 난무했다. 약속시간까지 돈을 안 갚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채무자는 두 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은 자주 아팠다. 집 담보대출부터, 아이 병원비, 생활비. 돈이 부족해 급한 맘에 한번 사채를 쓰니, 발을 뺄 수가 없었다. 빚을 돌려막다보니, 빚을 진 업체가 수십개로 늘어났다. 그러다 본인이 시달려온 사채 일당이 모두 한통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경찰이 이들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채업자 총책은 외제차를 몇 대씩 몰고, 최고급 아파트에 살며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총책 아래 고용된 사채업자들은 고용된 자로서 ‘충실하게’ 본인 업무를 수행했다. 채무자를 벼랑 끝으로 몰며 본인 배를 불렸다. 악은 판단력이 흐려진 서민들에 충실하게 기생했다.

■ “자식 건드리면 없던 돈도 나와요”

사채업자들의 실체가 궁금했다. 취재진은 전직 사채업자를 만났다.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선 전직 사채업자는 솔직하게 실상을 말해줬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돈이 나왔다. “짜면 돈 안 나오는 사람없어요. 자식 건드리면 장사없어요.” 누구보다 인간의 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자식은 없어도 좋은 부모는 많다고. 사람들은 내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구해왔다. 사채를 썼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에 신고도 잘 하지 않았다. “걸려도 안 무서워요. 어지간하면 벌금으로 풀려나니까. 돈 많으니 좋은 변호사 쓰면 돼요. 그리고 나와서 또 하면 됩니다.”

■ 왜 자꾸 사채를 쓸까?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사채를 쓰고 있는 사람은 모두 76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사채시장 규모는 10.2조원. 이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왜 자꾸 서민들이 사채를 쓸까? 사채업자들은 왜 활개를 치는가? 불법 사채를 해도 잘 잡히지 않고, 제대로 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업법 위반으로 경찰에 잡힌 사람은 지난해 천 여 명. 이 가운데 20명이 구속됐다. 불법채권추심 위반으로 잡힌 사람은 580여 명이다. 이 가운데 딱 2명이 구속됐다. 사채는 돈이 된다.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에는 미등록 대부업자에게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해주게 되어있다. 사채업자는 불법을 저지르다 잡혀도 최고 이자율 20%를 보장받는다. 땅 짚고 헤엄친다. 돈이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최고 이자율을 6%로 낮추자는 법안은 4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 2023, 사채 탈출기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대부나라 글을 7천 여건 살펴봤더니 사채를 쓰는 사람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50만원 이하의 돈을 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당장 50만원이 없어서 사채의 늪으로 빠져든다.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2023년 대한민국...인생의 끄트머리에 선 돈 없는 서민들, 이성적인 판단이 안돼 사채에 발을 디딘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프로그램은 오늘 여기를 사는 우리네 서민들의 아픈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늪에 빠진 서민들이 어떻게 사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치는지, 그 노력은 때로 어떻게 실패하고 어떻게 성공하는지 보여준다. 악은 가장 평범한 얼굴로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곧 야수의 얼굴을 드러낸다. 이 프로그램은 평범한 서민들이 삶의 굴레에 빠지고, 다시 몸부림치며 그 악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시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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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 손은혜
촬영기자 : 민창호
영상편집 : 이종환
자료조사 : 김제원
조연출 : 진의선

방송일시 : 2023년 9월 26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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