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넷플릭스를 이기다 “펜이 혁신을 구부렸다”

입력 2023.10.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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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이 넷플릭스를 이기다

작가들이 거의 다섯 달에 걸친 파업을 끝낸다. 할리우드 작가 조합(WGA : Writer's Guild of America)이 넷플릭스를 이겼다. 정확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제작자 연합체를 이겼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인용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그들이 얻어낸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저작권료 인상
2. 제작현장에 '집필 공간 Writing room'을 두고 작가를 상주시킬 것
3. 대본 작업에 AI를 사용할 때 작가 보호 조치를 도입할 것

하나는 임금 조건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는 업무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임금 말고, 나머지에 주목해야 그들이 진짜 얻어낸 것이 무엇인지가 더 또렷이 보인다. '작가'라는 직업이 소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전례없는 단결과 단체행동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 혁신이 작가 노동을 몰아내왔다

할리우드 제작환경이 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는 과정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플랫폼이 재편됐다. 그리하여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이, 온라인망을 통해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혁신 플랫폼이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되었다.

이 변화로 작가들에겐 '재방료'가 사라졌다. 작품이 재방송될 때마다 추가로 급여를 받았는데, 스트리밍 시장에는 재방송이 없다. 급여가 줄었다. 조합은 구독자나 조회 수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일정 비율로 보수를 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혁신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플랫폼만 변한 게 아니다. 작품의 수가 급증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파라는 제한된 공공재를 쓰지 않으니, 무제한으로 만들어 무제한으로 업로드한다. 그래서 작품 수가 많아졌고, 작가들의 노동 시간과 강도가 급증했다.


그럼 작가들의 벌이가 더 나아졌을 것 같지만 반대가 됐다.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사들은 작가에게 지불되는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 고용하는 작가 수를 줄이거나, 작가들이 모여 하는 회의를 줄였다. 작가들의 방(writing room)도 없앴다. 이 변화와 함께 신입 작가가 유무형의 지식을 전수 받을 공간도 함께 사라졌다.

작품은 더 많아지고, 스트리밍 회사 주가는 치솟고 있는데, 되려 작품의 이야기를 쓰는 대부분의 평범한 작가들은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상황을 챗GPT가 악화시켰다. 작가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줬다. 생성형 AI는 질문(prompt)만 넣으면 순식간에 글자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챗GPT가 가장 잘하는 것이 '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장 '젊은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등장하는 조선 시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줘'라고 치면 10초 정도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첫 번째 남자 등장 부분을 더 길게 써줘'라거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풍의 에피소드를 넣어줘'라고 하면 또 알아서 10초 정도에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낸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단일 유통망 혁신이 작가들의 파이를 줄이고 있는데, AI 시대가 등장해 작가가 아예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리고 파업이 시작됐다.

■ 러다이트 운동을 닮은 걸까?

따라서 작가의 승리는 어쩌면 기술의 패배다. 이 지점은 '혁신'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의아할 수 있다. 제작현장에 '작가 공간'을 두고 작가를 상주시키라는 요구나, AI를 쓸 때 작가 보호를 생각하라는 요구가 정말 정당한 것일까?

필요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제작 현장에 작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라고 하면 이것은 정당한 요구인가? 그리고 이 공간에 무조건 작가를 고용하고 상주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어떨까.

AI 사용에 대한 제한은 어떠한가. AI를 사용하면 분명 생산성이 높아질텐데, 이 과정에 작가들의 권리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실제로 제작자 연합회는 급여가 아니라 이 요구들 때문에 최근까지도 작가조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어쩌면 산업혁명기에 '자신들의 노동할 권리'를 없앤다며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이 겹쳐 보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노동자들은 혁신의 결과물인 직물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거리를 빼앗는다는 점에 반발해 1810년대에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다. 시대의 흐름에 어리석게 저항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체포되거나 도망자가 된 러다이트 참가자들과 달리 작가들은 지금 작업 현장으로 금의환향하고 있다. 전리품을 들고 복귀하는 이들 곁에서 함께 파업을 벌인 '배우조합'은 '이번엔 배우들의 요구를 들어줄 차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가들이 승리하자, 이제 헐리우드의 배우 조합이 ‘이젠 배우들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가들이 승리하자, 이제 헐리우드의 배우 조합이 ‘이젠 배우들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환영하는 바이든과 미국 정부의 '친노동 성향'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작가들은 정당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축하했다.

"AI에 대한 대응책을 비롯한 이번 합의는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분명 단결의 힘을 보여줍니다. 합의가 산업을 더 부흥시킬 것이고, 노동자들은 받을 자격이 있는 급여와 각종 복지 혜택, 그리고 존엄에 대한 존중을 받게 될 겁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이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바로 모든 노동자가 자신이 기여한 만큼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바이든의 작가조합 지지는 5월 파업 시작 때부터 일관됐다. 또 바이든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로 AP통신은 지난달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노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조가 강한 중산층을 만들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분수효과'를 직접 언급했다. 백악관은 낙수효과를 부정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 노동 TF팀장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노조 결성투표가 늘고 있고, 이는 노조가 활성화되는 조짐이라며 환영했다.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노조원이 임금 인상 협상을 하면 이것이 무노조 기업 직원 봉급 인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지원할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일부는 바이든의 내년 재선 전략과 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 미국이 겪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해법과도 직결되어 있다.

노동자 지지를 바탕으로 경합 주에서 재선 승리 기반을 다지려는 바이든의 전략인데, 이는 사실 미국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이나 빈부격차 문제가 경제적 실패가 아닌 성공의 잘못된 분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진단에서 나온다.

혁신의 성공으로 미국은 세계의 빅테크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최신 금융기법으로 세계 금융시장도 장악하고 있는데, 그 성공의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소수 부자와 금융가, 혁신가, 그리고 주주들이 지나치게 많은 몫을 가져갔다. 제조업이 공동화되자 육체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들의 불만이 고착화 되고, 심화하면서 미국 정치 과정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게 됐다.

[연관 기사] 바이든은 햄버거를 주문했다, 다보스에 가지 않았다 [연초경제]④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585763

바이든이 반도체 법과 IRA와 같은 정책으로 '자국 우선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국과 같은 나라 기업이 미국 땅에 공장 짓기를 유도하는 것,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에 맞선 노조의 요구를 지지하는 것은 그래서 같은 맥락 아래 있다.

그들은 지금 이 방법이 고장 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고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혁신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해야 진보다

세계적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신간 [권력과 진보]에서 'AI 환상'을 벗어나 기술 혁신이 '번영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들 때만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생산성의 밴드왜건'이란 개념을 내세운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혁신적 기술이 실제로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하여 기업들이 노동력을 더 필요로 하게 되면 임금이 오른다. 이 과정을 거쳐 기술 진보가 더 많은 사람의 생활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아세모글루에게는 이 '생산성의 밴드왜건'이 실제로 발생하게 만드는 과정이 지금까지 인간이 역사적으로 달성해온 진보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연관 기사] 테슬라 주가 말고, 당신 월급이 올라야 진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371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번영을 공유하게 하는 포용적 제도'이지, '기술 자체'가 아니다. 만약, 기술이 부를 소수에 집중시키고 대다수를 외면한다면 퇴보다.

이 관점에서는 작가들의 승리는 단순한 한 직종의 승리가 아니다. 미국은 지금 정부의 지지 아래, 노동자의 권리가 더 많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용적인, 그리고 번영을 공유하는 사회'를 더 나은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힘이 미국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금 미국은 기술이 더 많은 사람을 향하도록, 기술의 진화를 구부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펜이 혁신을 구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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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1 08: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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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이 넷플릭스를 이기다

작가들이 거의 다섯 달에 걸친 파업을 끝낸다. 할리우드 작가 조합(WGA : Writer's Guild of America)이 넷플릭스를 이겼다. 정확히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제작자 연합체를 이겼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사에 인용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그들이 얻어낸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저작권료 인상
2. 제작현장에 '집필 공간 Writing room'을 두고 작가를 상주시킬 것
3. 대본 작업에 AI를 사용할 때 작가 보호 조치를 도입할 것

하나는 임금 조건과 관련된 것이고, 나머지는 업무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 임금 말고, 나머지에 주목해야 그들이 진짜 얻어낸 것이 무엇인지가 더 또렷이 보인다. '작가'라는 직업이 소멸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전례없는 단결과 단체행동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 혁신이 작가 노동을 몰아내왔다

할리우드 제작환경이 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는 과정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플랫폼이 재편됐다. 그리하여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이, 온라인망을 통해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만드는 혁신 플랫폼이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되었다.

이 변화로 작가들에겐 '재방료'가 사라졌다. 작품이 재방송될 때마다 추가로 급여를 받았는데, 스트리밍 시장에는 재방송이 없다. 급여가 줄었다. 조합은 구독자나 조회 수 증가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일정 비율로 보수를 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혁신 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플랫폼만 변한 게 아니다. 작품의 수가 급증하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파라는 제한된 공공재를 쓰지 않으니, 무제한으로 만들어 무제한으로 업로드한다. 그래서 작품 수가 많아졌고, 작가들의 노동 시간과 강도가 급증했다.


그럼 작가들의 벌이가 더 나아졌을 것 같지만 반대가 됐다. 더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사들은 작가에게 지불되는 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또 고용하는 작가 수를 줄이거나, 작가들이 모여 하는 회의를 줄였다. 작가들의 방(writing room)도 없앴다. 이 변화와 함께 신입 작가가 유무형의 지식을 전수 받을 공간도 함께 사라졌다.

작품은 더 많아지고, 스트리밍 회사 주가는 치솟고 있는데, 되려 작품의 이야기를 쓰는 대부분의 평범한 작가들은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상황을 챗GPT가 악화시켰다. 작가들에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줬다. 생성형 AI는 질문(prompt)만 넣으면 순식간에 글자로 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챗GPT가 가장 잘하는 것이 '말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장 '젊은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등장하는 조선 시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줘'라고 치면 10초 정도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첫 번째 남자 등장 부분을 더 길게 써줘'라거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풍의 에피소드를 넣어줘'라고 하면 또 알아서 10초 정도에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낸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단일 유통망 혁신이 작가들의 파이를 줄이고 있는데, AI 시대가 등장해 작가가 아예 필요 없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그리고 파업이 시작됐다.

■ 러다이트 운동을 닮은 걸까?

따라서 작가의 승리는 어쩌면 기술의 패배다. 이 지점은 '혁신'을 옹호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의아할 수 있다. 제작현장에 '작가 공간'을 두고 작가를 상주시키라는 요구나, AI를 쓸 때 작가 보호를 생각하라는 요구가 정말 정당한 것일까?

필요가 있건 없건 관계없이 제작 현장에 작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라고 하면 이것은 정당한 요구인가? 그리고 이 공간에 무조건 작가를 고용하고 상주하게 해야 한다는 점은 어떨까.

AI 사용에 대한 제한은 어떠한가. AI를 사용하면 분명 생산성이 높아질텐데, 이 과정에 작가들의 권리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실제로 제작자 연합회는 급여가 아니라 이 요구들 때문에 최근까지도 작가조합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어쩌면 산업혁명기에 '자신들의 노동할 권리'를 없앤다며 기계를 부순 '러다이트 운동'이 겹쳐 보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노동자들은 혁신의 결과물인 직물 방직기가 노동자의 일거리를 빼앗는다는 점에 반발해 1810년대에 기계 파괴 운동을 벌였다. 시대의 흐름에 어리석게 저항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체포되거나 도망자가 된 러다이트 참가자들과 달리 작가들은 지금 작업 현장으로 금의환향하고 있다. 전리품을 들고 복귀하는 이들 곁에서 함께 파업을 벌인 '배우조합'은 '이번엔 배우들의 요구를 들어줄 차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작가들이 승리하자, 이제 헐리우드의 배우 조합이 ‘이젠 배우들에게 (정당한 몫을) 지불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환영하는 바이든과 미국 정부의 '친노동 성향'

바이든 대통령은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작가들은 정당한 몫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축하했다.

"AI에 대한 대응책을 비롯한 이번 합의는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분명 단결의 힘을 보여줍니다. 합의가 산업을 더 부흥시킬 것이고, 노동자들은 받을 자격이 있는 급여와 각종 복지 혜택, 그리고 존엄에 대한 존중을 받게 될 겁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이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바로 모든 노동자가 자신이 기여한 만큼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바이든의 작가조합 지지는 5월 파업 시작 때부터 일관됐다. 또 바이든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 미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실제로 AP통신은 지난달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노조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조가 강한 중산층을 만들어 경제 성장을 견인한다는 '분수효과'를 직접 언급했다. 백악관은 낙수효과를 부정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비슷한 맥락에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백악관 노동 TF팀장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노조 결성투표가 늘고 있고, 이는 노조가 활성화되는 조짐이라며 환영했다.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노조원이 임금 인상 협상을 하면 이것이 무노조 기업 직원 봉급 인상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이를 지원할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일부는 바이든의 내년 재선 전략과 관계가 있고, 다른 한편 미국이 겪고 있는 불평등이라는 사회 문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해법과도 직결되어 있다.

노동자 지지를 바탕으로 경합 주에서 재선 승리 기반을 다지려는 바이든의 전략인데, 이는 사실 미국의 극심한 정치적 분열이나 빈부격차 문제가 경제적 실패가 아닌 성공의 잘못된 분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진단에서 나온다.

혁신의 성공으로 미국은 세계의 빅테크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최신 금융기법으로 세계 금융시장도 장악하고 있는데, 그 성공의 과실은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 소수 부자와 금융가, 혁신가, 그리고 주주들이 지나치게 많은 몫을 가져갔다. 제조업이 공동화되자 육체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들의 불만이 고착화 되고, 심화하면서 미국 정치 과정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게 됐다.

[연관 기사] 바이든은 햄버거를 주문했다, 다보스에 가지 않았다 [연초경제]④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585763

바이든이 반도체 법과 IRA와 같은 정책으로 '자국 우선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국과 같은 나라 기업이 미국 땅에 공장 짓기를 유도하는 것,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에 맞선 노조의 요구를 지지하는 것은 그래서 같은 맥락 아래 있다.

그들은 지금 이 방법이 고장 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고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혁신이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해야 진보다

세계적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신간 [권력과 진보]에서 'AI 환상'을 벗어나 기술 혁신이 '번영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들 때만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생산성의 밴드왜건'이란 개념을 내세운다. 생산성을 높여주는 혁신적 기술이 실제로 생산량을 늘리게 되면,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그리하여 기업들이 노동력을 더 필요로 하게 되면 임금이 오른다. 이 과정을 거쳐 기술 진보가 더 많은 사람의 생활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아세모글루에게는 이 '생산성의 밴드왜건'이 실제로 발생하게 만드는 과정이 지금까지 인간이 역사적으로 달성해온 진보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연관 기사] 테슬라 주가 말고, 당신 월급이 올라야 진보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371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번영을 공유하게 하는 포용적 제도'이지, '기술 자체'가 아니다. 만약, 기술이 부를 소수에 집중시키고 대다수를 외면한다면 퇴보다.

이 관점에서는 작가들의 승리는 단순한 한 직종의 승리가 아니다. 미국은 지금 정부의 지지 아래, 노동자의 권리가 더 많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용적인, 그리고 번영을 공유하는 사회'를 더 나은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힘이 미국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지금 미국은 기술이 더 많은 사람을 향하도록, 기술의 진화를 구부리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펜이 혁신을 구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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