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쁘게 잘 컸네”…AI로 만난, 39살이 된 5살 딸 [주말엔]

입력 2023.10.01 (10:05) 수정 2023.10.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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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실종아동의 가족들의 시간은 아이가 사라진 그날에 멈춰있습니다.

1989년도에 5살 딸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서맹임 씨.

지금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하루를 KBS가 함께했습니다.


■ 딸이 옆으로 지나가도 못 알아볼까 봐…

1989년, 아빠와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 갔던 은신이는 그날 사라졌습니다.

"강원도고, 충청도고, 전라도 광주고 미친 듯이 찾아다녔죠."

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5살 김은신 씨의 실종 전단지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5살 김은신 씨의 실종 전단지

서맹임 씨는 딸 은신이가 사라진 날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지만 3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찾지 못했습니다.

서 씨는 딸이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를 미워할까 봐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또 있습니다.

"우리 딸도 변했으니까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못 알아볼까 봐…"

서 씨는 올해로 39살이 된 딸을 못 알아볼까 봐 속이 타들어갑니다.

하지만 장기 실종 아동의 부모도 세월에 따라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몸이 성치 않은 상황.

실종 당시처럼 아이를 찾기에는 더 이상 건강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 인공지능으로 39살 딸을 만나다

KIST AI ·로봇 연구소가 개발한 '나이 변환 기술'은 어린 모습에서 20년·30년 흐른 변화를, 인공지능으로 현재 모습을 예측해서 얼굴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나이 변환 기술’을 활용한 5살, 39살 김은신 씨‘나이 변환 기술’을 활용한 5살, 39살 김은신 씨

AI ·로봇 연구소 김익재 소장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보이게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 갸름한 얼굴에서 둥근 얼굴로 변하는 것과 같은 '얼굴 모양의 변화', 그리고 성장기를 거치며 주름 또는 햇빛 노출로 인한 피부 색소 침착과 같은 '피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KIST AI ·로봇 연구소 김익재 소장이 서맹임 씨에게 나이 변환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KIST AI ·로봇 연구소 김익재 소장이 서맹임 씨에게 나이 변환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나이가 들었을 때도 어렸을 때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앞으로도 잘 연구해 주셔서 더 좋은 일 있었으면 좋겠어요."

39살 딸의 얼굴을 확인한 서맹임 씨는 연구소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녀는 "기술이 발전되고 계속 연구해 주셔서 우리 같은 사람(실종아동 가족)에게 큰 희망과 사랑을 주시니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39살이 된 딸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서맹임 씨39살이 된 딸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서맹임 씨


■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1,070명의 아이들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후 '사전 지문 등록', '유전자(DNA) 분석'이 도입되어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실종아동법' 제정 이전에 실종된 아이들 상당수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2023년 8월 기준, 총 1,070명. 그중 10년 이상 실종된 아이는 '968명'입니다.

실종아동 찾기 협회 서기원 대표는 "장기 실종 아동은 강력 범죄에 노출됐거나 해외로 입양 갔을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장기 실종 아동들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39살이 된 5살 딸을 찾습니다

70세가 된 엄마는 39살 딸의 얼굴이 박힌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엄마는 39살이 된 5살 딸을 찾고 있습니다.

"은신아 사랑하는 내 딸, 은신아! 엄마 죽기 전에 한 번만 만나게 제발 엄마 한 번만 만나주라, 어디 있을지라도 건강해 사랑해."


KBS가 만난 실종 아동의 부모, AI ·로봇 연구소 소장, 실종아동 찾기 협회 대표. 이들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입니다."

실종에 대비한 사전지문등록률은 전체 등록 대상자 대비 63.8%(2023년 기준)입니다.

또한, 경찰은 유전자(DNA) 정보와 AI 기술을 실종아동 찾기에 활용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책 제·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제보해 주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아이들을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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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쁘게 잘 컸네”…AI로 만난, 39살이 된 5살 딸 [주말엔]
    • 입력 2023-10-01 10:05:25
    • 수정2023-10-01 10:06:31
    주말엔

장기 실종아동의 가족들의 시간은 아이가 사라진 그날에 멈춰있습니다.

1989년도에 5살 딸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서맹임 씨.

지금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하루를 KBS가 함께했습니다.


■ 딸이 옆으로 지나가도 못 알아볼까 봐…

1989년, 아빠와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 갔던 은신이는 그날 사라졌습니다.

"강원도고, 충청도고, 전라도 광주고 미친 듯이 찾아다녔죠."

서울 상봉시외버스터미널에 붙어 있는 5살 김은신 씨의 실종 전단지
서맹임 씨는 딸 은신이가 사라진 날 이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지만 3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찾지 못했습니다.

서 씨는 딸이 '엄마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를 미워할까 봐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또 있습니다.

"우리 딸도 변했으니까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못 알아볼까 봐…"

서 씨는 올해로 39살이 된 딸을 못 알아볼까 봐 속이 타들어갑니다.

하지만 장기 실종 아동의 부모도 세월에 따라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몸이 성치 않은 상황.

실종 당시처럼 아이를 찾기에는 더 이상 건강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 인공지능으로 39살 딸을 만나다

KIST AI ·로봇 연구소가 개발한 '나이 변환 기술'은 어린 모습에서 20년·30년 흐른 변화를, 인공지능으로 현재 모습을 예측해서 얼굴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나이 변환 기술’을 활용한 5살, 39살 김은신 씨
AI ·로봇 연구소 김익재 소장은 "단순히 나이가 들어 보이게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요인', 갸름한 얼굴에서 둥근 얼굴로 변하는 것과 같은 '얼굴 모양의 변화', 그리고 성장기를 거치며 주름 또는 햇빛 노출로 인한 피부 색소 침착과 같은 '피부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KIST AI ·로봇 연구소 김익재 소장이 서맹임 씨에게 나이 변환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특히, 김 소장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반영해 나이가 들었을 때도 어렸을 때와 같은 사람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앞으로도 잘 연구해 주셔서 더 좋은 일 있었으면 좋겠어요."

39살 딸의 얼굴을 확인한 서맹임 씨는 연구소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녀는 "기술이 발전되고 계속 연구해 주셔서 우리 같은 사람(실종아동 가족)에게 큰 희망과 사랑을 주시니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39살이 된 딸의 사진을 확인하고 있는 서맹임 씨

■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1,070명의 아이들

2005년 제정된 '실종아동법(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이후 '사전 지문 등록', '유전자(DNA) 분석'이 도입되어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실종아동법' 제정 이전에 실종된 아이들 상당수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은 2023년 8월 기준, 총 1,070명. 그중 10년 이상 실종된 아이는 '968명'입니다.

실종아동 찾기 협회 서기원 대표는 "장기 실종 아동은 강력 범죄에 노출됐거나 해외로 입양 갔을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장기 실종 아동들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 39살이 된 5살 딸을 찾습니다

70세가 된 엄마는 39살 딸의 얼굴이 박힌 전단지를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엄마는 39살이 된 5살 딸을 찾고 있습니다.

"은신아 사랑하는 내 딸, 은신아! 엄마 죽기 전에 한 번만 만나게 제발 엄마 한 번만 만나주라, 어디 있을지라도 건강해 사랑해."


KBS가 만난 실종 아동의 부모, AI ·로봇 연구소 소장, 실종아동 찾기 협회 대표. 이들 모두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 입니다."

실종에 대비한 사전지문등록률은 전체 등록 대상자 대비 63.8%(2023년 기준)입니다.

또한, 경찰은 유전자(DNA) 정보와 AI 기술을 실종아동 찾기에 활용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책 제·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제보해 주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아이들을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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