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명 사는 섬에 사슴은 수백 마리…‘집단민원’ 해법은?

입력 2023.10.01 (21:17) 수정 2023.10.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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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영광군에는 사람보다 '사슴' 수가 더 많은 섬이 있습니다.

수백 마리 사슴들 때문에 농작물과 산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자, 참다 못한 섬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에 집단 민원을 넣었습니다.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정재우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전남 영광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주민 140여 명이 사는 섬 안마도가 나옵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사슴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슴 개체 수가 수백 마리로 늘면서 무엇보다 농작물 피해가 큽니다.

[강용남/전남 영광군 신기리 이장 : "고구마를 심어서 한 4~5년 동안을 제가 하나도 못 해 먹고 말았어요. 그물을 다 덮고 그래도 소용이 없어요. 그냥 막 발로 파갖고 주둥이로 해서 다 먹어버리는데…."]

한 축산업자가 녹용을 얻기 위해 1980년대 사슴 10여 마리를 기르다 방치하면서 개체 수가 늘고 야생화됐습니다.

산 곳곳이 맨땅으로 변했습니다.

[장진영/안마도 청년회장 : "묘도 막 다 파헤치고, 산도 다 갈고 막. 그러니까 사슴을 어떻게 없애야지...지금 섬 보시면 섬이 다 깎였어요 많이. 민둥산처럼 돼 버렸어요."]

먹이가 부족해지자, 사슴들은 안마도 인근 5개 섬으로 헤엄쳐 가 새로 터를 잡기도 했습니다.

축산법상 사슴은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함부로 잡을 수 없습니다.

[김삼중/안마도 개발위원장 : "사슴, 염소 이런 것은 전부 가축으로 들어가서 법 제도상 총포로 잡을 수도 없고…."]

권익위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안마도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야생화된 가축으로 피해가 생기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자는 데 73%가 동의했습니다.

61%가 총기 등으로 포획하자고 했고, 가축 버린 사람에 대한 처벌 강화에는 83%가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를 동물의 생명 침해로 해결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지난달부터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영광군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영상편집:조완기/영상제공:국민권익위원회/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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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명 사는 섬에 사슴은 수백 마리…‘집단민원’ 해법은?
    • 입력 2023-10-01 21:17:10
    • 수정2023-10-02 0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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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영광군에는 사람보다 '사슴' 수가 더 많은 섬이 있습니다.

수백 마리 사슴들 때문에 농작물과 산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자, 참다 못한 섬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에 집단 민원을 넣었습니다.

지혜로운 해법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정재우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전남 영광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주민 140여 명이 사는 섬 안마도가 나옵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사슴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슴 개체 수가 수백 마리로 늘면서 무엇보다 농작물 피해가 큽니다.

[강용남/전남 영광군 신기리 이장 : "고구마를 심어서 한 4~5년 동안을 제가 하나도 못 해 먹고 말았어요. 그물을 다 덮고 그래도 소용이 없어요. 그냥 막 발로 파갖고 주둥이로 해서 다 먹어버리는데…."]

한 축산업자가 녹용을 얻기 위해 1980년대 사슴 10여 마리를 기르다 방치하면서 개체 수가 늘고 야생화됐습니다.

산 곳곳이 맨땅으로 변했습니다.

[장진영/안마도 청년회장 : "묘도 막 다 파헤치고, 산도 다 갈고 막. 그러니까 사슴을 어떻게 없애야지...지금 섬 보시면 섬이 다 깎였어요 많이. 민둥산처럼 돼 버렸어요."]

먹이가 부족해지자, 사슴들은 안마도 인근 5개 섬으로 헤엄쳐 가 새로 터를 잡기도 했습니다.

축산법상 사슴은 가축으로 분류돼 있어 함부로 잡을 수 없습니다.

[김삼중/안마도 개발위원장 : "사슴, 염소 이런 것은 전부 가축으로 들어가서 법 제도상 총포로 잡을 수도 없고…."]

권익위가 설문조사를 했더니, 안마도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야생화된 가축으로 피해가 생기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자는 데 73%가 동의했습니다.

61%가 총기 등으로 포획하자고 했고, 가축 버린 사람에 대한 처벌 강화에는 83%가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잘못으로 시작된 문제를 동물의 생명 침해로 해결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권익위는 지난달부터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영광군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정재우입니다.

영상편집:조완기/영상제공:국민권익위원회/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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