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유선상? 무슨 말인가요?”…당신의 ‘문해력’ 안녕합니까?

입력 2023.10.04 (19:45) 수정 2023.10.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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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고 내게도 8살에 막힌 공부의 길이 72살에 열렸다... 오늘도 가슴에 설렘 풍선을 달고 학교에 간다".

올해 충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도지사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김경순 씨가 쓴 '나도 학교에 간다'중 일부인데요.

배우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했던 한과 서러움, 그리고 70여 년 세월의 인생을 엿볼 수 있고요.

글을 읽고 쓰게 되면서 72년 만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사연이 감동적입니다.

며칠 뒤 10월 9일은 한글날이죠.

577년 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며 한글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말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요.

광복 당시 국민 10명 중 8명은 한글을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정부는 이후 대대적인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 문맹률은 1%입니다.

빠르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아직도 문해 교육이 필요한 성인은 충남에서만 26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을 안다고 다가 아니죠.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층의 '문해력'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사흘 연휴가 됐다"는 기사에 '사흘'을 '4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사흘이 아니라 3일이 아니냐"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고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신입사원에게 "유선상으로 진행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자 신입사원이 "유선상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렇게 답했다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해력',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데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문해력 최고등급이었고요.

특히 20대와 30대는 95%가 최고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잊을 만하면 문해력 논란이 불거지는 걸까요?

일단 정부가 시행한 문해력 조사는 중학교 3학년 정도의 기초적인 수준이라는 겁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정확한 문해력, 비판적인 문해력은 약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실제 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문제의 정답률을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체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요.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조병영/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능적 문해력', 그러니까 주어진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거든요.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것, 이런 건 너무 당연한 거고요. 글 안에 세상 사회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어 있고 그것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디지털이 확산하면서 문해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경기연구원은 "미디어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종이책 독서 같은 아날로그 형식을 적절히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고요.

실제로 스웨덴과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에서는 학교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쓰지 않고 종이책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말도 모르냐?"는 비난, "나는 그런 말 원래 잘 안 쓴다"는 닫힌 마음이 문해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끊임없이 불거지는 문해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단절된 소통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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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더하기] “유선상? 무슨 말인가요?”…당신의 ‘문해력’ 안녕합니까?
    • 입력 2023-10-04 19:45:58
    • 수정2023-10-06 10:21:34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뀌고 내게도 8살에 막힌 공부의 길이 72살에 열렸다... 오늘도 가슴에 설렘 풍선을 달고 학교에 간다".

올해 충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도지사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김경순 씨가 쓴 '나도 학교에 간다'중 일부인데요.

배우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했던 한과 서러움, 그리고 70여 년 세월의 인생을 엿볼 수 있고요.

글을 읽고 쓰게 되면서 72년 만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 사연이 감동적입니다.

며칠 뒤 10월 9일은 한글날이죠.

577년 전,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하며 한글이 탄생했습니다.

우리말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질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요.

광복 당시 국민 10명 중 8명은 한글을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정부는 이후 대대적인 문맹 퇴치 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지금 우리나라 문맹률은 1%입니다.

빠르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처럼 아직도 문해 교육이 필요한 성인은 충남에서만 26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을 안다고 다가 아니죠.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층의 '문해력'이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됐던 사례를 살펴보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사흘 연휴가 됐다"는 기사에 '사흘'을 '4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 "사흘이 아니라 3일이 아니냐"는 댓글이 많이 달리기도 했고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신입사원에게 "유선상으로 진행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자 신입사원이 "유선상이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렇게 답했다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해력', 말 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데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해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2021년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문해력 최고등급이었고요.

특히 20대와 30대는 95%가 최고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잊을 만하면 문해력 논란이 불거지는 걸까요?

일단 정부가 시행한 문해력 조사는 중학교 3학년 정도의 기초적인 수준이라는 겁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지만, 정확한 문해력, 비판적인 문해력은 약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실제 OECD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문제의 정답률을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체 평균의 절반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았고요.

최하위권이었습니다.

[조병영/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능적 문해력', 그러니까 주어진 글을 읽고 이해하는 정도로는 부족하거든요. 무엇이 진실인지 아닌지 허위 정보를 걸러내는 것, 이런 건 너무 당연한 거고요. 글 안에 세상 사회 사람들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어 있고 그것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디지털이 확산하면서 문해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경기연구원은 "미디어 문해력을 개선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종이책 독서 같은 아날로그 형식을 적절히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고요.

실제로 스웨덴과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에서는 학교 수업에서 디지털 기기를 쓰지 않고 종이책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런 말도 모르냐?"는 비난, "나는 그런 말 원래 잘 안 쓴다"는 닫힌 마음이 문해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끊임없이 불거지는 문해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단절된 소통을 드러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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