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현금 없는 시대’ 앞당기나

입력 2023.10.0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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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뜻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과 같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보증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 일상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자산과 달리 CBDC는 은행권(지폐)이나 주화(금속화폐)와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겁니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결제·지급 수단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지금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CBDC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페이팔의 '스테이블 코인(Libra)' 출시 후 국제사회에서는 관련 규제와 함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런 코인이 일상적인 지급 수단으로 확산되고, 중앙은행의 화폐가 유명무실해질 경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인출 사태에 따른 금융 불안정이나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불법 외환 유출 등 다양한 리스크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앙은행의 우려입니다.


■ 한국판 CBDC 첫 윤곽…"은행에서 '예금토큰' 발행"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과 정부가 CBDC를 실제 금융 거래에서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CBDC는 활용 범위와 사용 주체에 따라 '범용(retail/general purpose)'과 '기관용(wholesale)'으로 구분됩니다. 현금처럼 경제 주체들에게 직접 발행돼 일상에서 사용되는 것이 범용이라면, 지급준비금과 유사하게 금융기관에 발행돼 금융기관 사이의 자금 거래와 최종 결제 등에 활용되는 형태가 기관용입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일단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관련 법·제도 정비가 되지 않은 만큼 참여 금융기관을 은행으로 한정하고 실거래 테스트도 예금토큰만을 활용해 제한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국은행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면 실험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예금토큰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CBDC 네트워크는 이원화돼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구성안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 안에서 기관용 CBDC와 함께 세 가지 종류의 민간 디지털 통화가 발행됩니다.

먼저 CBDC 시스템은 기관용 CBDC와 디지털 통화 Ⅰ형, Ⅱ형이 발행·유통되는 플랫폼으로 참가가 허용된 금융기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Ⅰ형 통화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으로 쉽게 말하면 현재 예금과 유사합니다. Ⅱ형 통화는 은행 등이 발행하는 이머니토큰으로 발행기관은 발행액에 상응하는 기관용 CBDC를 담보 자산으로 보유하게 됩니다.

외부 연계 시스템은 특정 디지털 자산이 발행·유통되는 별도의 플랫폼인데, 이는 특수목적의 지급용 토큰으로 CBDC 시스템 내의 Ⅱ형 통화를 100% 담보로 발행됩니다.

정리해보면, 현재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결제하는 것처럼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금융회사 등이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수단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하게 됩니다.

은행 고객들은 주식 거래를 할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 것과 같이 예금 토큰 계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결국, 예금토큰은 은행이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분산원장 기술 등을 이용해 발행하는, 예금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넣었을 때 어떤 금융 서비스, 지급결제서비스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와 함께 토큰 증권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만들어졌을 때 (중앙은행이)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재난지원금 지급·중고차 거래…활용법 무궁무진

예금 토큰을 보유한 사람은 현재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예금 토큰을 이전할 수 있게 되는데요. 또 CBDC 네트워크상에서 은행의 예금 토큰은 언제든지 은행의 일반 예금으로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관련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자금을 이체할 때 생기는 지급효력은 은행의 원장에 기록된 순간 발생하는데 예금토큰 발행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의 경우 원장에 기록되는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앙집중형 원장에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법적 효과를 보장하려고 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영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어 시장 참가자들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BDC 관련 도입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재난지원금과 같은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란 측면도 부각됐던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비하지 않고 저축에 사용할 경우 재정집행 효과가 떨어지는데 CBDC 형태로 지급할 경우 소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중개기관의 의존도를 줄여 결제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별도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즉각적인 대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힙니다. 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매출전표 매입 후 3영업일이 지나야 대금을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데 예금토큰을 사용할 경우 실시간에 가깝게 수령할 수 있어 소상공인 등의 유동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부장은 "기부금 매칭펀드 같은 경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중고차 매매와 같이 명의와 자금이 동시에 이전돼야 하는 상황에서도 결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활용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이쯤에서 이 디지털 통화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활용성 테스트에 참여하는 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는 CBDC 네트워크에서만 발행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거나 구매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내년 4분기 '일반 국민' 대상 실거래 테스트


한국은행과 정부는 내년 4분기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 참가 인원과 기준 등은 참여할 은행이 결정되고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가 결정된 뒤에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자금이체보다는 기존 지급서비스와 차별화되는 다양한 그리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실험해 보는 게 관건입니다.

이용자 대상 실험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와 개인 정보 보호 이슈에는 우려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CBDC는 일반인에게 직접 발행하는 게 아니라 은행에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만큼 한국은행이 고객 개인정보를 볼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가하는 은행들도 암호화 기술을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동의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거래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미래 화폐' 선도할 수 있을까?


약 116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가입한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진행됩니다. BIS는 네트워크 설계와 구축 방안에 대한 기술 자문 등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직 국제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BIS와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한국은행과 정부 설명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미래의 통화 시스템을 국내에 구현해볼 기회를 선점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한녕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BIS와의 협력 의미에 대해 "IT(정보통신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지급 수단 관점에서도 각종 페이가 쓰이는 인프라가 구축된 나라다 보니 손을 잡게 된 것 같다"며 "BIS가 CBDC의 개념적인 부분을 이론적으로 만들어왔다면 (이번 실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경험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국가들은 일상 경제생활에 통용되는 범용 CBDC 발행에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 개발 강도를 점차 높여가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BIS 조사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의 약 93%가 CBDC 관련 연구 또는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실제 CBDC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 활용되는 범용 CBDC의 경우 주요국 동향을 고려하는 가운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 기반 마련 및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향후 신뢰성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공급이 요구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는데요. BIS는 이미 2021년 연례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표현으로 각국의 물밑 경쟁을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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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를?…‘현금 없는 시대’ 앞당기나
    • 입력 2023-10-05 08: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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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뜻합니다.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원리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과 같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보증이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 일상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자산과 달리 CBDC는 은행권(지폐)이나 주화(금속화폐)와 형태만 다를 뿐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겁니다.

디지털 기술에 기반해 결제·지급 수단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는 지금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CBDC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페이팔의 '스테이블 코인(Libra)' 출시 후 국제사회에서는 관련 규제와 함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런 코인이 일상적인 지급 수단으로 확산되고, 중앙은행의 화폐가 유명무실해질 경우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인출 사태에 따른 금융 불안정이나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불법 외환 유출 등 다양한 리스크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앙은행의 우려입니다.


■ 한국판 CBDC 첫 윤곽…"은행에서 '예금토큰' 발행"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과 정부가 CBDC를 실제 금융 거래에서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본격적인 실험에 착수했습니다.

CBDC는 활용 범위와 사용 주체에 따라 '범용(retail/general purpose)'과 '기관용(wholesale)'으로 구분됩니다. 현금처럼 경제 주체들에게 직접 발행돼 일상에서 사용되는 것이 범용이라면, 지급준비금과 유사하게 금융기관에 발행돼 금융기관 사이의 자금 거래와 최종 결제 등에 활용되는 형태가 기관용입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일단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활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관련 법·제도 정비가 되지 않은 만큼 참여 금융기관을 은행으로 한정하고 실거래 테스트도 예금토큰만을 활용해 제한적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국은행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면 실험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예금토큰을 발행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CBDC 네트워크는 이원화돼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구성안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 안에서 기관용 CBDC와 함께 세 가지 종류의 민간 디지털 통화가 발행됩니다.

먼저 CBDC 시스템은 기관용 CBDC와 디지털 통화 Ⅰ형, Ⅱ형이 발행·유통되는 플랫폼으로 참가가 허용된 금융기관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Ⅰ형 통화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으로 쉽게 말하면 현재 예금과 유사합니다. Ⅱ형 통화는 은행 등이 발행하는 이머니토큰으로 발행기관은 발행액에 상응하는 기관용 CBDC를 담보 자산으로 보유하게 됩니다.

외부 연계 시스템은 특정 디지털 자산이 발행·유통되는 별도의 플랫폼인데, 이는 특수목적의 지급용 토큰으로 CBDC 시스템 내의 Ⅱ형 통화를 100% 담보로 발행됩니다.

정리해보면, 현재 은행들이 한국은행에 개설한 계좌의 예금 즉 지급준비금을 활용해 자금을 거래하고 결제하는 것처럼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면 금융회사 등이 이와 연계된 지급결제수단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하게 됩니다.

은행 고객들은 주식 거래를 할 때 증권 계좌를 만드는 것과 같이 예금 토큰 계좌를 개설해야 합니다.

결국, 예금토큰은 은행이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분산원장 기술 등을 이용해 발행하는, 예금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디지털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넣었을 때 어떤 금융 서비스, 지급결제서비스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와 함께 토큰 증권 등 새로운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만들어졌을 때 (중앙은행이) 이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재난지원금 지급·중고차 거래…활용법 무궁무진

예금 토큰을 보유한 사람은 현재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예금 토큰을 이전할 수 있게 되는데요. 또 CBDC 네트워크상에서 은행의 예금 토큰은 언제든지 은행의 일반 예금으로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관련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상황입니다. 자금을 이체할 때 생기는 지급효력은 은행의 원장에 기록된 순간 발생하는데 예금토큰 발행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의 경우 원장에 기록되는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중앙집중형 원장에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법적 효과를 보장하려고 한다"며 "이런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영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어 시장 참가자들과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BDC 관련 도입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을 때 재난지원금과 같은 재정의 효율적 집행이란 측면도 부각됐던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비하지 않고 저축에 사용할 경우 재정집행 효과가 떨어지는데 CBDC 형태로 지급할 경우 소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 있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겁니다.

중개기관의 의존도를 줄여 결제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별도 정산 과정이 불필요해 즉각적인 대금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힙니다. 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가 매출전표 매입 후 3영업일이 지나야 대금을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데 예금토큰을 사용할 경우 실시간에 가깝게 수령할 수 있어 소상공인 등의 유동성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부장은 "기부금 매칭펀드 같은 경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중고차 매매와 같이 명의와 자금이 동시에 이전돼야 하는 상황에서도 결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활용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이쯤에서 이 디지털 통화를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하거나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활용성 테스트에 참여하는 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는 CBDC 네트워크에서만 발행되고 유통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거나 구매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내년 4분기 '일반 국민' 대상 실거래 테스트


한국은행과 정부는 내년 4분기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거래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반인 참가 인원과 기준 등은 참여할 은행이 결정되고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가 결정된 뒤에 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 자금이체보다는 기존 지급서비스와 차별화되는 다양한 그리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실험해 보는 게 관건입니다.

이용자 대상 실험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문제와 개인 정보 보호 이슈에는 우려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은 CBDC는 일반인에게 직접 발행하는 게 아니라 은행에 발행하고 은행이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예금토큰을 발행하는 만큼 한국은행이 고객 개인정보를 볼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가하는 은행들도 암호화 기술을 통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동의를 받은 범위 내에서만 거래기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 '미래 화폐' 선도할 수 있을까?


약 116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CBDC 활용성 테스트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가입한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진행됩니다. BIS는 네트워크 설계와 구축 방안에 대한 기술 자문 등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직 국제 표준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BIS와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게 한국은행과 정부 설명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미래의 통화 시스템을 국내에 구현해볼 기회를 선점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한녕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BIS와의 협력 의미에 대해 "IT(정보통신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이고 지급 수단 관점에서도 각종 페이가 쓰이는 인프라가 구축된 나라다 보니 손을 잡게 된 것 같다"며 "BIS가 CBDC의 개념적인 부분을 이론적으로 만들어왔다면 (이번 실험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경험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국가들은 일상 경제생활에 통용되는 범용 CBDC 발행에는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미래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 개발 강도를 점차 높여가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BIS 조사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 의 약 93%가 CBDC 관련 연구 또는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실제 CBDC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입니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 활용되는 범용 CBDC의 경우 주요국 동향을 고려하는 가운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술 기반 마련 및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향후 신뢰성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공급이 요구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는데요. BIS는 이미 2021년 연례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표현으로 각국의 물밑 경쟁을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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