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폭으로 아들 잃었는데, 학교는 ‘학폭 없음’”…경찰, 학교 압수수색

입력 2023.10.05 (21:13) 수정 2023.10.0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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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학교나 경찰에 책임을 묻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학생이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졌지만 마지못해 조사한 뒤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린 학교를 경찰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도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17살 고등학생 A군.

부모가 학교폭력 가능성을 인지한 건 아들이 죽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였습니다.

[A 군 부친/음성변조 : "계속 우리 아들 험담을 하고 다니니까 우리 아들이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A 군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 동급생들에게 불려나가 조용히 살란 얘길 들은 사실도 친구에게 남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만 댔습니다.

[○○고 교감/지난해 12월/음성변조 : "지금 상황에서는 학교가 중간에서 그 조사(학폭 조사)를 하기에는 너무 어려움이 크다는 거죠."]

결국 A군이 숨진 지 세 달이 지나서 개최된 학폭위는 가해 학생 진술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증거불충분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A 군 부친/음성변조 :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힘들어했다고 설명하는 애들이 있다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 애들은 객관적이지 않으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경찰은 A 군을 불러내 몸싸움을 하거나 위협한 8명을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오늘(5일)은 해당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지헌/변호사 : "부인한다고 넘어갈 게 아니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이 사건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그런 부분이 별로 보이지가 않거든요."]

경찰이 학폭위가 부실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보겠다며 학교를 압수수색한 건 이례적입니다.

이와 별개로 국가인권위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자의적으로 삼자 대면시킨 지방 경찰관을 주의 조치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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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학폭으로 아들 잃었는데, 학교는 ‘학폭 없음’”…경찰, 학교 압수수색
    • 입력 2023-10-05 21:13:56
    • 수정2023-10-06 07:56:48
    뉴스 9
[앵커]

학교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학교나 경찰에 책임을 묻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학생이 괴롭힘에 시달리다 숨졌지만 마지못해 조사한 뒤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린 학교를 경찰이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도윤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진 17살 고등학생 A군.

부모가 학교폭력 가능성을 인지한 건 아들이 죽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였습니다.

[A 군 부친/음성변조 : "계속 우리 아들 험담을 하고 다니니까 우리 아들이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A 군이 세상을 떠나기 전날, 동급생들에게 불려나가 조용히 살란 얘길 들은 사실도 친구에게 남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등 이런저런 핑계만 댔습니다.

[○○고 교감/지난해 12월/음성변조 : "지금 상황에서는 학교가 중간에서 그 조사(학폭 조사)를 하기에는 너무 어려움이 크다는 거죠."]

결국 A군이 숨진 지 세 달이 지나서 개최된 학폭위는 가해 학생 진술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증거불충분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A 군 부친/음성변조 :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힘들어했다고 설명하는 애들이 있다라고 얘기를 했더니 그 애들은 객관적이지 않으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달랐습니다.

경찰은 A 군을 불러내 몸싸움을 하거나 위협한 8명을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오늘(5일)은 해당 학교와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지헌/변호사 : "부인한다고 넘어갈 게 아니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되는데, 이 사건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그런 부분이 별로 보이지가 않거든요."]

경찰이 학폭위가 부실하게 운영됐는지를 살펴보겠다며 학교를 압수수색한 건 이례적입니다.

이와 별개로 국가인권위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자의적으로 삼자 대면시킨 지방 경찰관을 주의 조치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한효정/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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