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소용없는 간호사에 주 4일제 ‘파격’ 실험…효과는?

입력 2023.10.08 (20:33) 수정 2023.10.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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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날인 내일(9일)까지 다시 연휴가 이어지지만, 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교대 근무로 일하는 '간호사'들이 대표적인데요.

국내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의 이른바 번아웃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4일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6년 차 간호사 김연주 씨는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는 주 4일제를 올해 신청했습니다.

임금이 일부 줄어든다는 점에 망설였지만, 삶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김연주/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쉬는 날도 오로지 너무 힘드니까 거의 아무것도 잘 못하고 이러니까, 아이한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좀 더 소홀해지더라고요."]

김 씨처럼 주 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는 모두 30명.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중간 평가 결과, 간호사들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71점으로 18점 올랐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점수도 37점에서 62점까지 뛰었습니다.

[김연주/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아이도 엄마가 집에 오래 있고 자주 있으니까 더 만족하는 거 같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2회 정도는 규칙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아요."]

병원 전체 간호사의 70% 가까이가 호소했던 '번아웃' 문제.

주 4일제 간호사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소진 정도는 모두 18점씩 떨어졌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 출근하기 싫다 같은 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훨씬 줄었습니다.

[김근영/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환자나 보호자분들한테 더 기분 좋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아서, 제 직업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더 많이 생겼던 (경험이었어요.)"]

신입의 경우 1년에 절반이 그만둘 정도였던 간호사 사직률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 "저희도 상상 못 한 건데, 주 4일제를 하고 있는 병동의 사직률이 0%가 된 거예요."]

효과는 명확하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 4명을 추가 채용했는데, 주 4일제 간호사의 임금은 10%만 삭감하고 나머지 비용은 병원이 감당했습니다.

전체 간호사 6천 명이 주 4일제를 하려면 400억 원 이상이 든다는 게 병원 측 추산입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 "시범사업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서, 더 많은 병원으로 확대하고 이게 연착륙되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대상 인원을 40명으로 늘려 내년에도 주 4일제 실험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정예나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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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소용없는 간호사에 주 4일제 ‘파격’ 실험…효과는?
    • 입력 2023-10-08 20:33:47
    • 수정2023-10-08 20:41:43
    뉴스 9
[앵커]

한글날인 내일(9일)까지 다시 연휴가 이어지지만, 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분들, 적지 않습니다.

교대 근무로 일하는 '간호사'들이 대표적인데요.

국내 한 대형 병원에서 간호사의 이른바 번아웃과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 4일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6년 차 간호사 김연주 씨는 일주일에 4일만 출근하는 주 4일제를 올해 신청했습니다.

임금이 일부 줄어든다는 점에 망설였지만, 삶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김연주/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쉬는 날도 오로지 너무 힘드니까 거의 아무것도 잘 못하고 이러니까, 아이한테 신경을 쓰는 부분이 좀 더 소홀해지더라고요."]

김 씨처럼 주 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는 모두 30명.

삶에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중간 평가 결과, 간호사들의 행복도는 100점 만점에 71점으로 18점 올랐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점수도 37점에서 62점까지 뛰었습니다.

[김연주/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아이도 엄마가 집에 오래 있고 자주 있으니까 더 만족하는 거 같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주 2회 정도는 규칙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아요."]

병원 전체 간호사의 70% 가까이가 호소했던 '번아웃' 문제.

주 4일제 간호사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소진 정도는 모두 18점씩 떨어졌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 출근하기 싫다 같은 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훨씬 줄었습니다.

[김근영/주 4일제 시범사업 참여 간호사 : "환자나 보호자분들한테 더 기분 좋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거 같아서, 제 직업에 대한 애정이나 자부심이 더 많이 생겼던 (경험이었어요.)"]

신입의 경우 1년에 절반이 그만둘 정도였던 간호사 사직률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권미경/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 위원장 : "저희도 상상 못 한 건데, 주 4일제를 하고 있는 병동의 사직률이 0%가 된 거예요."]

효과는 명확하지만 문제는 비용입니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 4명을 추가 채용했는데, 주 4일제 간호사의 임금은 10%만 삭감하고 나머지 비용은 병원이 감당했습니다.

전체 간호사 6천 명이 주 4일제를 하려면 400억 원 이상이 든다는 게 병원 측 추산입니다.

[김종진/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 "시범사업에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해서, 더 많은 병원으로 확대하고 이게 연착륙되는 데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브란스병원 노사는 대상 인원을 40명으로 늘려 내년에도 주 4일제 실험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습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영상편집:이기승/그래픽:정예나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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