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차별 범죄에 효과 無’ 용도폐기하더니…기동순찰대 부활?

입력 2023.10.11 (11:44) 수정 2023.10.11 (14: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공원 야산에서 이어졌던 이른바 '묻지마 범죄'. 반복되는 유사 범행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대로 커졌고, 경찰은 조직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들을 발표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동순찰대 부활' 방안이었습니다. 전국 경찰서에서 정보과 폐지 등을 통해 인력 2,900명 가량을 확보하고, 이를 현장에 배치해 '기동순찰대'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정작 10년 전에는 같은 제도를 놓고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순찰 강화로 범죄 감소 않는다"는 10년 전 경찰 보고서

이형석 국회 행정안전위원(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경찰의 '취약지점 집중순찰의 범죄예방효과 실험연구' 연구 용역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13년 작성된 이 보고서는 경찰청이 스스로 발주해 만든 보고서였습니다. 당시의 결론은 "경찰의 기동순찰대가 이상동기 범죄처럼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에는 뚜렷한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의경 방범순찰대를 활용한 순찰 실험이 이뤄진 지역에서) 시민들의 체감안전도는 향상됐고 절도 범죄 피해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폭력 등 다른 유형의 범죄들은 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또 "공식범죄통계 분석과 범죄 및 112 신고 발생과 관련해서도 기동순찰대의 순찰 전후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기동순찰대가 흉기 소지나 위협,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를 막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살인·강도·폭력·성범죄 오히려 증가하자…경찰, 3년 만에 기동순찰대 폐지

2014년과 2015년 기동순찰대를 실제로 운용했던 전국 10개 경찰서 관내의 5대 범죄 발생 현황도 보고서의 결론과 같았습니다.

기동순찰대가 설치됐던 지역에서 '계획 범죄'인 절도는 2014년 25,945건에서 2015년 22,808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살인, 강도, 폭력, 강간·강제추행 등 '우발적으로 이뤄지는 범죄'건수는 비슷하거나 되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청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기동순찰대를 점차 확대 운용하다 폐지했던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흉기난동 잇따르자 슬그머니, 급히 부활한 기동순찰대

하지만 이렇게 사실상 '용도폐기' 됐던 기동순찰대는 지난 9월 부활했습니다. 경찰이 내근직 2,900여명을 '기동순찰대'로 편성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입니다.

경찰 스스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고 결론내렸던 제도를 다시 도입한 이유는 뭘까. 어떤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기동순찰대 부활을 결정했는지 묻는 질문에 경찰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동순찰대 부활' 조직개편이 이례적으로 급하게 이뤄진 점도 문제입니다. 기동순찰대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를 면밀히 살필 시간을 갖기는 했는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비슷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조직개편의 이례적인 속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 행정안전부의 '통합활용정원 감축 및 인력재배치' 정책에 따라 344명에 대한 조직 개편을 했습니다. 당시 절차는 자체조직 진단과 직제개정 계획 수립, 국가경찰위원회의 의결 절차까지 거친 후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은 자체조직 진단을 거치지 않았고 국가경찰위원회 의결 때도 당초 없었던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습니다. 지난 4월 조직개편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개편 대상자가 2,900여명에 달해 과거보다 8배 이상 많은데도 의사 결정이 매우 급하게 이뤄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형석 위원은 “단기간 내 이뤄진 조직개편은 조직 기능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범죄예방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와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과거 운영상 단점 보완해 시행할 것"

경찰은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부족한 점을 도입 시점인 내년 1월 전까지 보완해 시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112 신고 출동 위주로 운영됐던 과거와 달리, 범죄 예방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기동순찰대의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고, 광역 단위 범죄 대응이 어려웠던 점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 만드는 기동순찰대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운영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현재 설계 중이고 범죄 예방과 관련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물론, 과거 사례 등을 폭넓게 고려해 내년 1월 도입 전까지 운영 체계를 면밀하게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무차별 범죄에 효과 無’ 용도폐기하더니…기동순찰대 부활?
    • 입력 2023-10-11 11:44:18
    • 수정2023-10-11 14:40:25
    단독

최근 거리에서, 백화점에서, 공원 야산에서 이어졌던 이른바 '묻지마 범죄'. 반복되는 유사 범행에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대로 커졌고, 경찰은 조직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대책들을 발표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동순찰대 부활' 방안이었습니다. 전국 경찰서에서 정보과 폐지 등을 통해 인력 2,900명 가량을 확보하고, 이를 현장에 배치해 '기동순찰대'로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정작 10년 전에는 같은 제도를 놓고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순찰 강화로 범죄 감소 않는다"는 10년 전 경찰 보고서

이형석 국회 행정안전위원(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경찰의 '취약지점 집중순찰의 범죄예방효과 실험연구' 연구 용역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2013년 작성된 이 보고서는 경찰청이 스스로 발주해 만든 보고서였습니다. 당시의 결론은 "경찰의 기동순찰대가 이상동기 범죄처럼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에는 뚜렷한 예방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의경 방범순찰대를 활용한 순찰 실험이 이뤄진 지역에서) 시민들의 체감안전도는 향상됐고 절도 범죄 피해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폭력 등 다른 유형의 범죄들은 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또 "공식범죄통계 분석과 범죄 및 112 신고 발생과 관련해서도 기동순찰대의 순찰 전후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기동순찰대가 흉기 소지나 위협, 난동 등 이상동기 범죄를 막는데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살인·강도·폭력·성범죄 오히려 증가하자…경찰, 3년 만에 기동순찰대 폐지

2014년과 2015년 기동순찰대를 실제로 운용했던 전국 10개 경찰서 관내의 5대 범죄 발생 현황도 보고서의 결론과 같았습니다.

기동순찰대가 설치됐던 지역에서 '계획 범죄'인 절도는 2014년 25,945건에서 2015년 22,808건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살인, 강도, 폭력, 강간·강제추행 등 '우발적으로 이뤄지는 범죄'건수는 비슷하거나 되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청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기동순찰대를 점차 확대 운용하다 폐지했던 것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흉기난동 잇따르자 슬그머니, 급히 부활한 기동순찰대

하지만 이렇게 사실상 '용도폐기' 됐던 기동순찰대는 지난 9월 부활했습니다. 경찰이 내근직 2,900여명을 '기동순찰대'로 편성하겠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입니다.

경찰 스스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고 결론내렸던 제도를 다시 도입한 이유는 뭘까. 어떤 실증적 근거를 토대로 기동순찰대 부활을 결정했는지 묻는 질문에 경찰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기동순찰대 부활' 조직개편이 이례적으로 급하게 이뤄진 점도 문제입니다. 기동순찰대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를 면밀히 살필 시간을 갖기는 했는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거 비슷한 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조직개편의 이례적인 속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4월 행정안전부의 '통합활용정원 감축 및 인력재배치' 정책에 따라 344명에 대한 조직 개편을 했습니다. 당시 절차는 자체조직 진단과 직제개정 계획 수립, 국가경찰위원회의 의결 절차까지 거친 후 조직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조직 개편은 자체조직 진단을 거치지 않았고 국가경찰위원회 의결 때도 당초 없었던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습니다. 지난 4월 조직개편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개편 대상자가 2,900여명에 달해 과거보다 8배 이상 많은데도 의사 결정이 매우 급하게 이뤄진 겁니다.

이와 관련해 이형석 위원은 “단기간 내 이뤄진 조직개편은 조직 기능에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범죄예방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와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과거 운영상 단점 보완해 시행할 것"

경찰은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부족한 점을 도입 시점인 내년 1월 전까지 보완해 시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선 112 신고 출동 위주로 운영됐던 과거와 달리, 범죄 예방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기동순찰대의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고, 광역 단위 범죄 대응이 어려웠던 점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새로 만드는 기동순찰대는 범죄를 줄이기 위해 경찰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운영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현재 설계 중이고 범죄 예방과 관련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물론, 과거 사례 등을 폭넓게 고려해 내년 1월 도입 전까지 운영 체계를 면밀하게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