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오남용 수사 의뢰해봤자…병원은 오늘도 ‘성업 중’ [탐사K]

[앵커]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 KBS가 여러 차례 짚어드렸는데요.

해마다 식약처가 과다 처방이 의심되는 병원 수십 곳을 적발해 수사 의뢰를 하고는 있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식욕억제제 처방을 받기도 쉽고 효과도 좋다며 입소문 난 병원입니다.

[의사/음성변조 : "혹시 몇 킬로그램까지 빼실 건가요? (저 한 4킬로그램은 빼고 싶어서...) 이번에 드시면 목표까지 빠질 겁니다."]

식욕억제제를 처방받는 데 1분 30초가 걸렸습니다.

처방받은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오남용 위험이 큰 약물.

과체중 여부를 따져야 하지만, 키와 몸무게는 재지도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 병원, 올 1월과 6월 두 차례 마약류 의약품 과다 처방이 의심된다며 식약처가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식약처가 최근 5년간 수사 의뢰한 병·의원 내역입니다.

경찰이 결론을 낸 143곳 가운데 44%,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두 번 이상 수사 의뢰된 병·의원이 16곳인데, 그중 11곳은 경찰이 무혐의 처분하거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뒤 식약처가 다시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검찰 기소가 된 경우는 단 한 건, 이마저도 벌금형이었습니다.

식약처가 오남용 단서를 확인하고 수사를 의뢰했어도, 해당 병·의원 대부분은 별다른 처벌 없이 영업을 해온 겁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의료용 마약 사건은 의사 처방권이라는 게 있거든요. 상당히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식약처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 그뿐, 그 뒤 결과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추적, 관리하는 지침도 없습니다.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 위원/더불어민주당 : "식약처가 수사 의뢰만 하고 한 마디로 손 털어버린단 말이에요. 식약처가 다시 통보를 받고 그 의료기관들을 관리하는 그런 협업 체제가 구축이 돼야 해요."]

식약처는 수사 결과가 신속히 통보될 수 있도록 경찰청과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신지수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 송혜성/영상편집:이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