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별오름 불놓기 장관 이제는 못 봐요”…‘불’ 없는 제주들불축제 현실화

입력 2023.10.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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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 초순이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는 들불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습니다. 커다란 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이 특별한 '불축제'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새별오름을 찾곤 했는데요,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제주들불축제를 볼 수 없게 됐습니다.오름에 불을 놓는 행위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시가 불놓기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 제주 들불축제의 운명을 바꿔 놓은 '산불' 그리고 '논평' 하나

최근 제주 들불축제는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자체가 취소됐고, 이듬해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됐습니다. 2022년에는 강원·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로 또 축제가 취소되더니, 올해도 축제 개최 시기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자 오름 불놓기와 불꽃놀이 등 불 관련 행사가 전면 취소된 채 반쪽 행사에 그쳤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 없는 들불축제가 이어진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주녹색당이 내놓은 논평 하나가 제주들불축제의 운명을 바꿔놓는 트리거가 됐습니다.


제주녹색당은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무엇보다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제주도민 749명의 서명을 받아 이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다뤄달라고 제주도에 청구했습니다. 제주도는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도민 200명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과연 제주도민들은 들불축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요?

■ "환경·생태적 가치 지키는 '근본적 변화' 권고"…제주시, '오름 불놓기' 안 하겠다

원탁회의에 참여한 제주도민은 들불축제의 유지를 바라는 의견이 50.8%로 다소 우세했습니다. 다만 오름에 불을 놓는 지금의 축제 방식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30.5%에 그쳤습니다. 들불축제를 계속 이어가야 하지만 뭔가 조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해석됐습니다.

들불축제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이 같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축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권고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 배출, 산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상 오름에 불을 놓는 방식은 앞으로 하지 말자는 의견으로 읽혔습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안을 수용했습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이에 따라 '오름 불놓기'는 볼 수 없게 됐고, 2024년은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2025년부터는 새로운 방식의 들불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제주들불축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 오름 불놓기를 하지 않더라도 들불축제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불' 없는 제주들불축제…25년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화산섬 제주 생성의 근원인 불에서 유래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해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놓기 문화가 있었는데 들불축제는 이러한 제주의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불’을 테마로 성장해온 제주도의 대표 축제입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30만 명 전후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봄이 찾아올 무렵, 제주 중산간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난 들불은 제주관광의 꽃이 되었지만, 기후변화의 시대를 이겨내지 못한 들불축제는 25년 만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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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3월 초순이면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에는 들불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습니다. 커다란 오름을 따라 붉은 불꽃이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이 특별한 '불축제'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새별오름을 찾곤 했는데요, 이제는 더이상 예전의 제주들불축제를 볼 수 없게 됐습니다.오름에 불을 놓는 행위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주시가 불놓기 행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 제주 들불축제의 운명을 바꿔 놓은 '산불' 그리고 '논평' 하나

최근 제주 들불축제는 대내외적인 여건으로 부침을 겪었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행사 자체가 취소됐고, 이듬해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됐습니다. 2022년에는 강원·경북 지역을 휩쓴 산불로 또 축제가 취소되더니, 올해도 축제 개최 시기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자 오름 불놓기와 불꽃놀이 등 불 관련 행사가 전면 취소된 채 반쪽 행사에 그쳤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불' 없는 들불축제가 이어진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주녹색당이 내놓은 논평 하나가 제주들불축제의 운명을 바꿔놓는 트리거가 됐습니다.


제주녹색당은 오름 훼손, 생태계 파괴 등의 산적한 문제와 함께 무엇보다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고 제주도민 749명의 서명을 받아 이 문제를 공론의 장에서 다뤄달라고 제주도에 청구했습니다. 제주도는 '숙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에 따라 도민 200명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과연 제주도민들은 들불축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요?

■ "환경·생태적 가치 지키는 '근본적 변화' 권고"…제주시, '오름 불놓기' 안 하겠다

원탁회의에 참여한 제주도민은 들불축제의 유지를 바라는 의견이 50.8%로 다소 우세했습니다. 다만 오름에 불을 놓는 지금의 축제 방식을 유지하자는 의견은 30.5%에 그쳤습니다. 들불축제를 계속 이어가야 하지만 뭔가 조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해석됐습니다.

들불축제 원탁회의 운영위원회는 이 같은 주민 의견을 바탕으로 축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권고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도민과 관광객의 탄소 배출, 산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사실상 오름에 불을 놓는 방식은 앞으로 하지 말자는 의견으로 읽혔습니다.

제주시는 들불축제 원탁회의 운영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안을 수용했습니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이에 따라 '오름 불놓기'는 볼 수 없게 됐고, 2024년은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 2025년부터는 새로운 방식의 들불축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제주들불축제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 오름 불놓기를 하지 않더라도 들불축제의 명칭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불' 없는 제주들불축제…25년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준비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화산섬 제주 생성의 근원인 불에서 유래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오래전부터 농한기에 소를 방목하기 위해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는 불놓기 문화가 있었는데 들불축제는 이러한 제주의 목축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현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불’을 테마로 성장해온 제주도의 대표 축제입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30만 명 전후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관광축제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봄이 찾아올 무렵, 제주 중산간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난 들불은 제주관광의 꽃이 되었지만, 기후변화의 시대를 이겨내지 못한 들불축제는 25년 만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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