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강서구 표심, 왜?’…대선 때는 2.2%p, 이번엔 17.15%p 격차

입력 2023.10.12 (11:50) 수정 2023.10.12 (21:2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다가올 내년 총선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져 왔습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자,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두 자릿수로 벌어진 표차의 의미가 더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집계 결과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모두 13만7066표(56.52%)를 얻어 9만5492표(39.37%) 득표에 그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15%p 차이로 크게 따돌렸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늘(12일)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도 "강서구는 원래 당의 험지"라거나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다며 득표율 차이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서울 강서구가 민주당 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에 '부동의 험지'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구민들은 당시 민주당 김승현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손을 득표율 2.61%p 차이로 들어준 바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서울 강서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율 49.17%,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6.97%로, 여야 후보에게 불과 2.2%p 차이 밖에 두지 않은 접전지였습니다.

갑, 을, 병 지역구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임을 고려한다면, 득표율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고무적으로 선방을 했던 곳입니다.


■ "강서 18%p 진다" 맞힌 이준석…지난 총선 양상과 거의 일치

민심이 대선 뿐 아니라, 지난 21대 총선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시 강서구 갑, 을, 병 여야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민주당 57.26%, 국민의힘 39.18%로 집계되는데, 이번 보궐 선거 결과인 민주당 56.52%, 국민의힘 39.37%와 거의 일치합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같은 득표 차를 미리 예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에서 "21대 총선 때 강서 갑·을·병의 양당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17.87%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며 "저는 그대로 간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선 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표 차이가 작게 나거나 아니면 뒤집기도 했던 건데 (지금은) 다 빠져나갔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18%포인트 차이로 진다, 이런 인디언 기우제식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이준석 "대선·지선 때 쌓아 올린 자산 오늘로써 리셋"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패배에서 멈추지 못하고 더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늘(12일) 자신의 SNS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 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 올린 자산이 오늘로써 완벽하게 리셋됐다"라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오늘의 결과는 17.87%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안타까운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하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실패한 체제'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어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라는 말을 덧붙여 당 쇄신 요구와 함께 비판의 화살을 용산 대통령실과 지도부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 표심 바뀐 이유는 '정권 심판론'…국민의힘 "당 체질 쇄신하겠다"

사실 당 안팎에서는 패인으로 김태우 후보의 재공천을 꼽아 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국민의힘 김 후보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며 열리게 됐는데, 그 자리에 또다시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광복절 특사를 통해 대법원 판결이 '편파적' 이라며 불복했고,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국민의힘 당규도 무시했다는 지적이 줄곧 나왔습니다.

여기에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에 대해서도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해서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앞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귀책으로 열렸다는 점을 지적해 비용과 공천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을 고려하면 '내로남불' 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기에 잇따른 윤석열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의 부실한 인사 검증 등 국정 기조에 대한 국민의 이른 심판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습니다.

국민의힘은 내일(13일) 긴급 최고위를 열고 당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오는 일요일(15일)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보궐 선거로 수도권 위기론에 '경각심'을 갖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겠다는 취지인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방침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바뀐 강서구 표심, 왜?’…대선 때는 2.2%p, 이번엔 17.15%p 격차
    • 입력 2023-10-12 11:50:17
    • 수정2023-10-12 21:27:16
    심층K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다가올 내년 총선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져 왔습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자, 6개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두 자릿수로 벌어진 표차의 의미가 더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집계 결과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모두 13만7066표(56.52%)를 얻어 9만5492표(39.37%) 득표에 그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15%p 차이로 크게 따돌렸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늘(12일) "결과를 존중하겠다"면서도 "강서구는 원래 당의 험지"라거나 "이번 선거는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다며 득표율 차이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서울 강서구가 민주당 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국민의힘에 '부동의 험지'는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구민들은 당시 민주당 김승현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손을 득표율 2.61%p 차이로 들어준 바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서울 강서구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 득표율 49.17%,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46.97%로, 여야 후보에게 불과 2.2%p 차이 밖에 두지 않은 접전지였습니다.

갑, 을, 병 지역구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임을 고려한다면, 득표율에서는 조금 밀렸지만 고무적으로 선방을 했던 곳입니다.


■ "강서 18%p 진다" 맞힌 이준석…지난 총선 양상과 거의 일치

민심이 대선 뿐 아니라, 지난 21대 총선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당시 강서구 갑, 을, 병 여야 후보들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민주당 57.26%, 국민의힘 39.18%로 집계되는데, 이번 보궐 선거 결과인 민주당 56.52%, 국민의힘 39.37%와 거의 일치합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이같은 득표 차를 미리 예견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에서 "21대 총선 때 강서 갑·을·병의 양당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17.87%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며 "저는 그대로 간다고 본다. 왜냐하면 대선 때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서 표 차이가 작게 나거나 아니면 뒤집기도 했던 건데 (지금은) 다 빠져나갔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18%포인트 차이로 진다, 이런 인디언 기우제식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 이준석 "대선·지선 때 쌓아 올린 자산 오늘로써 리셋"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이 이번 패배에서 멈추지 못하고 더 수렁으로 빠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늘(12일) 자신의 SNS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 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 올린 자산이 오늘로써 완벽하게 리셋됐다"라고 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오늘의 결과는 17.87%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안타까운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하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실패한 체제'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어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라는 말을 덧붙여 당 쇄신 요구와 함께 비판의 화살을 용산 대통령실과 지도부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 표심 바뀐 이유는 '정권 심판론'…국민의힘 "당 체질 쇄신하겠다"

사실 당 안팎에서는 패인으로 김태우 후보의 재공천을 꼽아 왔습니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국민의힘 김 후보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며 열리게 됐는데, 그 자리에 또다시 김 후보를 공천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광복절 특사를 통해 대법원 판결이 '편파적' 이라며 불복했고,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국민의힘 당규도 무시했다는 지적이 줄곧 나왔습니다.

여기에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에 대해서도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해서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앞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의 귀책으로 열렸다는 점을 지적해 비용과 공천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을 고려하면 '내로남불' 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기에 잇따른 윤석열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의 부실한 인사 검증 등 국정 기조에 대한 국민의 이른 심판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습니다.

국민의힘은 내일(13일) 긴급 최고위를 열고 당 체질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로 하고, 오는 일요일(15일)에는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보궐 선거로 수도권 위기론에 '경각심'을 갖고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겠다는 취지인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방침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