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사진가 윤병삼, ‘늘 푸른 벗’ 소나무를 기록하다

입력 2023.10.12 (20:29) 수정 2023.10.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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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년 수령에도 기백이 넘치는 소나무 앞에서 카메라 셔터가 분주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계절에 따라서 모든 것이 환경이 다르잖아요. 안개가 걷히면서 햇빛이 쏟아질 수도 있고 그 특이한 환경을 쫓아서 이 한 컷을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죠. "]

굴곡진 세월을 견디며 풍찬노숙 한 나무를 기록하는 그에게 소나무는 '늘 푸른 벗'입니다.

창원 구산면의 한 야산.

윤병삼 작가는 부러지고 굽은 솔가지에서 고생한 흔적과 시간을 읽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국내외 험준한 산악을 오르며 변화무쌍한 자연을 담던 그가 소나무에 집중한 지 20여 년.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함은 처음처럼 그를 설레게 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엄청나게 척박한 돌바위에서도 살아요. 그 끈질긴 습성이 우리 민족성을 닮았죠. 그 생명력이라는 게 엄청나잖아요. 예전부터 나무를 좋아했지만 가장 애착이 많이 가지요."]

기상이변과 병충해로 죽어가는 소나무가 안타까운 그에게 사진은 소나무의 역사와 내력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여기가 말랐잖아요. 보호수나 천연기념물을 촬영하러 다녀도 정말로 작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는데 올해 다시 가면 그게 죽어 있을 때 얼마나 허무합니까. 이것도 작년, 작년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이렇게 말라버렸어요. 얼마나 허무합니까.]

다래 넝쿨에 가지를 내주며 공생하면서 풍파에도 꿋꿋하게 자란 소나무는 그에게 사람처럼 친숙한 존재입니다.

천연기념물, 보호수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기록해온 그가 수시로 찾는 든든한 벗.

수고 10미터, 둘레 30미터 넘는 진북 소나무는 430년 수령에도 청년처럼 서슬 푸른 기운을 자랑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다친 나무 하나 없이 다친 가지 하나 없이 이런 나무 만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설렘이 심해서 일기 변화가 심할 때는 실수도 합니다. 순간순간이 변화무쌍하게 되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의령 성황리 소나무를 비롯해 그동안 렌즈에 담은 소나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두께가 사람이 몇이 해야 돼요. 가지가 축 늘어져서 굉장히 고태가 나고요. 그걸 보면 가서 보면 압도 됩니다. 소나무 좋다고 하면 많이도 찾아 다녔어요. 긴 세월 동안. 청량산인데 이게 청량사거든. 절 뒤쪽에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 찍은 거예요. 여긴 불모산입니다. 이거 보이죠. 진해 뒷산 시루바위."]

평생 카메라를 지킨 노장은 한 컷 한 컷 어렵게 포착한 소나무를 책으로 엮을 생각입니다.

필름시절, 이 카메라로 담아낸 소나무는 여전히 푸른데 소임을 마친 카메라 성능은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가 그에겐 나무와 함께한 소중한 이력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필름 하나가 이것보다도 면적이 서너 배 더 크죠. 그런 걸 찍었는데 그건 그냥 죽는 날까지 가지고 있으려고..."]

어느덧 사진인생 50년.

척박한 산에 돌을 쌓아 오솔길을 만들고 나무를 돌보면서 사진가는 지금 미래의 숲을 만드는 중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기계가 들어온 건 하나도 없어요. 다 손으로.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쉼터도 되고 또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되고.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어요."]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나무를 기록하고 나무의 터를 가꾸는 사이 그도 소나무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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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사진가 윤병삼, ‘늘 푸른 벗’ 소나무를 기록하다
    • 입력 2023-10-12 20:29:51
    • 수정2023-10-13 07:30:31
    뉴스7(창원)
430년 수령에도 기백이 넘치는 소나무 앞에서 카메라 셔터가 분주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살아있는 생명이니까 계절에 따라서 모든 것이 환경이 다르잖아요. 안개가 걷히면서 햇빛이 쏟아질 수도 있고 그 특이한 환경을 쫓아서 이 한 컷을 만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죠. "]

굴곡진 세월을 견디며 풍찬노숙 한 나무를 기록하는 그에게 소나무는 '늘 푸른 벗'입니다.

창원 구산면의 한 야산.

윤병삼 작가는 부러지고 굽은 솔가지에서 고생한 흔적과 시간을 읽습니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국내외 험준한 산악을 오르며 변화무쌍한 자연을 담던 그가 소나무에 집중한 지 20여 년.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함은 처음처럼 그를 설레게 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엄청나게 척박한 돌바위에서도 살아요. 그 끈질긴 습성이 우리 민족성을 닮았죠. 그 생명력이라는 게 엄청나잖아요. 예전부터 나무를 좋아했지만 가장 애착이 많이 가지요."]

기상이변과 병충해로 죽어가는 소나무가 안타까운 그에게 사진은 소나무의 역사와 내력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여기가 말랐잖아요. 보호수나 천연기념물을 촬영하러 다녀도 정말로 작년까지만 해도 살아있었는데 올해 다시 가면 그게 죽어 있을 때 얼마나 허무합니까. 이것도 작년, 작년까지는 살아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이렇게 말라버렸어요. 얼마나 허무합니까.]

다래 넝쿨에 가지를 내주며 공생하면서 풍파에도 꿋꿋하게 자란 소나무는 그에게 사람처럼 친숙한 존재입니다.

천연기념물, 보호수를 비롯해 전국의 아름다운 소나무를 기록해온 그가 수시로 찾는 든든한 벗.

수고 10미터, 둘레 30미터 넘는 진북 소나무는 430년 수령에도 청년처럼 서슬 푸른 기운을 자랑합니다.

[윤병삼/사진가 : "다친 나무 하나 없이 다친 가지 하나 없이 이런 나무 만나기가 그렇게 쉽지 않아요. 설렘이 심해서 일기 변화가 심할 때는 실수도 합니다. 순간순간이 변화무쌍하게 되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의령 성황리 소나무를 비롯해 그동안 렌즈에 담은 소나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두께가 사람이 몇이 해야 돼요. 가지가 축 늘어져서 굉장히 고태가 나고요. 그걸 보면 가서 보면 압도 됩니다. 소나무 좋다고 하면 많이도 찾아 다녔어요. 긴 세월 동안. 청량산인데 이게 청량사거든. 절 뒤쪽에 산에 올라가서 소나무 찍은 거예요. 여긴 불모산입니다. 이거 보이죠. 진해 뒷산 시루바위."]

평생 카메라를 지킨 노장은 한 컷 한 컷 어렵게 포착한 소나무를 책으로 엮을 생각입니다.

필름시절, 이 카메라로 담아낸 소나무는 여전히 푸른데 소임을 마친 카메라 성능은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자체가 그에겐 나무와 함께한 소중한 이력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필름 하나가 이것보다도 면적이 서너 배 더 크죠. 그런 걸 찍었는데 그건 그냥 죽는 날까지 가지고 있으려고..."]

어느덧 사진인생 50년.

척박한 산에 돌을 쌓아 오솔길을 만들고 나무를 돌보면서 사진가는 지금 미래의 숲을 만드는 중입니다.

[윤병삼/사진가 : "기계가 들어온 건 하나도 없어요. 다 손으로.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쉼터도 되고 또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되고.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어요."]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나무를 기록하고 나무의 터를 가꾸는 사이 그도 소나무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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