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에 무름병까지’ 배추농가 망연자실…가격도 출렁

입력 2023.10.1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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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장철을 앞두고 가을 배추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의 고랭지 농가에서는 한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이상기후로 우박이 쏟아져 여름 배추 수확을 망친데 이어 이번에는 배추 상당수가 무름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수확량이 줄면서 올 김장철에는 배추 가격도 비쌀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가을 배추 재배지, 배추 대부분이 누렇게 상한 모습.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가을 배추 재배지, 배추 대부분이 누렇게 상한 모습.

■ 알이 찰 시기인데 누런 배추밭…타들어 가는 농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고랭지 배추밭의 모습입니다. 한창 배추가 자라 알이 찰 시기인데,
배추밭 곳곳은 '푸른색'이 아닌 '누런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3천여 제곱미터 넓이의 배추밭에는 성한 배추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고랑마다 말라 죽은 배추가 즐비했습니다. 배추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겉으론 초록색으로 보이던 배추도 속은 시들어 형편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배추가 물러서 잎은 흐물흐물해지다 못해 땅에 녹아 달라붙었고, 뿌리는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애지중지 길러온 배추가 '무름병'에 걸렸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배추들도 상품성은 없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밭에 키운 배추의 3분의 1도 건지지 못할 거라는 게 이 농민의 걱정이었습니다.

인근의 다른 밭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시들어 죽어가는 무름병에 걸린 배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관령원예농협은 올해 대관령의 가을 배추 수확량이 평년의 6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농민들은 상한 배추를 수확하지 않고 버려둘 수도 없습니다.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일부러 돈을 주고 사람을 사 물러진 배추까지 걷어내야 하는 사정. 농민들은 망친 농사를 수습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올 가을 수입은 없고 빚만 늘게 생겼다고 걱정했습니다.

■ 6월엔 쏟아진 우박으로 여름 농사 망쳐 …잇단 악재에 농민은 망연자실

6월 11일 평창군 농경지의 모습. 우박피해로 밭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출처:평창군6월 11일 평창군 농경지의 모습. 우박피해로 밭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출처:평창군

올해 이 마을 배추농가의 시련은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6월 이틀 동안 연이어 내린 우박이 쏟아지면서, 출하를 보름 정도 남긴 배추가 초토화된 것입니다.

평창에서만 4개 읍면에서 40만 제곱미터, 축구장 50개 면적과 맞먹는 배추밭이 우박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여름 배추 농사를 망쳐, 밭을 갈아엎은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농가들은 재기하는 심정으로 가을배추를 심었는데 이번에는 무름병에 걸려 농사를 망치게 된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농민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하늘이 야속하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탓…우박에 고온다습한 기후, 긴 장마까지

고온다습한 기온에 병들어버린 배추 모습고온다습한 기온에 병들어버린 배추 모습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유난히 올해 평창 대관령 배추밭에는 나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대관령에서 가을 배추를 심기 시작한 7월 말쯤에 연이어 내린 비가 악재가 됐습니다. 배추를 심으면 흙에 뿌리가 단단히 내려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강수량이 많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겁니다. 대관령 배추 농가에서는 올해 가을 배추 농사는 초기 작황부터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구 온난화입니다. 초기 작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고랭지의 선선한 기온이 받쳐줬다면 이렇게까지 흉작은 아니었을거라고 농민들은 말합니다. 배추를 심고 나서, 고랭지의 선선한 기온이 이어졌다면 배추의 속이 단단하게 차올랐을 텐데 기상이변으로 고랭지에도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배추 생장기에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무름병, 뿌리혹병, 반쪽시들음병 등 각종 병해충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생육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평창군 봉평면 배추 농가는 불과 2년 전에도 기상으로 인해 큰 흉작을 겪었습니다. 긴 장마로 여름 배추에 질병이 생겨 수확을 못 하고 파버려야 했습니다.

농민들은 특히 올해 장마에 우박, 고온다습한 기온까지 이어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맞는 배추 품종 보급이나 대체작물 육성을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장물가 들썩…농민 울상은 여전


수확량이 줄면서 배추 가격도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이미 올 봄부터 배추 가격이 부쩍 올라 배춧값이 금값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품(上品) 배추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6월 기준 3,786원이었는데 꾸준히 올라 10월에는 6,937원을 보였습니다.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을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하는 10월 말쯤이면 배추공급이 늘면서 배추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올해는 배추 무름병 확산까지 겹쳐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어려운 배추 산지의 사정은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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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박에 무름병까지’ 배추농가 망연자실…가격도 출렁
    • 입력 2023-10-13 14: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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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을 앞두고 가을 배추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강원도 평창의 고랭지 농가에서는 한숨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이상기후로 우박이 쏟아져 여름 배추 수확을 망친데 이어 이번에는 배추 상당수가 무름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수확량이 줄면서 올 김장철에는 배추 가격도 비쌀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가을 배추 재배지, 배추 대부분이 누렇게 상한 모습.
■ 알이 찰 시기인데 누런 배추밭…타들어 가는 농심

강원특별자치도 평창군 봉평면의 고랭지 배추밭의 모습입니다. 한창 배추가 자라 알이 찰 시기인데,
배추밭 곳곳은 '푸른색'이 아닌 '누런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3천여 제곱미터 넓이의 배추밭에는 성한 배추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고랑마다 말라 죽은 배추가 즐비했습니다. 배추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겉으론 초록색으로 보이던 배추도 속은 시들어 형편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배추가 물러서 잎은 흐물흐물해지다 못해 땅에 녹아 달라붙었고, 뿌리는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농민들은 애지중지 길러온 배추가 '무름병'에 걸렸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배추들도 상품성은 없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밭에 키운 배추의 3분의 1도 건지지 못할 거라는 게 이 농민의 걱정이었습니다.

인근의 다른 밭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시들어 죽어가는 무름병에 걸린 배추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관령원예농협은 올해 대관령의 가을 배추 수확량이 평년의 6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농민들은 상한 배추를 수확하지 않고 버려둘 수도 없습니다.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일부러 돈을 주고 사람을 사 물러진 배추까지 걷어내야 하는 사정. 농민들은 망친 농사를 수습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올 가을 수입은 없고 빚만 늘게 생겼다고 걱정했습니다.

■ 6월엔 쏟아진 우박으로 여름 농사 망쳐 …잇단 악재에 농민은 망연자실

6월 11일 평창군 농경지의 모습. 우박피해로 밭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출처:평창군
올해 이 마을 배추농가의 시련은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올해 6월 이틀 동안 연이어 내린 우박이 쏟아지면서, 출하를 보름 정도 남긴 배추가 초토화된 것입니다.

평창에서만 4개 읍면에서 40만 제곱미터, 축구장 50개 면적과 맞먹는 배추밭이 우박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국 여름 배추 농사를 망쳐, 밭을 갈아엎은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니었습니다. 농가들은 재기하는 심정으로 가을배추를 심었는데 이번에는 무름병에 걸려 농사를 망치게 된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농민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하늘이 야속하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 탓…우박에 고온다습한 기후, 긴 장마까지

고온다습한 기온에 병들어버린 배추 모습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유난히 올해 평창 대관령 배추밭에는 나쁜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대관령에서 가을 배추를 심기 시작한 7월 말쯤에 연이어 내린 비가 악재가 됐습니다. 배추를 심으면 흙에 뿌리가 단단히 내려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강수량이 많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겁니다. 대관령 배추 농가에서는 올해 가을 배추 농사는 초기 작황부터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구 온난화입니다. 초기 작황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고랭지의 선선한 기온이 받쳐줬다면 이렇게까지 흉작은 아니었을거라고 농민들은 말합니다. 배추를 심고 나서, 고랭지의 선선한 기온이 이어졌다면 배추의 속이 단단하게 차올랐을 텐데 기상이변으로 고랭지에도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배추 생장기에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 무름병, 뿌리혹병, 반쪽시들음병 등 각종 병해충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생육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평창군 봉평면 배추 농가는 불과 2년 전에도 기상으로 인해 큰 흉작을 겪었습니다. 긴 장마로 여름 배추에 질병이 생겨 수확을 못 하고 파버려야 했습니다.

농민들은 특히 올해 장마에 우박, 고온다습한 기온까지 이어지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맞는 배추 품종 보급이나 대체작물 육성을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김장물가 들썩…농민 울상은 여전


수확량이 줄면서 배추 가격도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이미 올 봄부터 배추 가격이 부쩍 올라 배춧값이 금값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품(上品) 배추 한 포기의 소매가격은 6월 기준 3,786원이었는데 꾸준히 올라 10월에는 6,937원을 보였습니다.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을배추가 출하되기 시작하는 10월 말쯤이면 배추공급이 늘면서 배추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올해는 배추 무름병 확산까지 겹쳐 그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어려운 배추 산지의 사정은 김장철을 앞두고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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