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웃는 나라는 어디? [세계엔]

입력 2023.10.14 (08:00) 수정 2023.10.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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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례없는 기습 공격, 인질 납치, 보복 공습이 이뤄지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데요. 이 사태를 지켜보며 웃고 있을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이란입니다.

■'지상 최대의 감옥'에서 날아간 로켓포 5,000발

'세계 최대의 감옥',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는 가자지구는 우리 세종시 정도 넓이에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은 이집트의 땅이었다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했는데요. 이후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폐쇄하고 자국민을 철수시켰습니다. 2007년부터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협조를 받아 가자지구에 장벽을 두르고 물자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16년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갑자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5,000발을 쏘고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에 침투했습니다. 철저하고 치밀한 공격을 보고 국제사회는 하마스 공격 뒤에 또다른 배후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오래 전부터 레바논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무장단체와 하마스를 공공연하게 지원해 왔습니다. 하마스는 수니파긴 하지만 반이스라엘이라는 공통 이념이 있기에 하마스에 무기, 자금, 훈련 등을 제공했습니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에 연간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지원합니다.

라이스 이란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라이스 이란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이란은 하마스 공격 사전에 알았을까?

이란 라이시 대통령은 하마스 공격 소식을 듣고 "하마스의 작전은 무슬림 국가들의 자존심을 높였다"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알았는지, 혹은 도움을 줬는지에 대한 미국 매체들의 보도는 엇갈립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급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은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해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 이후 가장 중대한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며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작전의 세부 사항을 구체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편을 드는 자들은 지난 2, 3일간 이번 행동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도 하마스의 공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란도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레바논 지역 대표 아메드 압둘하디가 뉴스위크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헤즈볼라)과 이번 공격 이전부터 이후까지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밝히면서 이란 배후설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사태를 지켜보는 미국의 속내도 복잡합니다. 이란의 개입이 의심되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전을 막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 내 이스라엘 수교 현황 (인포그래픽: 권세라)중동 내 이스라엘 수교 현황 (인포그래픽: 권세라)

■이번 전쟁의 승자는 이란?

개입 여부를 떠나서 어찌 됐든 이란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꼽힙니다.

미 공군의 중동 전문가 애런 필킹턴은 호주 언론 더컨버세이션에 "모든 시나리오가 이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음에 또다른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란 지도자들은 다시 자축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강경한 보복에 나서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아랍 국가와 척을 지거나 서안지구 등에서 또다른 팔레스타인이 봉기하거나 이스라엘이 억압 전술을 버리고 수위를 낮추는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중동 내 이란의 입지가 강화되고, 미국의 중동 평화 구상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앞서 미국의 중재에 따라 2020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든의 중재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같은 수니파인 팔레스타인 편에 서게 되면서 자연히 바이든의 중동 외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란이 직접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세계 분열을 부추겼다는 국제사회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이 힘으로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가 저물며 세계는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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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0-14 08:24:34
    주말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례없는 기습 공격, 인질 납치, 보복 공습이 이뤄지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는데요. 이 사태를 지켜보며 웃고 있을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이란입니다.

■'지상 최대의 감옥'에서 날아간 로켓포 5,000발

'세계 최대의 감옥',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는 가자지구는 우리 세종시 정도 넓이에 팔레스타인 주민 23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 곳은 이집트의 땅이었다가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했는데요. 이후 2005년 평화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이 정착촌을 폐쇄하고 자국민을 철수시켰습니다. 2007년부터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협조를 받아 가자지구에 장벽을 두르고 물자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

16년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는 갑자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5,000발을 쏘고 동력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장벽을 넘어 이스라엘에 침투했습니다. 철저하고 치밀한 공격을 보고 국제사회는 하마스 공격 뒤에 또다른 배후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게 됩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오래 전부터 레바논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무장단체와 하마스를 공공연하게 지원해 왔습니다. 하마스는 수니파긴 하지만 반이스라엘이라는 공통 이념이 있기에 하마스에 무기, 자금, 훈련 등을 제공했습니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에 연간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지원합니다.

라이스 이란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이란은 하마스 공격 사전에 알았을까?

이란 라이시 대통령은 하마스 공격 소식을 듣고 "하마스의 작전은 무슬림 국가들의 자존심을 높였다"고 극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알았는지, 혹은 도움을 줬는지에 대한 미국 매체들의 보도는 엇갈립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고위급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교들은 지난 8월부터 하마스와 협력해 1973년 욤 키푸르 전쟁(제4차 중동전쟁) 이후 가장 중대한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며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작전의 세부 사항을 구체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편을 드는 자들은 지난 2, 3일간 이번 행동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그들은 틀렸다"고 반박했습니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도 하마스의 공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보도했는데요. 이란도 하마스의 공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마스의 레바논 지역 대표 아메드 압둘하디가 뉴스위크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헤즈볼라, 이란, (저항의) 축(헤즈볼라)과 이번 공격 이전부터 이후까지 최고위급 수준에서 협력했다"고 밝히면서 이란 배후설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데요.

사태를 지켜보는 미국의 속내도 복잡합니다. 이란의 개입이 의심되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전을 막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 내 이스라엘 수교 현황 (인포그래픽: 권세라)
■이번 전쟁의 승자는 이란?

개입 여부를 떠나서 어찌 됐든 이란은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꼽힙니다.

미 공군의 중동 전문가 애런 필킹턴은 호주 언론 더컨버세이션에 "모든 시나리오가 이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음에 또다른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란 지도자들은 다시 자축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이 강경한 보복에 나서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아랍 국가와 척을 지거나 서안지구 등에서 또다른 팔레스타인이 봉기하거나 이스라엘이 억압 전술을 버리고 수위를 낮추는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특히 중동 내 이란의 입지가 강화되고, 미국의 중동 평화 구상을 견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앞서 미국의 중재에 따라 2020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모로코와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습니다. 최근에는 바이든의 중재로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같은 수니파인 팔레스타인 편에 서게 되면서 자연히 바이든의 중동 외교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란이 직접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세계 분열을 부추겼다는 국제사회 비판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이 힘으로 주도하는 세계 평화) 시대가 저물며 세계는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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