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언급된 ‘백두산 폭발’, 가능성 있을까?

입력 2023.10.16 (16:35) 수정 2023.10.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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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2주차에 접어든 오늘(16일), 여의도 국회에서는 기상청에 대한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유희동 기상청장에게 삭감된 기상청의 R&D 예산에 대해 질의하던 중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지진과 관련된 내용은 기상청에서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재밌는 게, 올해 초에 백두산 분화 100주기 설이 도니까 이례적으로 기상청에서 입장을 발표했어요. 4월에."

"2025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시나요?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라는 것은 기정 사실 아닙니까? 얼마나 준비되고 연구되고 있습니까? 대비를 더 강력히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정감사 유희동 기상청장(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우)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정감사 유희동 기상청장(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기상청 백두산 화산분화 현황을 보면, 백두산은 고려 시대인 946∼947년에 대규모 분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엔 1925년 분화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와 함께 2000년 초 연구자들에 의해 백두산에서 미소지진과 화산가스 분출로 인한 식생 변화 등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백두산 분화 100년 주기'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1925년 후 100년 그러니까 2025년에 대규모 분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국감 현장에서 기상청 정현숙 지진화산국장은 "백두산에 대해서는 위성으로 관찰하고 있다"면서
"중국 쪽도 북한 백두산 지역의 화산 활동에 대해 안정적으로 보고 있고, 기상청에서 위성 자료를 활용해 감시하는 지표도 현재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답변에 대해 전 의원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렇게 연구기상청의 R&D 예산을 다 깎아버리니, 기상청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백두산 폭발', 실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백두산의 지열지대. 윤성효 교수 제공백두산의 지열지대. 윤성효 교수 제공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만 년 이내에 분화한 기록이 있는 활화산입니다. 약 천 년 전, 대규모 폭발의 흔적은 화산재의 형태로 일본 등 인접 국가 곳곳에 남아있기도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702년 6월 3일(숙종 28년) 함경도에서 백두산 분화를 목격한 표현이 담겨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가량 되었다."

국감 도중 언급된 백두산 폭발, 실제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상청은 지난 4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당시 기상청은 "2018년부터 5년간 관측 자료와 현지 분석자료, 과거 분화 이력을 조사한 결과 2025년 백두산 폭발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의 감시 및 분석 결과도 지난 4월의 공식 입장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백두산의 경우 지금도 현지에 가면 온천 가스가 나오는 등 일부 화산활동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활화산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은데,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릅니다. 지금 현재 활동으로 봐서는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 기상청 박순천 지진화산연구과장

■백두산 활동은 안정적이나, 늘 불확실해…국제연구 지원 절실

백두산 지열지대에서 연구를 진행중인 윤성효 교수팀백두산 지열지대에서 연구를 진행중인 윤성효 교수팀

그렇다고,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백두산은 활화산이기 때문입니다. 화산활동은 자연재해처럼 늘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기상청은 화산특화연구센터를 두고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등 백두산의 화산 활동에 대해 감시와 분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화산학 전문가이자 화산특화연구센터를 맡고 있는 윤성효 교수는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분화 임박설에 대해 '점쟁이 예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마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며 기우제가 비를 불러왔다고 보는 오류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화를 '예언'하기 전에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백두산 천지, 윤성효 교수 제공백두산 천지, 윤성효 교수 제공

윤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현재 화산성 지진을 탐지하는 도구나 감시 센서를 백두산에 운영하면 대략 화산의 분화를 일주일 정도 앞서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백두산에 우리 장비를 설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백두산의 활동 시기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중국과 북한과의 협조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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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관련된 내용은 기상청에서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재밌는 게, 올해 초에 백두산 분화 100주기 설이 도니까 이례적으로 기상청에서 입장을 발표했어요. 4월에."

"2025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시나요?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다' 라는 것은 기정 사실 아닙니까? 얼마나 준비되고 연구되고 있습니까? 대비를 더 강력히 해야되는 것 아닙니까?"

- 전용기 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환노위 기상청 국정감사 유희동 기상청장(좌),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기상청 백두산 화산분화 현황을 보면, 백두산은 고려 시대인 946∼947년에 대규모 분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엔 1925년 분화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와 함께 2000년 초 연구자들에 의해 백두산에서 미소지진과 화산가스 분출로 인한 식생 변화 등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백두산 분화 100년 주기'설'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1925년 후 100년 그러니까 2025년에 대규모 분화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이에 대해 국감 현장에서 기상청 정현숙 지진화산국장은 "백두산에 대해서는 위성으로 관찰하고 있다"면서
"중국 쪽도 북한 백두산 지역의 화산 활동에 대해 안정적으로 보고 있고, 기상청에서 위성 자료를 활용해 감시하는 지표도 현재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답변에 대해 전 의원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렇게 연구기상청의 R&D 예산을 다 깎아버리니, 기상청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정부의 예산 삭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백두산 폭발', 실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백두산의 지열지대. 윤성효 교수 제공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만 년 이내에 분화한 기록이 있는 활화산입니다. 약 천 년 전, 대규모 폭발의 흔적은 화산재의 형태로 일본 등 인접 국가 곳곳에 남아있기도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702년 6월 3일(숙종 28년) 함경도에서 백두산 분화를 목격한 표현이 담겨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은 듯 몹시 무덥고, 흩날리는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가량 되었다."

국감 도중 언급된 백두산 폭발, 실제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상청은 지난 4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당시 기상청은 "2018년부터 5년간 관측 자료와 현지 분석자료, 과거 분화 이력을 조사한 결과 2025년 백두산 폭발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의 감시 및 분석 결과도 지난 4월의 공식 입장과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백두산의 경우 지금도 현지에 가면 온천 가스가 나오는 등 일부 화산활동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활화산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은데,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모릅니다. 지금 현재 활동으로 봐서는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거죠."

- 기상청 박순천 지진화산연구과장

■백두산 활동은 안정적이나, 늘 불확실해…국제연구 지원 절실

백두산 지열지대에서 연구를 진행중인 윤성효 교수팀
그렇다고,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백두산은 활화산이기 때문입니다. 화산활동은 자연재해처럼 늘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기상청은 화산특화연구센터를 두고 중국과의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등 백두산의 화산 활동에 대해 감시와 분석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화산학 전문가이자 화산특화연구센터를 맡고 있는 윤성효 교수는 지난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분화 임박설에 대해 '점쟁이 예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마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며 기우제가 비를 불러왔다고 보는 오류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분화를 '예언'하기 전에 무엇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연구가 선행돼야 합니다.

백두산 천지, 윤성효 교수 제공
윤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현재 화산성 지진을 탐지하는 도구나 감시 센서를 백두산에 운영하면 대략 화산의 분화를 일주일 정도 앞서 예측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다만 백두산에 우리 장비를 설치할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백두산의 활동 시기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중국과 북한과의 협조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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