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쿠팡은 소상공인 대금정산을 늦게 할까요?

입력 2023.10.17 (08:01) 수정 2023.10.17 (08: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쿠팡 입점 업체 "쿠팡, 정산 유독 늦어…자금 압박 받아"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면서 치른 돈은 일단 플랫폼에 먼저 갑니다. 수수료를 제외한 다음에 실제 판매 업자에게 지불됩니다. 판매 대금 정산절차입니다.

온라인 플랫폼 유통업체들이 이 대금 정산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냥 바로 돈을 지급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정산해준다며, 소상공인들은 반발해왔습니다. 특히 온라인 유통 1위 업체인 '쿠팡'에 대한 제보가 많습니다.

지난 13일 저희 보도 내용이 그렇습니다. 판매 대금 정산이 늦어서 입점한 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발을 동동 구릅니다. 대금이 들어와야 거래처에도 돈을 지급하고 새로운 물건을 매입하는데, 길게는 두 달 동안 돈이 안 들어오다보니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입점업체들로서는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은행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저희같이 영세하게 하는 자영업자들은 사실은 제품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있습니다.)... 저희가 제조사한테 구매할 때는 무조건 현금을 입금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이 그때그때 지급이 안 되면 저희가 매입을 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압박 때문에 은행에 대출을 일으켜서 추가로 부담을 주고 또 대출을 받는 거죠."

-쿠팡 오픈마켓 이용 식료품 도매업체 대표

■ 한 시중은행 대출 상품 "대출금액 1위는 쿠팡, 2위는 위메프"

이런 수요를 겨냥한 대출 상품도 있습니다.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이 소상공인(입점업체)에 돈을 먼저 내주고, 나중에 쿠팡에게 정산받은 뒤 날짜에 따라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따로 청구하는 상품입니다.

김종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 도움으로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 시중은행의 최근 5년 대출 상품 규모를 파악해봤습니다. 대출 규모는 매년 급증해 지난해 기준 6,240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 이미 4,700억 원을 넘었고, 지난 5년간 대출 규모를 합하면 1조 8천억 원에 이릅니다.


실제 이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을 플랫폼별로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쿠팡과 위메프 입점업체가 대출 건수와 금액이 제일 많았습니다.

1위 쿠팡 입점업체가 대출한 금액이 전체 규모의 73%(5년간 1조 3,322억 원)를 차지해 압도적이었고 위메프는 14%로 뒤를 이었습니다. 두 업체와 관계된 대출이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겁니다.

앞서 저희가 인터뷰한 업체의 대표는 "쿠팡 이외의 나머지 인터넷 매출처는 고객이 구매 확인을 하면 익일날 바로 받아서 쓸 수 있지만, 쿠팡과 위메프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쿠팡하고 위메프는 그 제도가 아니고, 한 달 두 달씩 묶어 놓기 때문에 저희가 자금에 대한 압박이 아주 크다"고도 토로했습니다.

■ 이자는 높지 않습니다... 그러면 쿠팡에 고마워야하는 걸까요?

돈을 빌려 정산을 먼저 받게 되는 입점업체들은 평균 4%대 이자를 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율이 5%대 중후반으로 올랐습니다.

이자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되시나요? 비밀은 이 '매출채권 담보대출'이 은행입장에선 매우 안전한 대출에 해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제 돈을 쿠팡에게서 받습니다. 이자는 소상공인에게서 받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이 아닌 '쿠팡의 신용도'인 겁니다. 다시 말해, 은행은 설마 쿠팡이 이 돈을 떼먹겠어? 하고 낮은 이자에 내주는겁니다.

실제로 대출 상환률이 매우 높습니다. 5년간 전체 대출 규모 1조 8천억 원 중 이 같은 금액은 8,100만 원, 전체의 0.004%에 불과했습니다.

이율이 낮아서 고마워해야할까요? 제때 정산을 해줬더라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됐을 소상공인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정산 왜 늦나…쿠팡 "사업적 판단"

쿠팡에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지급하나요?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며칠 걸려 정산하시나요?

이에 대해 쿠팡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시대상이 아니"어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안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또 쿠팡은 "법적인 정산 기한 60일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정산 기한이 긴 것에 대해선 "사업적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이 입점업체들에게 정확히 언제 정산해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도급 업체들에 대해선 업계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 대금을 들고 있는 부분은 확인됩니다.

■ 공정위원장 "(쿠팡 말고) 다른 업체들은 (정산기간) 그리 길지 않아"

이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선 하도급법에서 그러는 것처럼, 물품 대금 정산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지연 정산' 문제에 관한 질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대해 "쿠팡이 연내에 시스템을 만들어 (정산) 시기를 단축하기로 입장을 밝혔다"며 "다른 플랫폼 업체들은 그리 기간이 길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원장도 '쿠팡'을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어 "조금 더 확인해보고, 만약에 (정산 주기가) 더 긴 유통업체가 있으면 자율규제에 담아보겠다"며 "자율규제가 정산 기간을 줄이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그게 안 되면 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율적인 개선에 나설지, 또 정보가 잘 공개될지, 쿠팡이 변할지, 모두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왜 유독 쿠팡은 소상공인 대금정산을 늦게 할까요?
    • 입력 2023-10-17 08:01:09
    • 수정2023-10-17 08:02:04
    심층K

■ 쿠팡 입점 업체 "쿠팡, 정산 유독 늦어…자금 압박 받아"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면서 치른 돈은 일단 플랫폼에 먼저 갑니다. 수수료를 제외한 다음에 실제 판매 업자에게 지불됩니다. 판매 대금 정산절차입니다.

온라인 플랫폼 유통업체들이 이 대금 정산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냥 바로 돈을 지급하면 될 것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정산해준다며, 소상공인들은 반발해왔습니다. 특히 온라인 유통 1위 업체인 '쿠팡'에 대한 제보가 많습니다.

지난 13일 저희 보도 내용이 그렇습니다. 판매 대금 정산이 늦어서 입점한 업체들이 은행 대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발을 동동 구릅니다. 대금이 들어와야 거래처에도 돈을 지급하고 새로운 물건을 매입하는데, 길게는 두 달 동안 돈이 안 들어오다보니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은 입점업체들로서는 현금 유동성이 떨어져 은행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저희같이 영세하게 하는 자영업자들은 사실은 제품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있습니다.)... 저희가 제조사한테 구매할 때는 무조건 현금을 입금해야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이 그때그때 지급이 안 되면 저희가 매입을 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압박 때문에 은행에 대출을 일으켜서 추가로 부담을 주고 또 대출을 받는 거죠."

-쿠팡 오픈마켓 이용 식료품 도매업체 대표

■ 한 시중은행 대출 상품 "대출금액 1위는 쿠팡, 2위는 위메프"

이런 수요를 겨냥한 대출 상품도 있습니다.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이 소상공인(입점업체)에 돈을 먼저 내주고, 나중에 쿠팡에게 정산받은 뒤 날짜에 따라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따로 청구하는 상품입니다.

김종민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의 도움으로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한 시중은행의 최근 5년 대출 상품 규모를 파악해봤습니다. 대출 규모는 매년 급증해 지난해 기준 6,240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 이미 4,700억 원을 넘었고, 지난 5년간 대출 규모를 합하면 1조 8천억 원에 이릅니다.


실제 이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을 플랫폼별로 살펴봤습니다. 그랬더니 쿠팡과 위메프 입점업체가 대출 건수와 금액이 제일 많았습니다.

1위 쿠팡 입점업체가 대출한 금액이 전체 규모의 73%(5년간 1조 3,322억 원)를 차지해 압도적이었고 위메프는 14%로 뒤를 이었습니다. 두 업체와 관계된 대출이 전체의 90%에 육박하는 겁니다.

앞서 저희가 인터뷰한 업체의 대표는 "쿠팡 이외의 나머지 인터넷 매출처는 고객이 구매 확인을 하면 익일날 바로 받아서 쓸 수 있지만, 쿠팡과 위메프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쿠팡하고 위메프는 그 제도가 아니고, 한 달 두 달씩 묶어 놓기 때문에 저희가 자금에 대한 압박이 아주 크다"고도 토로했습니다.

■ 이자는 높지 않습니다... 그러면 쿠팡에 고마워야하는 걸까요?

돈을 빌려 정산을 먼저 받게 되는 입점업체들은 평균 4%대 이자를 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이율이 5%대 중후반으로 올랐습니다.

이자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되시나요? 비밀은 이 '매출채권 담보대출'이 은행입장에선 매우 안전한 대출에 해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실제 돈을 쿠팡에게서 받습니다. 이자는 소상공인에게서 받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소상공인이 아닌 '쿠팡의 신용도'인 겁니다. 다시 말해, 은행은 설마 쿠팡이 이 돈을 떼먹겠어? 하고 낮은 이자에 내주는겁니다.

실제로 대출 상환률이 매우 높습니다. 5년간 전체 대출 규모 1조 8천억 원 중 이 같은 금액은 8,100만 원, 전체의 0.004%에 불과했습니다.

이율이 낮아서 고마워해야할까요? 제때 정산을 해줬더라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됐을 소상공인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정산 왜 늦나…쿠팡 "사업적 판단"

쿠팡에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게 지급하나요? 그리고 평균적으로는 며칠 걸려 정산하시나요?

이에 대해 쿠팡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시대상이 아니"어서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공개할 의무가 없으니 안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또 쿠팡은 "법적인 정산 기한 60일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정산 기한이 긴 것에 대해선 "사업적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이 입점업체들에게 정확히 언제 정산해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도급 업체들에 대해선 업계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오랜 기간 대금을 들고 있는 부분은 확인됩니다.

■ 공정위원장 "(쿠팡 말고) 다른 업체들은 (정산기간) 그리 길지 않아"

이 때문에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선 하도급법에서 그러는 것처럼, 물품 대금 정산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공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쿠팡의 '지연 정산' 문제에 관한 질의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대해 "쿠팡이 연내에 시스템을 만들어 (정산) 시기를 단축하기로 입장을 밝혔다"며 "다른 플랫폼 업체들은 그리 기간이 길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원장도 '쿠팡'을 주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어 "조금 더 확인해보고, 만약에 (정산 주기가) 더 긴 유통업체가 있으면 자율규제에 담아보겠다"며 "자율규제가 정산 기간을 줄이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고 그게 안 되면 법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율적인 개선에 나설지, 또 정보가 잘 공개될지, 쿠팡이 변할지, 모두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