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정상 포럼? ‘전설의 정상들’도 베이징에 모였다![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0.18 (07:00) 수정 2023.10.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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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개막식. 왼쪽 끝부터 한국 대표 최규병, 서봉수, 조훈현, 유창혁 9단. (사진: 한국기원)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개막식. 왼쪽 끝부터 한국 대표 최규병, 서봉수, 조훈현, 유창혁 9단. (사진: 한국기원)

지금 중국 베이징은 경찰의 감시 활동과 도로 통제가 한창입니다. 도시 전체 분위기가 삼엄합니다.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이 17~18일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 외교 정책 10주년을 맞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속속 베이징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 세계 바둑 전설들이 베이징에 모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 베이징에서는 또하나의 정상급 회동이 시작됐습니다. '전설'이라 불리는 인물들입니다. 어제(17일)부터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한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대회(이하 백산수배) 이야기입니다. 한중일 세나라의 바둑 전설들이 '바둑 삼국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들을 볼까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최규병 9단입니다. 조훈현 9단은 '장미'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제비를 연상시키는 빠른 행마로 반상을 휘젓던 당대의 1인자입니다. 서봉수 9단은 조 9단과 치열하게 경합하며 국내파 '된장 바둑'의 강인한 힘을 증명했습니다. 유창혁 9단은 바둑 실력도 뛰어나지만 과거 뛰어난 외모로 '일지매'란 별명을 누렸습니다. 최규병 9단은 2019년 대주배 우승 등 최근까지 기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고 조남철 9단의 외손자이자 조치훈 9단의 외조카인 바둑 명문가 출신으로도 유명합니다.

제1회 농심백산수배가 열린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유창혁(왼쪽부터), 최규병, 서봉수 9단이 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제1회 농심백산수배가 열린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유창혁(왼쪽부터), 최규병, 서봉수 9단이 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이창호 9단이 안보인다고요? 백산수배는 시니어 대회로 올해는 1969년 이전 출생자만 출전 자격이 있다보니 나이 제한에 걸려 빠지게 됐습니다.

■ 한시대를 풍미했던 한중일 바둑 정상들 한자리에

중국과 일본 선수단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일본팀을 보면 '우주류'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다케이먀 마사키 9단이 눈에 띕니다. 중앙을 지향하는 호방한 기풍은 낭만적이기도 했습니다. 이창호, 유창혁 9단의 단골 상대, 호적수였던 요다 노리모토 9단도 반갑습니다.

중국의 바둑 원로 녜웨이핑 9단이 농심백산수배 현장에서 바둑을 복기하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중국의 바둑 원로 녜웨이핑 9단이 농심백산수배 현장에서 바둑을 복기하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중국팀은 녜웨이핑 9단이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과거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여러 차례 중국팀 최종 기사로 버티며 일본 기사들을 차례로 무너뜨려 '철의 수문장'이라 불렸습니다. 제1회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과 혈투 끝에 패했던 인물로 기억하는 한국 바둑 팬이 많습니다. 마샤오춘, 류샤오광 등 다른 중국 기사들의 이름도 바둑 애호가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제1회 농심백산수배  첫 대국은 중국 류샤오광 9단(왼쪽)과 일본의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이 맞붙었다. (사진: 조성원 기자)제1회 농심백산수배 첫 대국은 중국 류샤오광 9단(왼쪽)과 일본의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이 맞붙었다. (사진: 조성원 기자)

백산수배는 벌써 25회를 맞이하고 있는 농심신라면배(이하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시니어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9년 출범한 신라면배는 한중일에서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쟁패하는 국가 대항전입니다. 17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는 오전에 제1회 백산수배, 오후에는 제25회 신라면배의 첫 돌이 놓였습니다. 신라면배는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려 의미를 더했습니다.

■ 조훈현 "가슴이 뛴다"...녜웨이핑 "조훈현과 다시 겨루고 싶다"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라면배와 백산수배 개막식에서 조훈현 9단은 "농심(신라면)배가 처음 생기고 선수로 뛰었는데, 이제 레전드(시니어 대회 선수)로 나왔다"며 "가슴이 뛴다"고 말했습니다. 녜웨이핑 9단은 다시 만나고 싶은 상대 선수로 조훈현 9단을 꼽으며 "응씨배에서 졌던 기억이 있어 만회하고 싶다"고 말해 행사장의 웃음을 이끌어냈습니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4년 만에 대면 대국으로 개막했다. 내년 2월 상하이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사진: 조성원 기자)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4년 만에 대면 대국으로 개막했다. 내년 2월 상하이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사진: 조성원 기자)

백산수배 첫 경기는 중국 류사오광 9단과 일본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이 격돌했습니다. 따로 마련된 연구실에서는 서봉수, 유창혁, 최규병 9단이 모니터로 대국을 본 뒤 복기를 해가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녜웨이핑 9단이 중국 바둑 관계자들과 수담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각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바둑의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선의 한 수를 찾아가는 모습은 여전히 무게감이 대단했습니다.

■ 코로나19 지나가며 '바둑 삼국지' 정상화...'외교 삼국지'도 기대

코로나19 대유행이 사실상 지나가며 한중일 바둑의 정상들도 다시 얼굴을 맞대고 교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중일의 국가 지도자들도 이르면 연내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가동하며 한자리에서 만날 것입니다. 이를 징검다리 삼아 코로나19가 끝나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던 그동안 중국 측의 공언도 지켜지기를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등 역내 현안이 산적해있습니다. '바둑 삼국지'에 이은 '외교 삼국지'가 본격화돼 평화의 공론장이 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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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대일로 정상 포럼? ‘전설의 정상들’도 베이징에 모였다![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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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최강전 개막식. 왼쪽 끝부터 한국 대표 최규병, 서봉수, 조훈현, 유창혁 9단. (사진: 한국기원)
지금 중국 베이징은 경찰의 감시 활동과 도로 통제가 한창입니다. 도시 전체 분위기가 삼엄합니다. 제3회 일대일로 정상 포럼이 17~18일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 외교 정책 10주년을 맞아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속속 베이징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 세계 바둑 전설들이 베이징에 모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 베이징에서는 또하나의 정상급 회동이 시작됐습니다. '전설'이라 불리는 인물들입니다. 어제(17일)부터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한 제1회 농심백산수배 세계바둑시니어대회(이하 백산수배) 이야기입니다. 한중일 세나라의 바둑 전설들이 '바둑 삼국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들을 볼까요?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최규병 9단입니다. 조훈현 9단은 '장미'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제비를 연상시키는 빠른 행마로 반상을 휘젓던 당대의 1인자입니다. 서봉수 9단은 조 9단과 치열하게 경합하며 국내파 '된장 바둑'의 강인한 힘을 증명했습니다. 유창혁 9단은 바둑 실력도 뛰어나지만 과거 뛰어난 외모로 '일지매'란 별명을 누렸습니다. 최규병 9단은 2019년 대주배 우승 등 최근까지 기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고 조남철 9단의 외손자이자 조치훈 9단의 외조카인 바둑 명문가 출신으로도 유명합니다.

제1회 농심백산수배가 열린 중국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 유창혁(왼쪽부터), 최규병, 서봉수 9단이 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이창호 9단이 안보인다고요? 백산수배는 시니어 대회로 올해는 1969년 이전 출생자만 출전 자격이 있다보니 나이 제한에 걸려 빠지게 됐습니다.

■ 한시대를 풍미했던 한중일 바둑 정상들 한자리에

중국과 일본 선수단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일본팀을 보면 '우주류'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다케이먀 마사키 9단이 눈에 띕니다. 중앙을 지향하는 호방한 기풍은 낭만적이기도 했습니다. 이창호, 유창혁 9단의 단골 상대, 호적수였던 요다 노리모토 9단도 반갑습니다.

중국의 바둑 원로 녜웨이핑 9단이 농심백산수배 현장에서 바둑을 복기하고 있다. (사진: 이창준 촬영기자)
중국팀은 녜웨이핑 9단이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과거 중일 슈퍼대항전에서 여러 차례 중국팀 최종 기사로 버티며 일본 기사들을 차례로 무너뜨려 '철의 수문장'이라 불렸습니다. 제1회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과 혈투 끝에 패했던 인물로 기억하는 한국 바둑 팬이 많습니다. 마샤오춘, 류샤오광 등 다른 중국 기사들의 이름도 바둑 애호가들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제1회 농심백산수배  첫 대국은 중국 류샤오광 9단(왼쪽)과 일본의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이 맞붙었다. (사진: 조성원 기자)
백산수배는 벌써 25회를 맞이하고 있는 농심신라면배(이하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의 시니어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9년 출범한 신라면배는 한중일에서 5명씩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쟁패하는 국가 대항전입니다. 17일 베이징 한국문화원에서는 오전에 제1회 백산수배, 오후에는 제25회 신라면배의 첫 돌이 놓였습니다. 신라면배는 4년 만에 대면으로 열려 의미를 더했습니다.

■ 조훈현 "가슴이 뛴다"...녜웨이핑 "조훈현과 다시 겨루고 싶다"

16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라면배와 백산수배 개막식에서 조훈현 9단은 "농심(신라면)배가 처음 생기고 선수로 뛰었는데, 이제 레전드(시니어 대회 선수)로 나왔다"며 "가슴이 뛴다"고 말했습니다. 녜웨이핑 9단은 다시 만나고 싶은 상대 선수로 조훈현 9단을 꼽으며 "응씨배에서 졌던 기억이 있어 만회하고 싶다"고 말해 행사장의 웃음을 이끌어냈습니다.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은 4년 만에 대면 대국으로 개막했다. 내년 2월 상하이에서 결승전이 열린다. (사진: 조성원 기자)
백산수배 첫 경기는 중국 류사오광 9단과 일본 야마시로 히로시 9단이 격돌했습니다. 따로 마련된 연구실에서는 서봉수, 유창혁, 최규병 9단이 모니터로 대국을 본 뒤 복기를 해가며 의견을 나눴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녜웨이핑 9단이 중국 바둑 관계자들과 수담을 나누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각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 바둑의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선의 한 수를 찾아가는 모습은 여전히 무게감이 대단했습니다.

■ 코로나19 지나가며 '바둑 삼국지' 정상화...'외교 삼국지'도 기대

코로나19 대유행이 사실상 지나가며 한중일 바둑의 정상들도 다시 얼굴을 맞대고 교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중일의 국가 지도자들도 이르면 연내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가동하며 한자리에서 만날 것입니다. 이를 징검다리 삼아 코로나19가 끝나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던 그동안 중국 측의 공언도 지켜지기를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며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 등 역내 현안이 산적해있습니다. '바둑 삼국지'에 이은 '외교 삼국지'가 본격화돼 평화의 공론장이 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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