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성희롱 피해 상담 ‘최후의 보루’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괜찮을까

입력 2023.10.18 (12:43) 수정 2023.10.1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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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 성폭력 피해 등을 입었을 때 찾는 곳, 고용평등상담실입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정부는 예산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 폐지될 처지라는데요.

무슨 이유인지, 친절한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한다면, 심한 불쾌감은 물론 분노와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경찰에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곳이 '고용평등상담실'입니다.

직장에서 성희롱과 같은 성폭력, 또 성 차별을 당한 경우에도 이곳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0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 19곳에서 모두 38명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공모를 통해 선정한 민간 단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0대 김 모 씨는 직장 내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회사에 신고했지만 대처는 미온적이었고, 어렵게 찾아간 고용노동청에서도 실망스런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 "직원들한테 설득을 해서 증언을 받았어요. 노동청에서는 '증언은 증거가 안 된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은 '고용평등상담실'.

이곳에서 김 씨는 전문가 상담에 따른 조치로, 노동청에서 피해 사실을 인정 받고, 가해자 분리 조치도 받아냈다고 합니다.

[김○○/음성변조 : "성희롱 관련된 책자가 없었던 거랑, 거리 두기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잘못된 부분도 알려주시고."]

하소연할 곳 없는 성희롱 피해자들에겐 '최후의 보루'인 셈인거죠.

그런데 내년에는 이곳에서 더 이상 상담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내년 예산에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항목을 삭제하고, 관련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삭감하기로 한 겁니다.

앞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직접 상담해 권리구제를 하겠다는 건데요,

괜찮을까요?

경남 지역의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해, 근로 조건 관련 207건, 직장 내 성희롱 213건, 괴롭힘 64건 등 총 530건의 상담을 했습니다.

이 가운데 남성 피해자 문의도 87건 있었는데요.

남녀 모두 상담받을 수 있고, 임금 체불이나 근로 조건 관련 내용도 부담 없이 문의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경남에서는, 고용평등상담실이 창원시에 있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한 곳뿐입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돼 이곳이 없어진다면, 부산고용노동청까지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거죠.

고용노동부가 직접 운영할 경우, 전국 8개 노동청에 상담사를 2명씩 배치하게 되면 전체 상담 인력은 모두 16명에 불과합니다.

기존 19개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사 38명이 연간 만 건가량의 상담을 처리해왔는데, 노동청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겠죠.

[이현선/안산여성노동자회 회장 : "전화 상담, 대면 상담 등을 많게는 서른 번 이상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노동청에서) 과연 그렇게 상담을 진행해줄 수 있을지."]

고용노동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이 아닌 직접 운영으로 돌린 취지는, 상담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동청 내 근로감독 부서와 연계를 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담 인력 축소 문제가 지적되자, 고용노동부는 일단 자체 운영해 본 뒤 규모를 확대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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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성희롱 피해 상담 ‘최후의 보루’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괜찮을까
    • 입력 2023-10-18 12:43:29
    • 수정2023-10-18 12:54:39
    뉴스 12
[앵커]

직장 내 성폭력 피해 등을 입었을 때 찾는 곳, 고용평등상담실입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정부는 예산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내년부터 폐지될 처지라는데요.

무슨 이유인지, 친절한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로부터 성희롱을 당한다면, 심한 불쾌감은 물론 분노와 깊은 좌절감을 느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경찰에 직접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곳이 '고용평등상담실'입니다.

직장에서 성희롱과 같은 성폭력, 또 성 차별을 당한 경우에도 이곳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00년부터 운영을 시작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 19곳에서 모두 38명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는데, 고용노동부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고,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공모를 통해 선정한 민간 단체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30대 김 모 씨는 직장 내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회사에 신고했지만 대처는 미온적이었고, 어렵게 찾아간 고용노동청에서도 실망스런 반응만 돌아왔습니다.

[김○○/피해자/음성변조 : "직원들한테 설득을 해서 증언을 받았어요. 노동청에서는 '증언은 증거가 안 된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은 '고용평등상담실'.

이곳에서 김 씨는 전문가 상담에 따른 조치로, 노동청에서 피해 사실을 인정 받고, 가해자 분리 조치도 받아냈다고 합니다.

[김○○/음성변조 : "성희롱 관련된 책자가 없었던 거랑, 거리 두기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잘못된 부분도 알려주시고."]

하소연할 곳 없는 성희롱 피해자들에겐 '최후의 보루'인 셈인거죠.

그런데 내년에는 이곳에서 더 이상 상담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내년 예산에서,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항목을 삭제하고, 관련 예산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삭감하기로 한 겁니다.

앞으로는 고용노동부가 직접 상담해 권리구제를 하겠다는 건데요,

괜찮을까요?

경남 지역의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해, 근로 조건 관련 207건, 직장 내 성희롱 213건, 괴롭힘 64건 등 총 530건의 상담을 했습니다.

이 가운데 남성 피해자 문의도 87건 있었는데요.

남녀 모두 상담받을 수 있고, 임금 체불이나 근로 조건 관련 내용도 부담 없이 문의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경남에서는, 고용평등상담실이 창원시에 있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한 곳뿐입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중단돼 이곳이 없어진다면, 부산고용노동청까지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거죠.

고용노동부가 직접 운영할 경우, 전국 8개 노동청에 상담사를 2명씩 배치하게 되면 전체 상담 인력은 모두 16명에 불과합니다.

기존 19개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사 38명이 연간 만 건가량의 상담을 처리해왔는데, 노동청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겠죠.

[이현선/안산여성노동자회 회장 : "전화 상담, 대면 상담 등을 많게는 서른 번 이상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요... (노동청에서) 과연 그렇게 상담을 진행해줄 수 있을지."]

고용노동부가 '고용평등상담실'이 아닌 직접 운영으로 돌린 취지는, 상담의 실효성을 높이고 노동청 내 근로감독 부서와 연계를 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담 인력 축소 문제가 지적되자, 고용노동부는 일단 자체 운영해 본 뒤 규모를 확대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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