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다음은 타이완?…‘제3전선’ 정말 현실 될까

입력 2023.10.20 (07:01) 수정 2023.10.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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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전쟁에 화들짝 놀란 타이완…제3전선이란?

중동에서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 속에서 지구 반대편의 작은 섬 타이완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이달 초 갑작스러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띄게 화들짝 놀란 곳, 바로 타이완이었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세계 질서 재편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믿게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미국이 너무 일을 많이 벌여 놓았다고 믿을 수도…중국 눈으로 볼 때는 미국이 타이완해협 충돌에 관여하는데 충분한 화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즈중 대표 / 주 프랑스 타이베이 대표처 (현지시간 9일)

우즈중 대표뿐만 아니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도 12일 위산포럼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번영과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중 대만해협 안전이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타이완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타이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며, 타이완 역시 정보 수집 메커니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고이면서 이른바 '제3 전선' 형성에 대한 우려이기도 합니다.

제3 전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의 타이완 침공으로 타이완해협에서 형성되는 3번째 전선을 가리킵니다.

2027년 중국의 타이완 침공설 및 중국의 무력시위로 인해 최근 고조되고 있는 타이완해협에서의 긴장상황과 맞물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제3전선의 형성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는 모습현지시간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는 모습

불안의 근원은 바로 미국의 장악력 약화에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며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고 전략의 중심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겼습니다. 중동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인태지역에서 도전자 중국을 상대하는데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큰 문제 없이 리스크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었던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하기까지 했습니다. 분명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즈중 대표의 발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이 인태지역의 리스크 관리, 즉 타이완해협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틈을 타 중국이 군사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는겁니다.

우즈중 대표로서는 전세계의 눈이 제2 전선에 쏠린 사이 타이완이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국제 사회에 다시금 환기시킨 셈입니다.

만약 제3전선이 현실화 되면 타이완 뿐만아니라 한국도 휘말리게 됩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행동에 나서야 할테고, 또 타이완해협이 봉쇄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와 각종 물자 수입이 막힙니다. 당사자인 타이완에 준하는 타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제3 전선 시나리오, 정말 현실이 될까요? 중국이 이번 전쟁을 틈타 타이완을 침공하기엔 현실적인 변수와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전문가 지적도 많습니다.

■제3전선에서 중국이 고려해야 할 두 가지―미국과 북한

제3전선이 형성될 경우 중국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두 가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하나는 상수 격인 미국, 다른 하나는 변수가 될 수 있는 북한입니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 단교한 미국은 그러면서도 '타이완관계법(Taiwan Relations Act)' 을 통해 타이완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못박았습니다. 타이완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대항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투능력을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1982년에는 레이건 행정부가 타이완에 이른바 '6개 보장(Six Assurances)'을 약속했습니다.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기한을 설정하지 않고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2016년에는 미국 의회가 이를 명문화시켜 못박았습니다.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에 기반해 미국타이완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지원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있는만큼 미국 입장에서 타이완해협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또다시 침략자가 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자국이 원하는 만큼 타이완을 복속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에 실패하면 시진핑 주석의 지위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제3의 전선을 만들때는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좋게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강준영 교수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는 중국이 북한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제3 전선이 형성될 경우 여파는 타이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이 개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주한미군 참전을 비롯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서의 병력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 북한이 이를 기회삼아 한반도에서 무력 도발 내지는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한반도에 힘이 공백이 생긴다고 판단을 하게 되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안에 문제가 생기면 제4의 전선도 생길 수 있는겁니다."

강준영 교수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차원입니다.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각 주체의 판단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러 가능성과 시나리오들을 분석·전망해보고 앞으로를 준비해나간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제3전선의 형성이 기우에 그친다고 할지라도, 당장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정세와 국제 질서에 가져올 단기적·장기적 영향 모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마스 전쟁 바라보는 중·러의 속내

각 국가가 저마다 분주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어느쪽을 지지하는지 의사를 밝히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초기에 중국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이고 중립적인 입장만 밝히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팔레스타인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고, 이틀 뒤에는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러시아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하마스를 규탄하는 미국과는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현지시간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선 끔찍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비극들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엄청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잊혀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뒤집어보면 이번 전쟁 발발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더 확전될 경우,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이상 장기화시키지 않고 최대한 빨리 자국의 승리로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러시아로서는 미국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면서 그 반대편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읽힙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팔레스타인도 독립 국가를 건설해야한다는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대중동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 속 미국이 체면을 구긴 사이, 중국은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내걸고 국제적인 충돌을 해결하는 중재자로서 자국의 존재감을 키우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늘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고 스스로를 일컬으며 제3세계 국가들의 우방임을 자처해온 중국다운 행보입니다.

시진핑 주석 역시 19일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전쟁을 멈춰서 충돌이 확대 내지는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라고 말하며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 뒤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 숨어있는 셈입니다.

일대일로 포럼에서 각 국 정상들이 만찬장에 입장하는 모습.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맨 앞에서 나란히 서서 다른 정상들을 이끌며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띕니다.일대일로 포럼에서 각 국 정상들이 만찬장에 입장하는 모습.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맨 앞에서 나란히 서서 다른 정상들을 이끌며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체면 구긴 미국…더 공고해지는 중·러 연대

결국 적어도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이해 제3차 일대일로 포럼을 연 중국은 150여개 국가 관계자들을 초청하며 우군을 다졌습니다. 자국의 영향력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일대일로 만찬에서부터 양자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러 연대가 더 공고해지는 모습입니다.

체면을 구긴 미국은 이제 중동 사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 자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내면서 동시에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는 중·러 연대를 상대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전쟁이 일어난건 지구 반대편 중동이지만, 그 영향은 전세계에 미칩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3 전선에 대한 우려부터 더 선명해지는 미중 대립 구도까지, 전쟁이 몰고올 여파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픽: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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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다음은 타이완?…‘제3전선’ 정말 현실 될까
    • 입력 2023-10-20 07:01:39
    • 수정2023-10-20 09: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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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전쟁에 화들짝 놀란 타이완…제3전선이란?

중동에서 타오르는 전쟁의 불길 속에서 지구 반대편의 작은 섬 타이완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이달 초 갑작스러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띄게 화들짝 놀란 곳, 바로 타이완이었습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세계 질서 재편의 기회를 갖게 됐다고 믿게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미국이 너무 일을 많이 벌여 놓았다고 믿을 수도…중국 눈으로 볼 때는 미국이 타이완해협 충돌에 관여하는데 충분한 화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즈중 대표 / 주 프랑스 타이베이 대표처 (현지시간 9일)

우즈중 대표뿐만 아니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도 12일 위산포럼에서 "평화롭고 안정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번영과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중 대만해협 안전이 핵심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타이완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타이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며, 타이완 역시 정보 수집 메커니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중국에 대한 경고이면서 이른바 '제3 전선' 형성에 대한 우려이기도 합니다.

제3 전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중국의 타이완 침공으로 타이완해협에서 형성되는 3번째 전선을 가리킵니다.

2027년 중국의 타이완 침공설 및 중국의 무력시위로 인해 최근 고조되고 있는 타이완해협에서의 긴장상황과 맞물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제3전선의 형성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는 모습
불안의 근원은 바로 미국의 장악력 약화에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며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고 전략의 중심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옮겼습니다. 중동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인태지역에서 도전자 중국을 상대하는데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큰 문제 없이 리스크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었던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하기까지 했습니다. 분명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즈중 대표의 발언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이 인태지역의 리스크 관리, 즉 타이완해협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집중하지 못하는 틈을 타 중국이 군사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는겁니다.

우즈중 대표로서는 전세계의 눈이 제2 전선에 쏠린 사이 타이완이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국제 사회에 다시금 환기시킨 셈입니다.

만약 제3전선이 현실화 되면 타이완 뿐만아니라 한국도 휘말리게 됩니다.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행동에 나서야 할테고, 또 타이완해협이 봉쇄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와 각종 물자 수입이 막힙니다. 당사자인 타이완에 준하는 타격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제3 전선 시나리오, 정말 현실이 될까요? 중국이 이번 전쟁을 틈타 타이완을 침공하기엔 현실적인 변수와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전문가 지적도 많습니다.

■제3전선에서 중국이 고려해야 할 두 가지―미국과 북한

제3전선이 형성될 경우 중국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두 가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하나는 상수 격인 미국, 다른 하나는 변수가 될 수 있는 북한입니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타이완과 단교한 미국은 그러면서도 '타이완관계법(Taiwan Relations Act)' 을 통해 타이완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못박았습니다. 타이완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대항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투능력을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1982년에는 레이건 행정부가 타이완에 이른바 '6개 보장(Six Assurances)'을 약속했습니다. 타이완에 대한 무기 판매 기한을 설정하지 않고 무기 판매를 중국과 사전 협의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2016년에는 미국 의회가 이를 명문화시켜 못박았습니다.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에 기반해 미국타이완의 안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지원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있는만큼 미국 입장에서 타이완해협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또다시 침략자가 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으면서 자국이 원하는 만큼 타이완을 복속시킬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에 실패하면 시진핑 주석의 지위도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이 제3의 전선을 만들때는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좋게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강준영 교수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는 중국이 북한이라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제3 전선이 형성될 경우 여파는 타이완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이 개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고, 주한미군 참전을 비롯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서의 병력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 북한이 이를 기회삼아 한반도에서 무력 도발 내지는 군사 행동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한반도에 힘이 공백이 생긴다고 판단을 하게 되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안에 문제가 생기면 제4의 전선도 생길 수 있는겁니다."

강준영 교수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물론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차원입니다.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각 주체의 판단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여러 가능성과 시나리오들을 분석·전망해보고 앞으로를 준비해나간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제3전선의 형성이 기우에 그친다고 할지라도, 당장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중동 정세와 국제 질서에 가져올 단기적·장기적 영향 모두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하마스 전쟁 바라보는 중·러의 속내

각 국가가 저마다 분주히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어느쪽을 지지하는지 의사를 밝히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초기에 중국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원론적이고 중립적인 입장만 밝히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팔레스타인 쪽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행동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지적했고, 이틀 뒤에는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민족의 합법적 권리를 회복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사태에서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러시아와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하마스를 규탄하는 미국과는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현지시간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선 끔찍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이스라엘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 비극들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엄청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가 잊혀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뒤집어보면 이번 전쟁 발발이 러시아 입장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더 확전될 경우,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이상 장기화시키지 않고 최대한 빨리 자국의 승리로 마무리짓고 싶어하는 러시아로서는 미국에 책임의 화살을 돌리면서 그 반대편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내린 것으로 읽힙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으로 팔레스타인도 독립 국가를 건설해야한다는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대중동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 속 미국이 체면을 구긴 사이, 중국은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내걸고 국제적인 충돌을 해결하는 중재자로서 자국의 존재감을 키우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늘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라고 스스로를 일컬으며 제3세계 국가들의 우방임을 자처해온 중국다운 행보입니다.

시진핑 주석 역시 19일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전쟁을 멈춰서 충돌이 확대 내지는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라고 말하며 두 개의 국가 해법을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 뒤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 숨어있는 셈입니다.

일대일로 포럼에서 각 국 정상들이 만찬장에 입장하는 모습.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맨 앞에서 나란히 서서 다른 정상들을 이끌며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체면 구긴 미국…더 공고해지는 중·러 연대

결국 적어도 지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대일로 10주년을 맞이해 제3차 일대일로 포럼을 연 중국은 150여개 국가 관계자들을 초청하며 우군을 다졌습니다. 자국의 영향력을 전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일대일로 만찬에서부터 양자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중·러 연대가 더 공고해지는 모습입니다.

체면을 구긴 미국은 이제 중동 사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 자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내면서 동시에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는 중·러 연대를 상대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전쟁이 일어난건 지구 반대편 중동이지만, 그 영향은 전세계에 미칩니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3 전선에 대한 우려부터 더 선명해지는 미중 대립 구도까지, 전쟁이 몰고올 여파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래픽: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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