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아들’ 이근호, “축복받는 은퇴…저는 행복했습니다”

입력 2023.10.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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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인터뷰하는 이근호(대구FC)KBS와 인터뷰하는 이근호(대구FC)

"수고하셨습니다.", "아쉬워요.", "더 해주세요."

대구FC 이근호의 사인을 받는 팬들은 모두 같은 말을 말했습니다. 38살의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합니다. 프로 데뷔 이후 약 20년만입니다.

인천에서 데뷔한 이근호는 2007년 대구로 이적해 축구 인생을 꽃피웠습니다. 두 시즌 동안 23골 9도움. K리그 베스트11부터 국가대표에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달렸습니다. 이후에도 울산, 전북 등 여러 팀을 거치며 K리그 우승컵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폭넓은 활동량과 탁월한 결정력,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21년 대구로 복귀한 뒤에도 이근호는 꾸준히 팀에 공헌했습니다. 이번 시즌엔 부주장으로 팀을 파이널 A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축구 인생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근호는 "어느 순간, 한 경기에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시즌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올 시즌 초반에 경기를 뛰면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직 몸이 좋을 때, 더 나빠지기 전에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저는 은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많은 선수가 결국 마지막에 팀을 찾지 못해 은퇴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저 자신이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스스로 끝을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올해일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내년에도 분명히 뛴다고 마음을 먹으면 뛸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더는 어린 친구들처럼 실력이 나아지거나 발전하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앞을 보기보다는 남들이 아쉽다고 얘기할 때 은퇴를 하고 싶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많은 선수가 그를 말렸습니다. 대구 최원권 감독은 세 번이나 그의 은퇴를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이근호의 다짐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말렸죠. 믿지 않았고, 아쉽다고 이야기하는 선수들도 많았어요. '왜 그래요?'. '부상 있어요? ' 물어봤죠.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제일 중요한 게 동기 부여잖아요. 그런데 동기 부여적인 면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아쉽지는 않아요. 올해도 그렇고 선수 생활을 해오는 내내 단 한 경기도 그냥 허투루 뛴 적이 없었어요. 모든 걸 쏟았기 때문에,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이었기 때문에 저는 괜찮습니다."

대구에서 은퇴를 결정했지만, 이근호는 자신이 거쳤던 모든 팀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니맨' 이근호는 해외진출을 포함해 총 11번 팀을 옮겼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J리그 주빌로 이와타, 감바 오사카, 울산 현대, 상주 상무, 카타르 스타스 리그 엘 자이시 SC,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 FC, 울산 현대, 다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고맙지 않은 팀이 없어요. 인천에서도 3년 동안 진짜 고생은 했지만, 그 기간은 저를 단련시켜준 시간이었고요. 아무래도 제 첫 팀이었으니 기억에 남고요. 대구는 말할 것도 없죠. 그 다음 뛰었던 일본 두 팀. 여전히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세요. 너무 감사하죠. 울산, 상주, 전북, 제주 강원 등 다 좋은 기억들만 있어요. 다행히 만나고 헤어질 때 슬프긴 했지만 나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팬분들 구단 관계자, 함께했던 동료 선수, 코치진까지 다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 "아픔이 운이 됐다." …낙마부터 해설위원까지

이근호에게 월드컵은 굴곡진 축구 인생을 대변합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세 골을 넣으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유럽 전지훈련까지 함께하고도 최종 명단에서는 탈락했습니다. 1년여간 이어진 골 침묵이 이유였습니다. 허정무 전 감독은 당시 '대표팀에서 그동안 공헌한 것이 있어 참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부진도) 1년이 넘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첫 도전이었죠. 정말 월드컵에 가는 줄 알았어요. 그때 당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떨어졌죠. 그래서 그 충격이 너무나 컸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저를 조금은 나태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요."라고 회상했습니다.

이근호는 이를 더 악물었습니다. 결국,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 상주 상무 소속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러시아전에서는 골까지 넣었습니다. 상대 골키퍼에게 일명 '기름 손'이라는 오명을 안겨주는 골이었습니다. 대표팀은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이근호는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은 좀 더 각별했어요. 거기서 골을 넣게 되면서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는 월드컵이 됐고요. 아주 멋진 골은 아니었죠. 원래 선수들은 차는 순간 느낌을 알거든요.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골이 되어서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네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아주 멋진 골은 아니어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고요. 그 전의 아픔이 운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아픔은 있었습니다.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로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던 이근호에게 무릎 부상이 찾아왔습니다. 무릎 인대 파열로 6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 출전은 좌절됐지만, KBS 해설위원으로 러시아 무대를 찾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해설위원으로서 월드컵을 경험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경기장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의 월드컵도 있지만, 밖에서 축제처럼 즐기는 팬분들도 있구나 알았죠.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제 3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저는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 인생 제2막의 시작은 '태양의 손자' 육아로…난 행복한 선수

이근호는 대구 구단 엠블럼에서 따온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그가 지난 2월 '태양의 손자' 인 아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근호는 인생 제2막을 육아로 시작하려 합니다.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봅니다. 프로야구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로, '적토마' 이병규 삼성 수석 코치의 아들 이승민은 '적토 망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별명을 아들이 물려받은 셈입니다. 올해 2월 태어난 아들 유안이도 축구를 시작한다면 태양의 손자로 그라운드를 누비게 됩니다.

"아주 먼 이야기죠. 아직 기어 다니고 있는 아이여서요. 건강하게 자라서 축구를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생각이에요. 팬들에게 '태양의 손자'라고 불린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이제 이근호는 마지막 다섯 경기를 준비합니다. 목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대구는 5위로 33라운드의 정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AFC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3위를 기록해야 하는데, 3위 광주FC와의 승점 5점 차입니다. 마지막 5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팬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각오입니다.

" 대구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 선수들을 좀 더 닦달해서 좀 더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또 저희 대구가 좀 더 높은 곳에서 다 같이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목표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우여곡절이 많은 축구 인생이라고 불리지만, 이근호는 행복했다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팬들도 그렇게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되게 행복했어요. 제가 이 위치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솔직히 프로팀에 가는 게 목표였고 그 다음은 프로팀에서 경기를 뛰는 게 목표였고요. 진짜로 인천에 있을 때는 연봉 1억 받는 형들을 보면서 '저거는 꿈의 숫자'라고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이렇게 축복받으면서 은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넌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다들 이야기해 주시지만, 저한테는 행복했던 시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행복한 축구 선수였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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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15:45:55
    스포츠K
KBS와 인터뷰하는 이근호(대구FC)
"수고하셨습니다.", "아쉬워요.", "더 해주세요."

대구FC 이근호의 사인을 받는 팬들은 모두 같은 말을 말했습니다. 38살의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합니다. 프로 데뷔 이후 약 20년만입니다.

인천에서 데뷔한 이근호는 2007년 대구로 이적해 축구 인생을 꽃피웠습니다. 두 시즌 동안 23골 9도움. K리그 베스트11부터 국가대표에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달렸습니다. 이후에도 울산, 전북 등 여러 팀을 거치며 K리그 우승컵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폭넓은 활동량과 탁월한 결정력, 이타적인 플레이까지. 21년 대구로 복귀한 뒤에도 이근호는 꾸준히 팀에 공헌했습니다. 이번 시즌엔 부주장으로 팀을 파이널 A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축구 인생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이근호는 "어느 순간, 한 경기에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시즌 초부터 생각하고 있었어요. 올 시즌 초반에 경기를 뛰면서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직 몸이 좋을 때, 더 나빠지기 전에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저는 은퇴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많은 선수가 결국 마지막에 팀을 찾지 못해 은퇴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저 자신이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스스로 끝을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올해일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내년에도 분명히 뛴다고 마음을 먹으면 뛸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더는 어린 친구들처럼 실력이 나아지거나 발전하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앞을 보기보다는 남들이 아쉽다고 얘기할 때 은퇴를 하고 싶어요."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많은 선수가 그를 말렸습니다. 대구 최원권 감독은 세 번이나 그의 은퇴를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이근호의 다짐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많이 말렸죠. 믿지 않았고, 아쉽다고 이야기하는 선수들도 많았어요. '왜 그래요?'. '부상 있어요? ' 물어봤죠. 그런데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제일 중요한 게 동기 부여잖아요. 그런데 동기 부여적인 면에서도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아쉽지는 않아요. 올해도 그렇고 선수 생활을 해오는 내내 단 한 경기도 그냥 허투루 뛴 적이 없었어요. 모든 걸 쏟았기 때문에, 후회 없는 선수 생활이었기 때문에 저는 괜찮습니다."

대구에서 은퇴를 결정했지만, 이근호는 자신이 거쳤던 모든 팀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니맨' 이근호는 해외진출을 포함해 총 11번 팀을 옮겼습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J리그 주빌로 이와타, 감바 오사카, 울산 현대, 상주 상무, 카타르 스타스 리그 엘 자이시 SC,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강원 FC, 울산 현대, 다시 대구로 돌아왔습니다.

"고맙지 않은 팀이 없어요. 인천에서도 3년 동안 진짜 고생은 했지만, 그 기간은 저를 단련시켜준 시간이었고요. 아무래도 제 첫 팀이었으니 기억에 남고요. 대구는 말할 것도 없죠. 그 다음 뛰었던 일본 두 팀. 여전히 많은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고 계세요. 너무 감사하죠. 울산, 상주, 전북, 제주 강원 등 다 좋은 기억들만 있어요. 다행히 만나고 헤어질 때 슬프긴 했지만 나빴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팬분들 구단 관계자, 함께했던 동료 선수, 코치진까지 다 좋은 기억들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 "아픔이 운이 됐다." …낙마부터 해설위원까지

이근호에게 월드컵은 굴곡진 축구 인생을 대변합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세 골을 넣으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유럽 전지훈련까지 함께하고도 최종 명단에서는 탈락했습니다. 1년여간 이어진 골 침묵이 이유였습니다. 허정무 전 감독은 당시 '대표팀에서 그동안 공헌한 것이 있어 참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부진도) 1년이 넘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첫 도전이었죠. 정말 월드컵에 가는 줄 알았어요. 그때 당시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떨어졌죠. 그래서 그 충격이 너무나 컸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마음가짐이 아무래도 저를 조금은 나태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요."라고 회상했습니다.

이근호는 이를 더 악물었습니다. 결국, 4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 상주 상무 소속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러시아전에서는 골까지 넣었습니다. 상대 골키퍼에게 일명 '기름 손'이라는 오명을 안겨주는 골이었습니다. 대표팀은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이근호는 1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은 좀 더 각별했어요. 거기서 골을 넣게 되면서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있는 월드컵이 됐고요. 아주 멋진 골은 아니었죠. 원래 선수들은 차는 순간 느낌을 알거든요.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골이 되어서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네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밌는 것 같아요. 아주 멋진 골은 아니어도 제게는 큰 의미가 있고요. 그 전의 아픔이 운으로 작용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아픔은 있었습니다. 손흥민의 공격 파트너로 마지막 월드컵을 준비하던 이근호에게 무릎 부상이 찾아왔습니다. 무릎 인대 파열로 6주간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 출전은 좌절됐지만, KBS 해설위원으로 러시아 무대를 찾았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해설위원으로서 월드컵을 경험했기 때문에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경기장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의 월드컵도 있지만, 밖에서 축제처럼 즐기는 팬분들도 있구나 알았죠.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제 3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재밌었고요. 저는 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아요."

■ 인생 제2막의 시작은 '태양의 손자' 육아로…난 행복한 선수

이근호는 대구 구단 엠블럼에서 따온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그가 지난 2월 '태양의 손자' 인 아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이근호는 인생 제2막을 육아로 시작하려 합니다.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봅니다. 프로야구 '바람의 아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 이정후는 '바람의 손자'로, '적토마' 이병규 삼성 수석 코치의 아들 이승민은 '적토 망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별명을 아들이 물려받은 셈입니다. 올해 2월 태어난 아들 유안이도 축구를 시작한다면 태양의 손자로 그라운드를 누비게 됩니다.

"아주 먼 이야기죠. 아직 기어 다니고 있는 아이여서요. 건강하게 자라서 축구를 좋아하고 또 하고 싶어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생각이에요. 팬들에게 '태양의 손자'라고 불린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이제 이근호는 마지막 다섯 경기를 준비합니다. 목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대구는 5위로 33라운드의 정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AFC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서는 최소 3위를 기록해야 하는데, 3위 광주FC와의 승점 5점 차입니다. 마지막 5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팬들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각오입니다.

" 대구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 선수들을 좀 더 닦달해서 좀 더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승리할 수 있도록 또 저희 대구가 좀 더 높은 곳에서 다 같이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목표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우여곡절이 많은 축구 인생이라고 불리지만, 이근호는 행복했다고 자평합니다. 그리고 팬들도 그렇게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되게 행복했어요. 제가 이 위치까지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솔직히 프로팀에 가는 게 목표였고 그 다음은 프로팀에서 경기를 뛰는 게 목표였고요. 진짜로 인천에 있을 때는 연봉 1억 받는 형들을 보면서 '저거는 꿈의 숫자'라고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만큼 이렇게 축복받으면서 은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입니다.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어요. 넌 힘든 시간이 많았다고 다들 이야기해 주시지만, 저한테는 행복했던 시간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행복한 축구 선수였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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