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가 어눌해요”…시민 신고·소방관 대처로 뇌출혈 환자 구해

입력 2023.10.20 (16:46) 수정 2023.10.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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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뇌졸중 전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한 시민과 신고를 접수한 베테랑 소방관의 신속한 대처로 60대 뇌출혈 환자가 귀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최초 신고자 시민 오윤미 씨최초 신고자 시민 오윤미 씨

■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오래 살았거든요"

세종의 한 치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오윤미 씨는 어제(19일) 오전 10시쯤 환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날 오후 내원하기로 했던 A 씨가 병원을 찾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 씨는 몇 차례 시도 끝에 A 씨와 통화할 수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A 씨의 말투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옆에 보호자 분이 계시냐"고 묻기를 몇 차례, 평소와 달리 A 씨와의 의사소통이 어렵고 말투가 어눌해졌다고 판단한 오 씨는 119에 "A 씨의 신변을 확인해달라"고 신고했습니다.

예약 환자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날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 이유는 뭘까요? 30대인 오 씨는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오래 살았는데, 고등학생일 때 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적이 있다"며 "환자 분이 그때와 비슷한 상태이신 것 같았다"고 119에 신고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최소영 세종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방교 역시 여러 차례 통화 시도 끝에 A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는 작게 앓는 소리만 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경력 7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최 소방교는 A 씨가 중증 환자임을 직감하고, 구급대와 펌프차가 함께 출동하는 '펌뷸런스' 지령을 내렸습니다.

소방 당국은 A 씨의 치과 진료기록부를 통해 자택 주소를 확인하고, 이동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해 환자의 위치를 좁혀 나갔습니다. 수색 끝에 A 씨가 발견된 곳은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의 한 밭. A 씨의 안부를 살핀 병원 직원의 신고 이후 50분 만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A 씨는 컨테이너에 기댄 채 쓰러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병원 전 뇌졸중 척도 검사에서 편마비 증세 등 의심 반응을 보여 청주의 한 뇌혈관 전문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 씨의 자녀는 이후 병원 직원 오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뇌출혈로 확인돼 현재 중환자실에 계시다"며 "신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고 하는데요. 자칫 지나칠 수도 있던 상황에서 한 시민의 작은 관심과 친절이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 신고를 받고 대처한 최소영 세종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소방교최초 신고를 받고 대처한 최소영 세종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소방교

■ 골든타임이 생명…의심 환자에게는 "웃어보세요"


"지병이 있는 지인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신변확인 출동의 경우, 119 종합상황실에서 흔한 편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신고에서 자택 확인과 위치정보 조회가 신속하게 이뤄진 데는 최초 신고를 접수한 최 소방교의 빠른 판단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 소방교는 "'환자의 말투가 평소와 달리 어눌하다'는 신고자의 말을 듣고, 뇌혈관 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뇌졸중의 경우, 발병 이후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요. 골든타임이 생명인 만큼 의심 환자가 있으면 발견 즉시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철 늘어나는 심뇌혈관 질환,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요? 일반 시민이라면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뇌졸중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병원 전 뇌졸중 척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최 소방교는 "환자에게 '웃어보세요',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들어보세요'를 요청했을 때 한쪽 입꼬리가 내려가거나 한쪽 팔이 떨어지는 등 '편마비' 증세를 보이는 경우는 뇌졸중 의심 반응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오늘이 며칠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등을 물었을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문장이 완전하지 않다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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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0-20 16: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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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뇌졸중 전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한 시민과 신고를 접수한 베테랑 소방관의 신속한 대처로 60대 뇌출혈 환자가 귀중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최초 신고자 시민 오윤미 씨
■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오래 살았거든요"

세종의 한 치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오윤미 씨는 어제(19일) 오전 10시쯤 환자 A 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날 오후 내원하기로 했던 A 씨가 병원을 찾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 씨는 몇 차례 시도 끝에 A 씨와 통화할 수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A 씨의 말투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옆에 보호자 분이 계시냐"고 묻기를 몇 차례, 평소와 달리 A 씨와의 의사소통이 어렵고 말투가 어눌해졌다고 판단한 오 씨는 119에 "A 씨의 신변을 확인해달라"고 신고했습니다.

예약 환자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 날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 이유는 뭘까요? 30대인 오 씨는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오래 살았는데, 고등학생일 때 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적이 있다"며 "환자 분이 그때와 비슷한 상태이신 것 같았다"고 119에 신고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신고를 접수한 최소영 세종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방교 역시 여러 차례 통화 시도 끝에 A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는 작게 앓는 소리만 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경력 7년 차 베테랑 소방관인 최 소방교는 A 씨가 중증 환자임을 직감하고, 구급대와 펌프차가 함께 출동하는 '펌뷸런스' 지령을 내렸습니다.

소방 당국은 A 씨의 치과 진료기록부를 통해 자택 주소를 확인하고, 이동전화 위치정보를 조회해 환자의 위치를 좁혀 나갔습니다. 수색 끝에 A 씨가 발견된 곳은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의 한 밭. A 씨의 안부를 살핀 병원 직원의 신고 이후 50분 만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A 씨는 컨테이너에 기댄 채 쓰러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병원 전 뇌졸중 척도 검사에서 편마비 증세 등 의심 반응을 보여 청주의 한 뇌혈관 전문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 씨의 자녀는 이후 병원 직원 오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뇌출혈로 확인돼 현재 중환자실에 계시다"며 "신고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고 하는데요. 자칫 지나칠 수도 있던 상황에서 한 시민의 작은 관심과 친절이 소중한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 신고를 받고 대처한 최소영 세종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소속 소방교
■ 골든타임이 생명…의심 환자에게는 "웃어보세요"


"지병이 있는 지인이 연락되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신변확인 출동의 경우, 119 종합상황실에서 흔한 편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신고에서 자택 확인과 위치정보 조회가 신속하게 이뤄진 데는 최초 신고를 접수한 최 소방교의 빠른 판단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최 소방교는 "'환자의 말투가 평소와 달리 어눌하다'는 신고자의 말을 듣고, 뇌혈관 질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전했습니다. 뇌졸중의 경우, 발병 이후 최대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한데요. 골든타임이 생명인 만큼 의심 환자가 있으면 발견 즉시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는 가을·겨울철 늘어나는 심뇌혈관 질환,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요? 일반 시민이라면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가 뇌졸중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병원 전 뇌졸중 척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최 소방교는 "환자에게 '웃어보세요', '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들어보세요'를 요청했을 때 한쪽 입꼬리가 내려가거나 한쪽 팔이 떨어지는 등 '편마비' 증세를 보이는 경우는 뇌졸중 의심 반응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오늘이 며칠인지', '지금이 몇시인지' 등을 물었을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문장이 완전하지 않다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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