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국감 단골손님 영풍제련소, 설비개선 약속 이행률 10%대

입력 2023.10.21 (06:00) 수정 2023.10.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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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 '10년째 국감행'…통합허가 석 달 만에 또 위반


10년째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국정감사에 거의 매년 등장한 단골손님이 있습니다.

낙동강 최상류, 경북 봉화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입니다.

여기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행위 이력(?)을 잠깐 살펴볼까요.

공장 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2018년)
공장 터 토양에 폐수 0.5톤 유출(2018년)
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카드뮴 검출(2019년)
대기오염물질 자가 측정 조작(2019년)
카드뮴에 오염된 지하수·폐기물 등이 빗물에 섞여 낙동강으로 유출(2020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영풍 제련소는 지난 10년간 무려 70여 건의 환경법령을 매년 꾸준히 위반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업정지 등 여러 행정처분을 받고도, 이에 불복해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며 처분을 지연시키기도 했죠.

처음 국감에 등장한 2014년으로부터 10년째 되는 올해 역시 영풍석포제련소는 '어김없이' 소환됐습니다.

올해 초 특별점검에서 또 위반사항이 6건이나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 조건부 통합환경허가'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 '100개 개선 조건 이행 약속'…올해 성적표는?


중대 환경오염 행위를 반복해 온 영풍 제련소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말 영풍 측에 '통합환경관리허가'를 내줬습니다.

2025년까지 백여 가지 개선 사항을 이행한다는 조건이 전제였습니다.

영풍 측은 허가 조건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KBS가 <통합허가에 따른 사후관리 진행 상황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영풍 측은 지난 8월 말 기준, 103개 허가 조건의 세분류 235건 중 52.3%인 123건을 이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벌써 허가 조건을 절반이나 이행했다니 빠른 것으로 보이지만, 분야별 이행률을 살펴보면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측정이나 기록 등 즉시 이행이 가능한 '시설 운영' 조건의 올해 이행률은 96%.

하지만 예산이 많이 들고 오염 방지에 더 근본적인 '설비 개선'의 올해 이행률은 23%에 그친 겁니다.


특히 '설비 개선' 조건 대부분은 내년 말까지 마무리돼야 하는데, 전체 진행률은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영풍석포제련소 공장 상황이나 그동안 각종 행정 처분에 대한 영풍 측의 태도를 봤을 때, 설비 개선에 대한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기 힘들뿐더러 이에 대한 제재 역시 소송 등을 통해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사실 (시설) 운영 부분은 개선할 수밖에 없고, 중요한 것은 이제 시설 부분인데 50년 전에 벌써 만들어진 시설들을 덧대고 새로 개조하고 이렇게 했었기 때문에 제대로 개선될지는 굉장히 의문입니다."

■ 토양정화명령·지하수 오염 방지명령 이행도 '하세월'

영풍석포제련소 측이 지켜야 할 약속은 통합허가조건 뿐만이 아닙니다.

경북 봉화군은 2015년부터 석포제련소 공장 내·외부 등 8개 터에 대한 오염 토양 정화명령을 내렸습니다.

제련소 안은 물론 주변 땅의 토양이 카드뮴과 납·아연 등 고농도의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양 정화가 끝난 곳은 8개 부지 중 오염량이 비교적 적은 2곳 뿐.
(사원 주택 오염토량 40,696㎥, 하천부지 11,248㎥, 이행 기한 21년)

가장 심각한 1·2공장 터(추정 오염토량 307,087㎥)와 4km 이내 주변 지역(추정 오염토량 335,636㎥)의 진행률은 10~20%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행 기한은 각각 내년 6월 말, 다가오는 11월 말로 임박해있습니다.


오염 지하수의 낙동강 누출을 막을 방지 시설인 '차단벽' 역시 1공장에만 설치됐고, 나머지 공장에는 내년이나 오는 2025년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오염 지하수의 정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 했습니다. 1공장에서만 지난해부터 일부 이행 중이며, 이마저도 시범 정화가 진행 중입니다.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하수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제련 과정에서 일어나는 누수 부분입니다. 황산·카드뮴, 이런 것들이 지하로 새어들어 가는 등 복합적으로 지하수 오염이 됐고요. 장기적으로는 차단벽(방지시설)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벌써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이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통합허가 조건 이행까지 남은 기한은 고작 2년여 정도.

하지만 주요 허가 조건의 이행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각종 행정 처분에 소송으로 불복하며 영업을 이어 온 영풍석포제련소.

이 때문에 통합허가조건 역시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기선/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장
"한번 두번 (법을)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나와야 하는데 통합환경 관리제도에는 폐쇄를 시킨다든가, 제도적인 게 안 돼 있더라고요."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경고, 10일 조업정지, 20일 조업정지 이렇게 죽 나가는데 사실 '공장 폐쇄'라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동안 오염수 누출사고라든지, 위반사항 적발을 했을 때 전부 다 행정소송으로 맞섰지 않습니까. 앞으로 (미이행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행정 소송으로 맞설 것이 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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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1 06:00:03
    • 수정2023-10-21 0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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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 '10년째 국감행'…통합허가 석 달 만에 또 위반


10년째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 국정감사에 거의 매년 등장한 단골손님이 있습니다.

낙동강 최상류, 경북 봉화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입니다.

여기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 오염 행위 이력(?)을 잠깐 살펴볼까요.

공장 폐수 70톤을 낙동강에 무단 방류(2018년)
공장 터 토양에 폐수 0.5톤 유출(2018년)
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수질 기준을 초과하는 카드뮴 검출(2019년)
대기오염물질 자가 측정 조작(2019년)
카드뮴에 오염된 지하수·폐기물 등이 빗물에 섞여 낙동강으로 유출(2020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영풍 제련소는 지난 10년간 무려 70여 건의 환경법령을 매년 꾸준히 위반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업정지 등 여러 행정처분을 받고도, 이에 불복해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며 처분을 지연시키기도 했죠.

처음 국감에 등장한 2014년으로부터 10년째 되는 올해 역시 영풍석포제련소는 '어김없이' 소환됐습니다.

올해 초 특별점검에서 또 위반사항이 6건이나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 조건부 통합환경허가'를 받은 지 석 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 '100개 개선 조건 이행 약속'…올해 성적표는?


중대 환경오염 행위를 반복해 온 영풍 제련소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말 영풍 측에 '통합환경관리허가'를 내줬습니다.

2025년까지 백여 가지 개선 사항을 이행한다는 조건이 전제였습니다.

영풍 측은 허가 조건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KBS가 <통합허가에 따른 사후관리 진행 상황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영풍 측은 지난 8월 말 기준, 103개 허가 조건의 세분류 235건 중 52.3%인 123건을 이행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벌써 허가 조건을 절반이나 이행했다니 빠른 것으로 보이지만, 분야별 이행률을 살펴보면 상황은 좀 달라집니다.


측정이나 기록 등 즉시 이행이 가능한 '시설 운영' 조건의 올해 이행률은 96%.

하지만 예산이 많이 들고 오염 방지에 더 근본적인 '설비 개선'의 올해 이행률은 23%에 그친 겁니다.


특히 '설비 개선' 조건 대부분은 내년 말까지 마무리돼야 하는데, 전체 진행률은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지은 지 50년이 넘은 영풍석포제련소 공장 상황이나 그동안 각종 행정 처분에 대한 영풍 측의 태도를 봤을 때, 설비 개선에 대한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기 힘들뿐더러 이에 대한 제재 역시 소송 등을 통해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사실 (시설) 운영 부분은 개선할 수밖에 없고, 중요한 것은 이제 시설 부분인데 50년 전에 벌써 만들어진 시설들을 덧대고 새로 개조하고 이렇게 했었기 때문에 제대로 개선될지는 굉장히 의문입니다."

■ 토양정화명령·지하수 오염 방지명령 이행도 '하세월'

영풍석포제련소 측이 지켜야 할 약속은 통합허가조건 뿐만이 아닙니다.

경북 봉화군은 2015년부터 석포제련소 공장 내·외부 등 8개 터에 대한 오염 토양 정화명령을 내렸습니다.

제련소 안은 물론 주변 땅의 토양이 카드뮴과 납·아연 등 고농도의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토양 정화가 끝난 곳은 8개 부지 중 오염량이 비교적 적은 2곳 뿐.
(사원 주택 오염토량 40,696㎥, 하천부지 11,248㎥, 이행 기한 21년)

가장 심각한 1·2공장 터(추정 오염토량 307,087㎥)와 4km 이내 주변 지역(추정 오염토량 335,636㎥)의 진행률은 10~20%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행 기한은 각각 내년 6월 말, 다가오는 11월 말로 임박해있습니다.


오염 지하수의 낙동강 누출을 막을 방지 시설인 '차단벽' 역시 1공장에만 설치됐고, 나머지 공장에는 내년이나 오는 2025년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오염 지하수의 정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 했습니다. 1공장에서만 지난해부터 일부 이행 중이며, 이마저도 시범 정화가 진행 중입니다.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지하수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제련 과정에서 일어나는 누수 부분입니다. 황산·카드뮴, 이런 것들이 지하로 새어들어 가는 등 복합적으로 지하수 오염이 됐고요. 장기적으로는 차단벽(방지시설)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벌써 지하수 오염과 토양 오염이 임계치를 넘어섰기 때문에..."


통합허가 조건 이행까지 남은 기한은 고작 2년여 정도.

하지만 주요 허가 조건의 이행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아 보입니다.

그동안 각종 행정 처분에 소송으로 불복하며 영업을 이어 온 영풍석포제련소.

이 때문에 통합허가조건 역시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신기선/영풍석포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장
"한번 두번 (법을)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나와야 하는데 통합환경 관리제도에는 폐쇄를 시킨다든가, 제도적인 게 안 돼 있더라고요."

김수동/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경고, 10일 조업정지, 20일 조업정지 이렇게 죽 나가는데 사실 '공장 폐쇄'라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동안 오염수 누출사고라든지, 위반사항 적발을 했을 때 전부 다 행정소송으로 맞섰지 않습니까. 앞으로 (미이행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행정 소송으로 맞설 것이 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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