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들였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 유출 심각

입력 2023.10.2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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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2 대 1'… "전투기 조종사 꼭 해보고 싶어요!"

공군은 200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함께 국산 항공기에 탑승해 조종 임무를 체험할 수 있는 '국민 조종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그리고 가속도 내성훈련에 비상탈출훈련, 저압실 훈련 등 비행환경 적응훈련까지 거쳐 최종 4인의 국민 조종사가 지난 11일 선발됐는데요.

제9기 국민 조종사로 최종 선발된  유동현, 김종섭, 김의현, 이호정 씨 (공군 제공)제9기 국민 조종사로 최종 선발된 유동현, 김종섭, 김의현, 이호정 씨 (공군 제공)

올해는 무려 2,768명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인 '692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선발된 '국민 조종사'는 순직 조종사의 친형부터 결혼과 함께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한 뒤 귀화한 여성까지 다양했는데요.

이렇게 단 한 번이라도 전투기를 직접 탑승해 조종 체험을 하고자 하는 '국민' 조종사는 점점 늘어나지만, '현역' 조종사들은 되레 전투기를 그만 타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 연간 100명 안팎 전투기 조종사 '유출'

2017년 이후 연간 공군 조종사 유출 인원 현황(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2017년 이후 연간 공군 조종사 유출 인원 현황(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우리나라에 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모두 약 1,700명입니다. 대위가 약 780명, 소령이 약 54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소령급 유출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창 나이와 계급에 F-15K 등 우리 군 주력 전투기 조종사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조종사들이 매년 약 100명 안팎으로 군을 떠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06명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25명,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에는 7명으로 대폭 줄었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58명이 이탈했습니다. 대부분 군을 떠나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취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조종사 1명 키우는 데 최소 70억 원 투입… 주력 기종은 '200억'

노련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략 100억 원이 넘는 양성비용이 들어갑니다.

기종별 10년차 조종사 양성비용  (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기종별 10년차 조종사 양성비용 (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과 '전비태세 훈련 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지난 2013년에 도입된 FA-50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비행교육과 전술 입문 등 1인당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에 12억 5천만 원, 여기에 전비태세 훈련 비용 56억 9천만 원을 합하면 비행 입과 후 10년 차가 된 숙련 조종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69억 4천만 원, 약 70억에 이릅니다.

비슷한 연차의 KF-16 기종 조종사는 122억 6천만 원, 우리 공군 주력기인 F-15K 조종사는 무려 210억 8천만 원의 막대한 양성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렇다 보니 비용을 많이 들여서 키워놓은 조종사가 결국 민항사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조종사 양성 비용을 민항사가 일부 분담하라는 요구도 나오곤 했습니다.

■ "가족의 현실과 제 미래를 생각했을 때 나가는 게…"

실제 현재 전역을 고려 중이라는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에게 왜 군을 떠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로 보수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 경력의 숙련된 조종사가 민간 항공사로 갈 경우 훨씬 나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군은 '진급율 보장'을 일종의 보상책으로 제시하지만, 정작 계급이 높아질수록 생활은 더 빡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상출격이나 출격 대기 등이 일상이다 보니 가족과의 시간이 갈수록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 A 소령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
"조종사들은 민간 항공사와의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부분과 군 자체의 빡빡한 생활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고 느낍니다. 특히 계급이 높아지거나 연차가 쌓일수록 맡아야 하는 직위는 바쁘고 힘든 보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전역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자녀 교육 여건 마련이나 진급을 위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까지 생각하면 더욱 생각이 깊어집니다. 군에서는 해결책으로 진급율 보장이나 재경 지역 거주 여건 개선을 내놓고 있지만, 군이라는 고유 특성상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부분을 아무래도 해결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 "전투기 조종사 항공수당 인상, 장려수당 확대"

공군도 조종사들의 전역을 최대한 늦추거나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개선 방안들을 내놓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대령 보직을 25자리 늘려 조종사 정원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나이가 들어서도 민항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민항사와 협의해 채용 제한연령도 폐지했습니다. 기존에는 대한항공의 경우 만 40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만 42세까지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나이대에 가까워지는 한창 나이의 조종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나이 제한을 없앤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군인에서 조종군무원으로 복귀하는 길도 대폭 늘려줬습니다.

향후에는 연 30억 원을 투입해 전투기 조종사 항공수당을 내년까지 20%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며, 조종사 연장복무 장려수당도 기존 임관 21년 차뿐 아니라 22년 차 이상에게도 월 1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비태세 유지에 문제 없으며, 조종사들의 복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종사들이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항공수당 인상 등 조종사 복지 및 처우개선 사업을 지속 추진 중으로, 시대변화를 고려해 20~30대 젊은 조종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복무만족도 향상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항공수당 인상이나 휴식시간 보장 등 다층적 차원에서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교육 여건에 대한 보장뿐만 아니라 조종사 업무환경과 근무 여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자긍심을 지닐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석양을 등에 지고 하늘 끝까지 폭음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그까짓 부귀영화 어디에 쓰랴 사나이 인생을 하늘에 건다"

공군의 대표적인 군가인 '빨간 마후라' 2절 가사입니다. 전투기 조종사 유출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단골 지적 사항이기도 한데요. '사나이 인생을 하늘에 건' 전투기 조종사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 대신, 오랜 시간 고도의 훈련 과정을 거쳐 갈고닦은 기량과 경험을 조국의 영공에서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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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억 들였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 유출 심각
    • 입력 2023-10-21 08:01:00
    심층K

■ '692 대 1'… "전투기 조종사 꼭 해보고 싶어요!"

공군은 200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공군 전투기 조종사와 함께 국산 항공기에 탑승해 조종 임무를 체험할 수 있는 '국민 조종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그리고 가속도 내성훈련에 비상탈출훈련, 저압실 훈련 등 비행환경 적응훈련까지 거쳐 최종 4인의 국민 조종사가 지난 11일 선발됐는데요.

제9기 국민 조종사로 최종 선발된  유동현, 김종섭, 김의현, 이호정 씨 (공군 제공)
올해는 무려 2,768명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인 '692 대 1'을 기록했습니다. 선발된 '국민 조종사'는 순직 조종사의 친형부터 결혼과 함께 베트남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한 뒤 귀화한 여성까지 다양했는데요.

이렇게 단 한 번이라도 전투기를 직접 탑승해 조종 체험을 하고자 하는 '국민' 조종사는 점점 늘어나지만, '현역' 조종사들은 되레 전투기를 그만 타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 연간 100명 안팎 전투기 조종사 '유출'

2017년 이후 연간 공군 조종사 유출 인원 현황(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우리나라에 현역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모두 약 1,700명입니다. 대위가 약 780명, 소령이 약 54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소령급 유출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한창 나이와 계급에 F-15K 등 우리 군 주력 전투기 조종사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조종사들이 매년 약 100명 안팎으로 군을 떠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06명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25명,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2021년에는 7명으로 대폭 줄었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로 올해는 지난달 기준으로 58명이 이탈했습니다. 대부분 군을 떠나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취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조종사 1명 키우는 데 최소 70억 원 투입… 주력 기종은 '200억'

노련한 전투기 조종사 1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략 100억 원이 넘는 양성비용이 들어갑니다.

기종별 10년차 조종사 양성비용  (출처: 공군, 제공: 국회 국방위 민주당 안규백 의원실)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게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과 '전비태세 훈련 비용'으로 구성됩니다.

지난 2013년에 도입된 FA-50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비행교육과 전술 입문 등 1인당 조종사 양성교육 비용에 12억 5천만 원, 여기에 전비태세 훈련 비용 56억 9천만 원을 합하면 비행 입과 후 10년 차가 된 숙련 조종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69억 4천만 원, 약 70억에 이릅니다.

비슷한 연차의 KF-16 기종 조종사는 122억 6천만 원, 우리 공군 주력기인 F-15K 조종사는 무려 210억 8천만 원의 막대한 양성비용이 들어갑니다.

이렇다 보니 비용을 많이 들여서 키워놓은 조종사가 결국 민항사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조종사 양성 비용을 민항사가 일부 분담하라는 요구도 나오곤 했습니다.

■ "가족의 현실과 제 미래를 생각했을 때 나가는 게…"

실제 현재 전역을 고려 중이라는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에게 왜 군을 떠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로 보수 측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 경력의 숙련된 조종사가 민간 항공사로 갈 경우 훨씬 나은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군은 '진급율 보장'을 일종의 보상책으로 제시하지만, 정작 계급이 높아질수록 생활은 더 빡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진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비상출격이나 출격 대기 등이 일상이다 보니 가족과의 시간이 갈수록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 A 소령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
"조종사들은 민간 항공사와의 경제적 차이에서 오는 부분과 군 자체의 빡빡한 생활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고 느낍니다. 특히 계급이 높아지거나 연차가 쌓일수록 맡아야 하는 직위는 바쁘고 힘든 보직입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없어 전역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자녀 교육 여건 마련이나 진급을 위한 경쟁에서 오는 피로까지 생각하면 더욱 생각이 깊어집니다. 군에서는 해결책으로 진급율 보장이나 재경 지역 거주 여건 개선을 내놓고 있지만, 군이라는 고유 특성상 항상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부분을 아무래도 해결하기 쉽지 않긴 합니다."

■ "전투기 조종사 항공수당 인상, 장려수당 확대"

공군도 조종사들의 전역을 최대한 늦추거나 유출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개선 방안들을 내놓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대령 보직을 25자리 늘려 조종사 정원 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나이가 들어서도 민항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민항사와 협의해 채용 제한연령도 폐지했습니다. 기존에는 대한항공의 경우 만 40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만 42세까지 취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나이대에 가까워지는 한창 나이의 조종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나이 제한을 없앤 겁니다. 뿐만 아니라 군인에서 조종군무원으로 복귀하는 길도 대폭 늘려줬습니다.

향후에는 연 30억 원을 투입해 전투기 조종사 항공수당을 내년까지 20% 인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며, 조종사 연장복무 장려수당도 기존 임관 21년 차뿐 아니라 22년 차 이상에게도 월 100만 원씩 지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대비태세 유지에 문제 없으며, 조종사들의 복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방안들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조종사들이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항공수당 인상 등 조종사 복지 및 처우개선 사업을 지속 추진 중으로, 시대변화를 고려해 20~30대 젊은 조종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복무만족도 향상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항공수당 인상이나 휴식시간 보장 등 다층적 차원에서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교육 여건에 대한 보장뿐만 아니라 조종사 업무환경과 근무 여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하는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서의 자긍심을 지닐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석양을 등에 지고 하늘 끝까지 폭음따라 흐른다 나도 흐른다/ 그까짓 부귀영화 어디에 쓰랴 사나이 인생을 하늘에 건다"

공군의 대표적인 군가인 '빨간 마후라' 2절 가사입니다. 전투기 조종사 유출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단골 지적 사항이기도 한데요. '사나이 인생을 하늘에 건' 전투기 조종사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 대신, 오랜 시간 고도의 훈련 과정을 거쳐 갈고닦은 기량과 경험을 조국의 영공에서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방안 마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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