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배달 일감 배분?…“알고리즘 못 믿어” 45.5%

입력 2023.10.23 (07:00) 수정 2023.10.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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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배달라이더 홍 모 씨는 평소 일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수시로 겪는다고 말합니다.

배달 앱에 주문 표시된 음식점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도 다른 배달라이더가 주문 배정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배정 전 스마트폰 화면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배정 전 스마트폰 화면

윗 사진처럼 어느 가게에 배달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 화면에 '포크와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 표시됩니다.

주문이 접수되더라도 실제 배달을 하기 전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주문 표시를 해주는 겁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친절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이동해보세요'라며, 가까이 가면 배달 주문 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가게 옆으로 가 있더라도 다른 배달라이더가 배달 주문 배정을 받고 나서 본인보다 뒤늦게 도착한다는 게 홍 씨의 주장입니다.

주문 배정을 많이 받을수록 소득이 높아지는 만큼, 이런 경우를 겪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고 허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배달라이더 설문조사…"AI 일감 배분 시스템 못 믿는다" 45.5%

홍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배달라이더가 적지 않습니다.


국민입법센터와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배달라이더 77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30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5.5%가 AI 일감 배분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AI 일감 배분 시스템이 본인의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는 배달라이더가 3명 중 2명일 정도로 그 중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알고 있지만, AI가 일감을 배분하는 알고리즘이 공정하다고 느끼지는 않는 겁니다.


어떤 기준으로 배달료, 배차, 프로모션 등이 산정되는지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39.5%나 됐습니다.

파악하고 있다고 응답한 배달라이더들도 많은 경험을 통해 대략적으로 추정을 할 뿐이지 정확한 알고리즘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많은 배달라이더가 AI 일감 배분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알고리즘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연히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경력이 길수록, 계약한 배달업체 수가 많을수록 불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고리즘 정보가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응답자 73.2%가 알고리즘 정보에 대해서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 "알고리즘 알 권리 보장해야"…배달업체 측 "보안정책상 공개할 수 없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현재 일 배정기준, 프로모션 달성 배달 건수 등 세부사항이 라이더 분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AI 알고리즘에 의해 수시로 바뀌고 있다"며 "공정한 업무 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AI 배분 기준 공개 등 알고리즘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AI 일감 배분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묻는 KBS의 질의에 "회사 보안 정책상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국민연금 가입자 48%에 불과…불안한 노동 환경 여전

배달라이더 노동 환경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배달라이더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4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지만, 평균 순소득은 월 284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각종 보험료 본인 부담금 등을 감안하면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월 250만 원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심각한 건 국민연금 가입자 비율이었습니다.

해당 설문조사에 응한 배달라이더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가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 78.3%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고용보험 미가입 응답자도 16.1%나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적용에 따라 2022년부터 배달라이더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아직 가입하지 않은 배달라이더도 있는 겁니다.

배달라이더로서 사회보험 미적용에 대해 느끼는 걱정과 불안의 정도를 5점 척도로 묻자 평균 3.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안정한 미래와 노후에 대해 느끼는 걱정과 불안 지수는 평균 3.9점으로 더 높게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을 매우 불안해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사고를 경험한 배달라이더가 33%일 정도로 위험한 근무환경도 우려를 키우는 한 요인일 것입니다.

이 같은 배달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토대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배달라이더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내일(24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한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해 라이더 분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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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의 배달 일감 배분?…“알고리즘 못 믿어” 45.5%
    • 입력 2023-10-23 07:00:33
    • 수정2023-10-23 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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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차 배달라이더 홍 모 씨는 평소 일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일을 수시로 겪는다고 말합니다.

배달 앱에 주문 표시된 음식점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도 다른 배달라이더가 주문 배정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주문 배정 전 스마트폰 화면
윗 사진처럼 어느 가게에 배달 주문이 접수되면 배달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 화면에 '포크와 칼' 모양의 이모티콘이 표시됩니다.

주문이 접수되더라도 실제 배달을 하기 전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주문 표시를 해주는 겁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친절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이동해보세요'라며, 가까이 가면 배달 주문 배정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합니다.

그런데 막상 그 가게 옆으로 가 있더라도 다른 배달라이더가 배달 주문 배정을 받고 나서 본인보다 뒤늦게 도착한다는 게 홍 씨의 주장입니다.

주문 배정을 많이 받을수록 소득이 높아지는 만큼, 이런 경우를 겪을 때마다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고 허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배달라이더 설문조사…"AI 일감 배분 시스템 못 믿는다" 45.5%

홍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배달라이더가 적지 않습니다.


국민입법센터와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배달라이더 779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30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5.5%가 AI 일감 배분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AI 일감 배분 시스템이 본인의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하고 있는 배달라이더가 3명 중 2명일 정도로 그 중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알고 있지만, AI가 일감을 배분하는 알고리즘이 공정하다고 느끼지는 않는 겁니다.


어떤 기준으로 배달료, 배차, 프로모션 등이 산정되는지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39.5%나 됐습니다.

파악하고 있다고 응답한 배달라이더들도 많은 경험을 통해 대략적으로 추정을 할 뿐이지 정확한 알고리즘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많은 배달라이더가 AI 일감 배분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알고리즘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막연히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경력이 길수록, 계약한 배달업체 수가 많을수록 불신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고리즘 정보가 근로조건과 급여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응답자 73.2%가 알고리즘 정보에 대해서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 "알고리즘 알 권리 보장해야"…배달업체 측 "보안정책상 공개할 수 없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현재 일 배정기준, 프로모션 달성 배달 건수 등 세부사항이 라이더 분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AI 알고리즘에 의해 수시로 바뀌고 있다"며 "공정한 업무 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AI 배분 기준 공개 등 알고리즘에 대한 알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한 배달업체 관계자는 AI 일감 배분 시스템의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 있는지 묻는 KBS의 질의에 "회사 보안 정책상 알고리즘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국민연금 가입자 48%에 불과…불안한 노동 환경 여전

배달라이더 노동 환경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배달라이더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4시간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지만, 평균 순소득은 월 284만 원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각종 보험료 본인 부담금 등을 감안하면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월 250만 원대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심각한 건 국민연금 가입자 비율이었습니다.

해당 설문조사에 응한 배달라이더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가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다른 특수고용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 78.3%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고용보험 미가입 응답자도 16.1%나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확대적용에 따라 2022년부터 배달라이더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아직 가입하지 않은 배달라이더도 있는 겁니다.

배달라이더로서 사회보험 미적용에 대해 느끼는 걱정과 불안의 정도를 5점 척도로 묻자 평균 3.6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안정한 미래와 노후에 대해 느끼는 걱정과 불안 지수는 평균 3.9점으로 더 높게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 상황을 매우 불안해하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사고를 경험한 배달라이더가 33%일 정도로 위험한 근무환경도 우려를 키우는 한 요인일 것입니다.

이 같은 배달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토대로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배달라이더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내일(24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한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법 등 관계 법령 개정을 통해 라이더 분들의 노동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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