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스포츠 폭력’ 피멍드는데, 징계처리 기한이 없다고?

입력 2023.10.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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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 3종 고 최숙현 선수 사건.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다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하다 2020년 6월 26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런 체육계 폭력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2020년 문을 연 곳이 스포츠윤리센터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피해자 등의 신고를 받아 직접 조사한 뒤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각 체육 단체에 징계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을 통해, 센터가 생긴 뒤 전국 초중고대학교 내 운동부 관련 신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살펴봤습니다.

■ "얼굴에 침 뱉기까지"…여전한 체육계 인권침해

스포츠윤리센터는 한 학교 축구팀 감독 A 씨가 2021년 아이들을 폭행했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조사해보니 A 씨는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잇따라 뺨을 때리고, 심할 때는 학생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기에서 부진했다는 이유 등이었습니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기 어려운 학생에게 경기를 뛰게 하고는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습니다.

센터는 조사 결과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관할 체육회에 A 씨를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A 씨는 영구 제명됐습니다.

■ 법원서도 성추행 인정됐지만…징계는 아직

이 경우는 비교적 신속히 처리된 사례입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한 학교에서 철인 3종 경기의 코치를 맡은 B 씨.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B 코치는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나가 학생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단둘이 있을 때 마사지를 해준다는 핑계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 씨는 성추행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원 판결을 토대로 성추행 혐의가 모두 사실로 보인다며, 올해 1월 B 코치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요청을 해당 체육 단체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체육 단체는 B 씨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의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 78건의 징계 요청…절반은 '감감무소식'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이후, 전국 학교 내 운동부에서 인권침해 등의 신고가 접수된 뒤 처리된 사건은 모두 82건입니다.

이 가운데 4건은 수사 의뢰로 이어졌고, 나머지 78건은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각 체육 단체에 징계요청서가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징계요청 가운데 절반인 39건은 징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불투명한 '미 회신' 상태입니다.

문체부가 징계요청 공문을 전달하고 수차례 독촉하는 공문도 보냈지만, 각 체육단체들이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체육 단체가 징계에 대한 처분 자체를 하지 않아 결과가 돌아오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2021년에 징계요청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장기 미처리 사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해당 체육단체가 징계요청을 언제까지 회신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체육계 비리와 악행 근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는 체육 단체가 징계 처리 결과를 90일 안에 문체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지만, 현재로선 처리가 불투명합니다.

이 개정안에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체육계 인권침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의견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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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스포츠 폭력’ 피멍드는데, 징계처리 기한이 없다고?
    • 입력 2023-10-25 08: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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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내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 3종 고 최숙현 선수 사건.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하다 구타 등 가혹 행위를 당하다 2020년 6월 26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런 체육계 폭력과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2020년 문을 연 곳이 스포츠윤리센터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으로, 피해자 등의 신고를 받아 직접 조사한 뒤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각 체육 단체에 징계요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을 통해, 센터가 생긴 뒤 전국 초중고대학교 내 운동부 관련 신고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살펴봤습니다.

■ "얼굴에 침 뱉기까지"…여전한 체육계 인권침해

스포츠윤리센터는 한 학교 축구팀 감독 A 씨가 2021년 아이들을 폭행했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조사해보니 A 씨는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잇따라 뺨을 때리고, 심할 때는 학생 얼굴에 침까지 뱉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기에서 부진했다는 이유 등이었습니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기 어려운 학생에게 경기를 뛰게 하고는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정강이를 걷어차기도 했습니다.

센터는 조사 결과 신고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관할 체육회에 A 씨를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A 씨는 영구 제명됐습니다.

■ 법원서도 성추행 인정됐지만…징계는 아직

이 경우는 비교적 신속히 처리된 사례입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한 학교에서 철인 3종 경기의 코치를 맡은 B 씨.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B 코치는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외국으로 전지훈련을 나가 학생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단둘이 있을 때 마사지를 해준다는 핑계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 씨는 성추행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법원 판결을 토대로 성추행 혐의가 모두 사실로 보인다며, 올해 1월 B 코치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요청을 해당 체육 단체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체육 단체는 B 씨에 대한 징계 여부 등의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 78건의 징계 요청…절반은 '감감무소식'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이후, 전국 학교 내 운동부에서 인권침해 등의 신고가 접수된 뒤 처리된 사건은 모두 82건입니다.

이 가운데 4건은 수사 의뢰로 이어졌고, 나머지 78건은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각 체육 단체에 징계요청서가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징계요청 가운데 절반인 39건은 징계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불투명한 '미 회신' 상태입니다.

문체부가 징계요청 공문을 전달하고 수차례 독촉하는 공문도 보냈지만, 각 체육단체들이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겁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체육 단체가 징계에 대한 처분 자체를 하지 않아 결과가 돌아오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2021년에 징계요청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장기 미처리 사안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법상 해당 체육단체가 징계요청을 언제까지 회신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체육계 비리와 악행 근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는 체육 단체가 징계 처리 결과를 90일 안에 문체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지만, 현재로선 처리가 불투명합니다.

이 개정안에는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를 거부하고 방해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체육계 인권침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거란 의견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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