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이경우·황대한 무기징역 선고…‘배후’ 부부 강도 혐의만 유죄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황대한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강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는 오늘(25일) 강도살인과 강도예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와 황대한에게 무기징역을, 연지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습니다.

범행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중 남편 유상원에겐 징역 8년, 아내 황은희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습니다.

피해자를 미행해 범행을 도운 이모 씨는 징역 5년, 범행 도구인 마약류를 제공한 이경우의 아내 허모 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이경우·황대한·연지호가 피해자를 강도·살해할 마음을 먹고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강도살인과 강도예비, 시체유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황대한과 연지호는 이경우에게 건네 받은 마취제가 마약류인 케타민인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한밤 중에 귀가하던 중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서울 한복판에서 납치돼 대전까지 끌려가 죽임을 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경우와 황대한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최초 범행 제안을 자신이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사법제도에서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인 사형을 선고해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는 "강도 범행을 넘어 살인까지 이경우와 사전에 공모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강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들 부부에 대해 "채권 회수를 위해 이경우에게 경비를 제공하고 강도 범행에도 가담했는데 마치 자신들이 기망당한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어 개전의 정을 찾을 수 없다"고 질책했습니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지난 3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피해자를 차로 납치해 이튿날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피해자와 가상화폐 투자로 분쟁을 빚었던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 강도 살해 범행을 모의하고 범죄자금 7,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결심에서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연지호에게는 유일하게 혐의를 모두 인정한 점을 참작해 무기징역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