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기·핸들 개조에 무면허까지…대형 이륜차 불법 천태만상

입력 2023.10.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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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가을 행락철입니다. 곳곳에 막바지 단풍을 보려는 관광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는 바람을 직접 맞으며 이륜차 라이딩하기 좋은 곳이 많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도, 시원하게 뻗은 국도도 라이딩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당연히 안전한 운행이 전제 조건이겠죠.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라이더들의 이륜차 불법 개조는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었습니다.

이달 21일 강원도 홍천에서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직원이 대형이륜차 법규 위반을 단속했다.이달 21일 강원도 홍천에서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직원이 대형이륜차 법규 위반을 단속했다.

이달 21일 오후,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강원도 홍천의 한적한 도로 한곳.
한국교통안전공단 강원본부와 강원경찰청, 홍천경찰서, 인제경찰서가 이륜차 불법 개조 등을 합동 단속했습니다.

오전 반짝 추위가 지나가고 오후가 되자, 강원도 인제와 속초, 양양 등 관광명소로 향하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내는 굉음이 고막을 뒤흔들 정돕니다.

■ 만세 핸들·광폭 핸들…돌발 상황에 대처력 떨어져

기존 제원표보다 35cm 높게 설치한 핸들.기존 제원표보다 35cm 높게 설치한 핸들.

단속 시작부터 불법 개조 사실이 줄줄이 적발됩니다.

시선을 가장 끄는 건 유독 높아 보이는 오토바이 핸들입니다. 이른바 '만세 핸들'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오토바이의 경우, 제원표에 나온 높이보다 35㎝나 높았습니다. 차량의 구조나 장치를 변경하려면 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승인없이 무단으로 개조했습니다.

기존보다 10㎝ 옆으로 핸들을 넓힌 '광폭 핸들'도 있었습니다. 이륜차에는 방향지시등과 경음기, 브레이크 등 모든 조작 스위치가 핸들 손잡이에 달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변경하면 각종 스위치 조작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방향을 트는 데도 문제가 생겨,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번호판 가리고 꺾고…단속 피하기 위한 눈속임

단속에 대비한 번호판 개조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달지 않고 오토바이 옆에 설치한 뒤, 그마저도 숫자를 손수건이나 물통으로 가려둔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번호판을 쉽게 식별하지 못하도록 번호판을 하늘 높이 직각에 가깝게 꺾어서 단 운전자도 적발됐습니다. 번호판 설치 기준에 따르면, 번호판은 하늘 방향으로 30도, 지면 방향으로 5도 이내여야 하는데, 실제 해당 오토바이 번호판은 무려 60도가 넘었습니다.

일반적인 눈높이에서는 번호판을 읽을 도리가 없습니다.

번호판 위치를 바꾸고 가린 운전자(좌). 번호판 하늘 방향으로 60도 이상 꺾어 설치한 운전자(우)번호판 위치를 바꾸고 가린 운전자(좌). 번호판 하늘 방향으로 60도 이상 꺾어 설치한 운전자(우)

■ '굉음' 소음기 변경과 화려한 조명장치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굉음에 화들짝 놀라본 경험 한두번씩 있으실 겁니다.

구조변경 허가 없이 소음기를 변경하거나, 고장난 상태로 방치한 상태로 다니는 운전자들 때문인데요. 이번 단속에서도 이런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휴일 내내 이어지는 이 굉음, 불편함을 넘어 피해까지 줄 수 있습니다.


전조등과 안개등을 검증되지 않은 고휘도의 LED 등으로 개조한 오토바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오토바이는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큽니다.

또, 도깨비등처럼 번쩍번쩍 화려한 조명장치로 치장한 오토바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들어오는 붉은 색 등을 잘 안보이게 합니다. 다른 운전자로 하여금 앞 이륜차가 제동을 했는지 헷갈리게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법 개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중고로 사서 잘 몰랐다", "구입할 때 등록증을 확인했는데 문제 없었지만, 현재 등록증은 갖고 있지 않다"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매 이력과 구조변경을 승인받았으면, 차 번호 조회만으로도 그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 국도 위 무법 질주…과속·무면허 수두룩


이번엔 강원경찰청 암행순찰팀과 함께,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달려봤습니다. 이 곳에서도 쉽게 오토바이 법규 위반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80㎞ 도로를 시속 130㎞로 쏜살같이 내달리고,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앞지르기 위반을 하는 오토바이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에서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130㎞ 이상 달려온 운전자도 결국 경찰에 모두 붙잡혔습니다.

이날 3시간동안 홍천과 양양 사이 44번 국도에서 적발된 오토바이만 60대가 넘습니다. 자동차 관리법 위반 가운데 불법 튜닝 9대 18건, 번호판 설치위반 1대 1건, 안전관리기준 위반 4대 8건 등입니다. 과속 42건, 나머지는 무면허 등입니다. 적발된 이륜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강원경찰청 등은 이륜차 안전 운행 등을 당부하며, 다음 달(11월) 말까지 대형 이륜차 단속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이혁하 강원 홍천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오토바이의 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는 경우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져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며 "대형 오토바이 불법 행위가 근절되도록 꾸준히 단속해 시민의 교통 안전을 보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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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음기·핸들 개조에 무면허까지…대형 이륜차 불법 천태만상
    • 입력 2023-10-26 07:00:11
    심층K
가을 행락철입니다. 곳곳에 막바지 단풍을 보려는 관광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강원도에는 바람을 직접 맞으며 이륜차 라이딩하기 좋은 곳이 많습니다. 구불구불한 산길도, 시원하게 뻗은 국도도 라이딩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당연히 안전한 운행이 전제 조건이겠죠.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라이더들의 이륜차 불법 개조는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었습니다.
이달 21일 강원도 홍천에서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직원이 대형이륜차 법규 위반을 단속했다.
이달 21일 오후,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강원도 홍천의 한적한 도로 한곳.
한국교통안전공단 강원본부와 강원경찰청, 홍천경찰서, 인제경찰서가 이륜차 불법 개조 등을 합동 단속했습니다.

오전 반짝 추위가 지나가고 오후가 되자, 강원도 인제와 속초, 양양 등 관광명소로 향하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나타났습니다. 이들이 내는 굉음이 고막을 뒤흔들 정돕니다.

■ 만세 핸들·광폭 핸들…돌발 상황에 대처력 떨어져

기존 제원표보다 35cm 높게 설치한 핸들.
단속 시작부터 불법 개조 사실이 줄줄이 적발됩니다.

시선을 가장 끄는 건 유독 높아 보이는 오토바이 핸들입니다. 이른바 '만세 핸들'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오토바이의 경우, 제원표에 나온 높이보다 35㎝나 높았습니다. 차량의 구조나 장치를 변경하려면 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승인없이 무단으로 개조했습니다.

기존보다 10㎝ 옆으로 핸들을 넓힌 '광폭 핸들'도 있었습니다. 이륜차에는 방향지시등과 경음기, 브레이크 등 모든 조작 스위치가 핸들 손잡이에 달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변경하면 각종 스위치 조작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방향을 트는 데도 문제가 생겨,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번호판 가리고 꺾고…단속 피하기 위한 눈속임

단속에 대비한 번호판 개조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원래 있어야할 자리에 달지 않고 오토바이 옆에 설치한 뒤, 그마저도 숫자를 손수건이나 물통으로 가려둔 운전자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번호판을 쉽게 식별하지 못하도록 번호판을 하늘 높이 직각에 가깝게 꺾어서 단 운전자도 적발됐습니다. 번호판 설치 기준에 따르면, 번호판은 하늘 방향으로 30도, 지면 방향으로 5도 이내여야 하는데, 실제 해당 오토바이 번호판은 무려 60도가 넘었습니다.

일반적인 눈높이에서는 번호판을 읽을 도리가 없습니다.

번호판 위치를 바꾸고 가린 운전자(좌). 번호판 하늘 방향으로 60도 이상 꺾어 설치한 운전자(우)
■ '굉음' 소음기 변경과 화려한 조명장치

도로를 달리는 오토바이 굉음에 화들짝 놀라본 경험 한두번씩 있으실 겁니다.

구조변경 허가 없이 소음기를 변경하거나, 고장난 상태로 방치한 상태로 다니는 운전자들 때문인데요. 이번 단속에서도 이런 오토바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휴일 내내 이어지는 이 굉음, 불편함을 넘어 피해까지 줄 수 있습니다.


전조등과 안개등을 검증되지 않은 고휘도의 LED 등으로 개조한 오토바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오토바이는 맞은편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큽니다.

또, 도깨비등처럼 번쩍번쩍 화려한 조명장치로 치장한 오토바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들어오는 붉은 색 등을 잘 안보이게 합니다. 다른 운전자로 하여금 앞 이륜차가 제동을 했는지 헷갈리게 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법 개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중고로 사서 잘 몰랐다", "구입할 때 등록증을 확인했는데 문제 없었지만, 현재 등록증은 갖고 있지 않다"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구매 이력과 구조변경을 승인받았으면, 차 번호 조회만으로도 그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핑계는 통하지 않습니다.

■ 국도 위 무법 질주…과속·무면허 수두룩


이번엔 강원경찰청 암행순찰팀과 함께,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달려봤습니다. 이 곳에서도 쉽게 오토바이 법규 위반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한속도 시속 80㎞ 도로를 시속 130㎞로 쏜살같이 내달리고,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며 앞지르기 위반을 하는 오토바이를 비롯해, 서울 관악구에서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130㎞ 이상 달려온 운전자도 결국 경찰에 모두 붙잡혔습니다.

이날 3시간동안 홍천과 양양 사이 44번 국도에서 적발된 오토바이만 60대가 넘습니다. 자동차 관리법 위반 가운데 불법 튜닝 9대 18건, 번호판 설치위반 1대 1건, 안전관리기준 위반 4대 8건 등입니다. 과속 42건, 나머지는 무면허 등입니다. 적발된 이륜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형사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강원경찰청 등은 이륜차 안전 운행 등을 당부하며, 다음 달(11월) 말까지 대형 이륜차 단속을 이어갈 방침입니다. 이혁하 강원 홍천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오토바이의 구조를 불법으로 변경하는 경우 대형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져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라며 "대형 오토바이 불법 행위가 근절되도록 꾸준히 단속해 시민의 교통 안전을 보호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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