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금지 ‘항생제’ 검출 사료 만들어 판 수협…성분 속여 300억 매출도

입력 2023.10.26 (15:33) 수정 2023.10.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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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해경이 경남에 있는 모 사료업체 창고에서 사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해당 사료에서 사료 금지 항생제 성분인 ‘엔로플록사신’이 발견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서귀포해경이 경남에 있는 모 사료업체 창고에서 사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해당 사료에서 사료 금지 항생제 성분인 ‘엔로플록사신’이 발견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동물의 약품용 항생제가 남아있는 폐사어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한 수협과 이를 유통한 업체들이 해경에 적발됐습니다.

■ ' 금지 항생제' 검출된 광어 사료…'칠레산' 둔갑해 다시 제주로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제주지역 모 수협과 B유통업체를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C사료업체를 사료관리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6일) 밝혔습니다.

해경이 내사에 착수한 건 지난 4월. 서귀포 지역의 한 양식장 광어에 공급된 사료에서 사용 금지 약물인 동물용 항생제 성분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사료관리법에 따라 단 1㎎이라도 검출되면 유통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월 제주도로부터도 정식 수사 의뢰를 받은 해경은 유통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최초로 사료를 제조하고 유통한 곳이 제주지역 모 수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경에 따르면 이 수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양식장에서 폐사어를 수거한 뒤, 이를 원료로 가루 형태의 사료인 어분 175톤(약 2억 5,000만 원 상당)을 제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식 도중 폐사한 어류는 항생제 성분이 잔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생제 검출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경은 밝혔습니다.

해경 조사 결과, 해당 혐의를 받는 수협은 이 사료를 경남에 있는 B유통업체 등에 팔았고, B업체는 이를 같은 지역에 있는 C사료업체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사료업체에 판매했습니다.

경남에 있는 C사료업체에서 사료를 ‘칠레산’으로 둔갑시킨 정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경남에 있는 C사료업체에서 사료를 ‘칠레산’으로 둔갑시킨 정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또 사료를 수입하고 제조·판매하는 C업체는 B업체로부터 사들인 사료를 '칠레산'이 표기된 포장지에 옮겨 담았습니다. 양식업체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칠레산 사료로 둔갑시킨 겁니다.

이렇게 가격을 올린 C업체는 제주지역 소매업체 3곳에 약 9억 원에 판매했습니다.

결국, 제주지역 모 수협이 만든 '금지 항생제 잔류 사료'가 다른 지역으로 유통된 뒤 칠레산으로 둔갑해 다시 제주지역 양식장으로 판매되어 사료로 공급된 것이라고 해경은 설명했습니다.

해경은 이미 사료로 소모된 어분량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유통된 폐사 어분이 훨씬 많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 "업체에서 기피하니까"…성분 속여 300억 원 매출

해당 수협이 받는 혐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경 조사 결과, 이 수협은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배합사료 1만5,000톤을 만들면서,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 부산물로 만든 육분을 어분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여기까진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이 제주지역 모 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서귀포해양경찰이 제주지역 모 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문제는 양식업체들이 육분이 혼합된 배합사료를 기피한다는 이유로, 포장지에 원료 명칭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약 300억 원으로 해경은 추산했습니다.

사료관리법에서는 배합 비율이 높은 원료의 명칭은 사료 포장지에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대철 서귀포해경 수사과장은 "해당 수협에서 이와 같은 행위를 저질러 양식 산업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켰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과장은 이어 "수사 중 새롭게 발견된 추가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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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용 금지 ‘항생제’ 검출 사료 만들어 판 수협…성분 속여 300억 매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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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해경이 경남에 있는 모 사료업체 창고에서 사료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해당 사료에서 사료 금지 항생제 성분인 ‘엔로플록사신’이 발견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동물의 약품용 항생제가 남아있는 폐사어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한 수협과 이를 유통한 업체들이 해경에 적발됐습니다.

■ ' 금지 항생제' 검출된 광어 사료…'칠레산' 둔갑해 다시 제주로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제주지역 모 수협과 B유통업체를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C사료업체를 사료관리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6일) 밝혔습니다.

해경이 내사에 착수한 건 지난 4월. 서귀포 지역의 한 양식장 광어에 공급된 사료에서 사용 금지 약물인 동물용 항생제 성분 '엔로플록사신'이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성분은 사료관리법에 따라 단 1㎎이라도 검출되면 유통할 수 없습니다.

지난 5월 제주도로부터도 정식 수사 의뢰를 받은 해경은 유통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최초로 사료를 제조하고 유통한 곳이 제주지역 모 수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해경에 따르면 이 수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양식장에서 폐사어를 수거한 뒤, 이를 원료로 가루 형태의 사료인 어분 175톤(약 2억 5,000만 원 상당)을 제조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식 도중 폐사한 어류는 항생제 성분이 잔류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생제 검출 여부를 확인해야 했지만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경은 밝혔습니다.

해경 조사 결과, 해당 혐의를 받는 수협은 이 사료를 경남에 있는 B유통업체 등에 팔았고, B업체는 이를 같은 지역에 있는 C사료업체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사료업체에 판매했습니다.

경남에 있는 C사료업체에서 사료를 ‘칠레산’으로 둔갑시킨 정황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또 사료를 수입하고 제조·판매하는 C업체는 B업체로부터 사들인 사료를 '칠레산'이 표기된 포장지에 옮겨 담았습니다. 양식업체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칠레산 사료로 둔갑시킨 겁니다.

이렇게 가격을 올린 C업체는 제주지역 소매업체 3곳에 약 9억 원에 판매했습니다.

결국, 제주지역 모 수협이 만든 '금지 항생제 잔류 사료'가 다른 지역으로 유통된 뒤 칠레산으로 둔갑해 다시 제주지역 양식장으로 판매되어 사료로 공급된 것이라고 해경은 설명했습니다.

해경은 이미 사료로 소모된 어분량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유통된 폐사 어분이 훨씬 많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 "업체에서 기피하니까"…성분 속여 300억 원 매출

해당 수협이 받는 혐의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경 조사 결과, 이 수협은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배합사료 1만5,000톤을 만들면서,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 부산물로 만든 육분을 어분과 함께 사용했습니다.

여기까진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서귀포해양경찰이 제주지역 모 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문제는 양식업체들이 육분이 혼합된 배합사료를 기피한다는 이유로, 포장지에 원료 명칭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판매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벌어들인 수익만 약 300억 원으로 해경은 추산했습니다.

사료관리법에서는 배합 비율이 높은 원료의 명칭은 사료 포장지에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대철 서귀포해경 수사과장은 "해당 수협에서 이와 같은 행위를 저질러 양식 산업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켰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과장은 이어 "수사 중 새롭게 발견된 추가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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