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전쟁 계기로 마주 앉는 미·중…관계 개선될까

입력 2023.10.27 (10:51) 수정 2023.10.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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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패권을 두고 전 방위에서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만났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 있는 경제 제재 문제나 안보 문제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쟁점은 무엇이고 전망은 어떤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동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 달(11월)에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음 달 중순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열리거든요.

이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이번 방미는 이 정상회담에 앞서서 어떤 얘기를 나눌 건지 미리 조율하는 실질적인 협상을 하기 위한 거고요.

이 김에 미·중 외교수장들도 역내 경제 이슈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는 겁니다.

[앵커]

불안한 중동 정세 때문에 두나라 만남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을 것 같아요.

[기자]

로이터통신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냉랭한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는데요.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직접 만나 전쟁에 대한 공통의 메시지를 낼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이 작진 않을 겁니다.

미국은 특히 이란과 관계가 돈독한 중국이 확전을 막는데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러나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순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중국의 입장이 너무 달라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거고요.

중국은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사태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이번 미·중 만남에 중국이 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이번 왕이 방미는 미국이 초청한 거긴 하지만 중국의 유화적인 제스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의미있는 발언을 했는데요.

미국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태도가 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000가지가 있지만 망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6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날 때 상석에 앉아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경제, 외교 다방면으로 얽힌 게 많지만 좀 더 아쉬운 쪽은 중국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요.

중국은 현재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꼽히는 비구이위안의 위기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직면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소통으로 경제 제재라도 좀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풀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국이 최근에 추가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에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와 인공지능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는데요.

이번에는 저사양 인공지능 칩 수출도 막고,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길까지 차단해 버렸습니다.

중국은 이에 맞서서 2차전지에 쓰이는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대하는 전략 기조로 위험 관리에 해당하는 이른바 '디리스킹'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중국 배제 전략, 이른바 '디커플링'보다는 유화적인 듯 보이지만, 제재 측면에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중국은 줄곧 기술에 관한 문제를 무기화해선 안된다고 항의해 왔거든요.

중국으로선 이 첨단 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철폐 등이 중요한 안건들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조만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번 만남은 성사됐지만 미중 관계 개선,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기자]

네, 일단 국제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은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와 타이완 등을 놓고 미중 간 긴장 국면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해양 팽창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방위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 편을, 중국은 팔레스타인을 위시한 중동 편에 서 있잖아요.

첨단 기술과 무역까지 넓혀 보면 미중은 전방위에 걸쳐서 경쟁 구도에 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관계 개선보다는 이 경쟁 구도 속에서 서로의 이견과 갈등을 관리하고 지금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이터 통신은 왕이 외교부장이 우리 시간으로 내일, 미국의 외교라인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거든요.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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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7 10:51:35
    • 수정2023-10-27 10: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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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패권을 두고 전 방위에서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만났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미·중 사이에 있는 경제 제재 문제나 안보 문제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쟁점은 무엇이고 전망은 어떤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블링컨 국무장관과의 회동으로 방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음 달(11월)에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다음 달 중순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가 열리거든요.

이를 계기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이번 방미는 이 정상회담에 앞서서 어떤 얘기를 나눌 건지 미리 조율하는 실질적인 협상을 하기 위한 거고요.

이 김에 미·중 외교수장들도 역내 경제 이슈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는 겁니다.

[앵커]

불안한 중동 정세 때문에 두나라 만남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을 것 같아요.

[기자]

로이터통신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냉랭한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는데요.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직접 만나 전쟁에 대한 공통의 메시지를 낼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이 작진 않을 겁니다.

미국은 특히 이란과 관계가 돈독한 중국이 확전을 막는데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그러나 미중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즉각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순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중국의 입장이 너무 달라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거고요.

중국은 문제 해결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사태를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이번 미·중 만남에 중국이 꽤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기자]

이번 왕이 방미는 미국이 초청한 거긴 하지만 중국의 유화적인 제스처는 이달 초부터 감지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의미있는 발언을 했는데요.

미국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태도가 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000가지가 있지만 망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 6월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날 때 상석에 앉아서 "미국도 중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중국과 미국이 서로 경제, 외교 다방면으로 얽힌 게 많지만 좀 더 아쉬운 쪽은 중국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데요.

중국은 현재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로 꼽히는 비구이위안의 위기와 지방정부의 재정난에 직면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의 소통으로 경제 제재라도 좀 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풀기가 좀처럼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국이 최근에 추가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10월에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와 인공지능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는데요.

이번에는 저사양 인공지능 칩 수출도 막고,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길까지 차단해 버렸습니다.

중국은 이에 맞서서 2차전지에 쓰이는 흑연 수출 통제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대하는 전략 기조로 위험 관리에 해당하는 이른바 '디리스킹'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중국 배제 전략, 이른바 '디커플링'보다는 유화적인 듯 보이지만, 제재 측면에서는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중국은 줄곧 기술에 관한 문제를 무기화해선 안된다고 항의해 왔거든요.

중국으로선 이 첨단 사업에 대한 제재 해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철폐 등이 중요한 안건들입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조만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이번 만남은 성사됐지만 미중 관계 개선,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기자]

네, 일단 국제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미국은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중국해와 타이완 등을 놓고 미중 간 긴장 국면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해양 팽창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방위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도 미국은 동맹국인 이스라엘 편을, 중국은 팔레스타인을 위시한 중동 편에 서 있잖아요.

첨단 기술과 무역까지 넓혀 보면 미중은 전방위에 걸쳐서 경쟁 구도에 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관계 개선보다는 이 경쟁 구도 속에서 서로의 이견과 갈등을 관리하고 지금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이터 통신은 왕이 외교부장이 우리 시간으로 내일, 미국의 외교라인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거든요.

다음 달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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