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 된 아들 뜻 담아…‘이태원 참사’ 故 신한철씨의 기부

입력 2023.10.27 (14:59) 수정 2023.10.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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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들은 정말 착실하게 살았습니다. 늘 부족한 데 찾아다니고 남을 배려하면서. '친구 만나러 갔다 올게.' 하고서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저희 아픔을 조금이라도 쓰다듬고 어루만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마음 추스르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 신한철 씨의 아버지 신현국 씨가 오늘(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장학금 기탁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한 말입니다.

유가족은 신 씨의 조의금 8,791만 5천 원 전액을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고인이 졸업한 초중고교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신현국 / 고 신한철 씨 아버지신현국 / 고 신한철 씨 아버지

■ 장애인 일터에 7년 넘게 기부…아들 뜻 이어가

이 같은 결정의 이유는 살아생전 기부를 습관처럼 실천해 온 신 씨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유가족이 신 씨의 통장을 확인해보니 7년 넘게 서울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기부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일터는 신 씨가 초등학교 때 체험학습으로 연을 맺은 곳. 가족들도 신 씨가 7년여라는 오랜 기간 기부를 이어 가고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더는 기부를 이어갈 수는 없게 됐지만, 선행의 마음을 기리고자 가족이 뜻을 모은 것입니다.

"한철이가 어릴 때 엄마와 길을 가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 있어요. 엄마가 ‘지렁이는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한철이가 지렁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기는 거에요. 물을 떠와 지렁이 몸에 살짝 뿌려주기도 했대요. 커서는 방송에 아프리카든 어디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ARS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누르곤 했어요. 기부는 한철이의 뜻입니다."
신현국 / 고 신한철 씨 아버지


2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철 씨의 조의금을 기부하며 가족들은 마음을 담아 기부 약정서에 한 자 한 자 편지를 남겼습니다.

"항상 행복하고 힘차게 살자 했던 아들. 왜 집에 안 오는 거야. 지금도 친구 만나고 있니. 뭐가 그리 급해 그리 빨리 간 거니. 못 지켜 주어 너무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무 고민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래. 하늘의 별이 된 아들아. 너무 슬프고 또 슬프다. 그리고 한없이 보고 싶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 우리 아들 사랑해."

고 신한철 씨 가족의 기부약정서고 신한철 씨 가족의 기부약정서

■ 신 씨 모교에 일정 비율로 전달…저소득층 학생 등에 기부

기부금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기부금 8,791만 5,000원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늘의 별이 된 아들 한철 씨가 자신에게 온 조의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이는 걸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 씨 가족의 따뜻한 뜻이 담긴 기부금은 모교인 발산초, 신월중, 광영고에 일정 비율로 나눠 전달됩니다. 특히 결식 아동이나 저소득층 학생 등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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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의 별’이 된 아들 뜻 담아…‘이태원 참사’ 故 신한철씨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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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들은 정말 착실하게 살았습니다. 늘 부족한 데 찾아다니고 남을 배려하면서. '친구 만나러 갔다 올게.' 하고서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요. 저희 아픔을 조금이라도 쓰다듬고 어루만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도 마음 추스르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숨진 고 신한철 씨의 아버지 신현국 씨가 오늘(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장학금 기탁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한 말입니다.

유가족은 신 씨의 조의금 8,791만 5천 원 전액을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고인이 졸업한 초중고교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신현국 / 고 신한철 씨 아버지
■ 장애인 일터에 7년 넘게 기부…아들 뜻 이어가

이 같은 결정의 이유는 살아생전 기부를 습관처럼 실천해 온 신 씨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유가족이 신 씨의 통장을 확인해보니 7년 넘게 서울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기부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일터는 신 씨가 초등학교 때 체험학습으로 연을 맺은 곳. 가족들도 신 씨가 7년여라는 오랜 기간 기부를 이어 가고 있는지 몰랐다고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더는 기부를 이어갈 수는 없게 됐지만, 선행의 마음을 기리고자 가족이 뜻을 모은 것입니다.

"한철이가 어릴 때 엄마와 길을 가다 죽어가는 지렁이를 본 적 있어요. 엄마가 ‘지렁이는 흙에 있어야 하는데 거의 죽었네’라고 무심코 말하자 한철이가 지렁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까운 화단에 옮기는 거에요. 물을 떠와 지렁이 몸에 살짝 뿌려주기도 했대요. 커서는 방송에 아프리카든 어디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ARS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누르곤 했어요. 기부는 한철이의 뜻입니다."
신현국 / 고 신한철 씨 아버지


2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한철 씨의 조의금을 기부하며 가족들은 마음을 담아 기부 약정서에 한 자 한 자 편지를 남겼습니다.

"항상 행복하고 힘차게 살자 했던 아들. 왜 집에 안 오는 거야. 지금도 친구 만나고 있니. 뭐가 그리 급해 그리 빨리 간 거니. 못 지켜 주어 너무 미안해. 그곳에서는 아무 고민 없이 행복만 가득하길 바래. 하늘의 별이 된 아들아. 너무 슬프고 또 슬프다. 그리고 한없이 보고 싶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 우리 아들 사랑해."

고 신한철 씨 가족의 기부약정서
■ 신 씨 모교에 일정 비율로 전달…저소득층 학생 등에 기부

기부금을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기부금 8,791만 5,000원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늘의 별이 된 아들 한철 씨가 자신에게 온 조의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이는 걸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신 씨 가족의 따뜻한 뜻이 담긴 기부금은 모교인 발산초, 신월중, 광영고에 일정 비율로 나눠 전달됩니다. 특히 결식 아동이나 저소득층 학생 등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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