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본질 건드린 전현희 감사 ‘열람 논쟁’
입력 2023.10.27 (15:44)
수정 2023.10.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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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과 이른바 '감사위원 패싱 논란'을 두고 여야가 공방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감사위원들이었습니다. 국정감사에 감사위원들이 직접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란의 핵심인물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감사원 의결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다만 조 위원과 달리 나머지 4명의 감사위원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짤막한 답변 중에도 '의미 있는' 내용 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감사원 감사위원 발언을 중심으로 '전현희 표적 감사' 논란의 핵심과 시사점을 되짚어 봅니다.
2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감사위원들
■"사무처가 감사결과 일방 시행" vs "조 감사위원이 열람 거부"
이른바 '감사위원 패싱' 논란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결과를 의결하고 확정하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데요. 원장을 포함한 6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감사위원들은 돌아가며 감사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 주심을 맡는데요. 조은석 감사위원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의 주심이었습니다.
올해 6월 1일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가 열렸고, 이 회의에서 사무처가 제출한 감사결과에 대한 수정 의결이 이뤄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감사결과를 일부 고치라는 얘기입니다.
이후 주심인 조은석 위원 주도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런데 조 위원은 이 과정에서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의 의결대로 감사결과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주심인 본인이 최종본을 열람하지도 않았는데,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감사원 사무처는 조 감사위원이 감사위원회 의결 내용과 다르게 수정을 요구하고, 요구 중 일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반박합니다.
사무처가 조 위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조 위원이 열람 절차를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사원 내부 전산시스템까지 고쳐 감사결과보고서를 시행했다는 주장입니다.
■조은석 위원 "최종 수정본 감사위원 전원 열람 못 해"
조은석 감사위원은 이번 논란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조 위원은 "회의록에 나오듯이 (공개 조건을) 전원 열람으로 했다는 것에 (감사위원 전원이) 이의가 없었다"면서 "그렇다면 감사위원 전원이 열람해서 동의를 한 상태가 돼야 주심 위원이 열람 클릭을 할 수 있는데, 그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감사국의 최고 감사관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며 "감사원이 (이런 사안으로) 외부에 감사 나갔으면 아마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역시 증인으로 국감장에 나온 이미현 감사위원도 조은석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진술을 했습니다.
박형수 법사위원(국민의힘)이 이미현 감사위원에게 "5가지 수정사항 요청 중에 2가지는 반영이 안 됐는데 확인했냐"고 질의하자 이 감사위원은 "(감사결과가) 시행되기 전에는 확인을 못 했다. 시행되고 나서 알았다"고 답한 겁니다.
이어 이미현 감사위원은 "3차 수정안을 받아서 보니까 제가 전날 간담회 하면서 메모를 해놨는데 거기에 합의된 사항 중 5가지가 빠졌다."라며 "그래서 제가 이제 '이미 어젯밤에 얘기가 끝난 거니까 (5가지 수정사항)까지 반영을 해 갖고 와야지 되지 않냐'라고 사무처에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명된 이미현 감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로 윤 대통령과도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맡았던 김현철 감사원 감찰관은 "6월 8일 전원 합의가 있고 나서 (조은석 감사위원이) 그 내용을 사무처를 불러서 반영시키라고 얘기해주는 데 반영시킬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감찰관은 또 "그런 내용들이 기재가 되면 허위 사실로 공문서가 작성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데, 그 내용을 다른 위원들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상범 법사위원 질의에 대답하는 김현철 감사원 감찰관
■감사원 사무처 "주심 열람행위 의미 과대해석"
김 감찰관은 또 조은석 위원이 주심의 '열람 행위' 의미를 과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감찰관은 "열람권이라는 것 자체가 감사원법에도 없고 상위법에 전혀 없는 내용인데, 감사사무 등 처리규정에만 나온다"며 "상위법에 없는 감사위원의 열람권을 창설(새로 제정)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열람'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열람결재권'으로 해석하게 되면 다수 위원들이 동의해서 의결이 되더라도, 주심위원이 혼자 열람을 거부하면 시행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후배로 현재 감사원에 파견된 김현철 감찰관이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자, 조 감사위원은 다소 격앙된 태도로 "이러한 조사(감찰)은 있을 수 없다"며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조 감사위원은 "아무것도 사무처에 강요한 게 없다"면서 "(주심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이고, 그냥 감사보고서 140페이지를 검토해서 의견 내고 한 거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감사원은 합의제 기구? 형식적인 합의제 기구?
이번 '감사위원 패싱'논란은 감사원 조직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논쟁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에서 감사위원의 권한이 과연 어디까지냐, 하는 점입니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구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감사원법 제3조(구성)> 감사원은 감사원장(이하 “원장”이라 한다)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 |
감사원장 역시 감사위원 중의 한 명으로, 감사위원이 감사원 그 자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감사위원회가 사무처가 내놓은 감사결과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관련자의 진술을 받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감사위원과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된다면, 감사 실무를 담당하는 감사원 사무처 역할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26일)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총장은 "감사원 시스템이 너무 민주성을 기하다 보니까 너무 느리다"면서 " 민주성은 저도 존중하지만, 의견 듣다가 시의성을 놓치는 게 너무 많다"라고 발언했습니다.
합의제 기구의 성격을 대표하는 감사위원회의 '의견'을 많이 듣다 보면, 실무부서에서 현실적으로 감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감사원법상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의 위상과 명분은 있지만, 실무업무를 수행할 인력과 조직이 없는 '감사위원'과 감사부서의 실무를 총괄하지만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는 어떠한 결론도 내놓을 수 없는 '사무총장'이 '전현희 감사'를 두고 부딪힌 셈인데요.
이번 '감사위원 패싱' 논란은 감사원이 앞으로 '민주성'을 강조하는 합의제 기구의 성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무처 위주의 조직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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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의 본질 건드린 전현희 감사 ‘열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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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0-27 15:44:33
- 수정2023-10-27 15:52:49
어제(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과 이른바 '감사위원 패싱 논란'을 두고 여야가 공방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감사위원들이었습니다. 국정감사에 감사위원들이 직접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논란의 핵심인물인 조은석 감사위원은 감사원 의결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다만 조 위원과 달리 나머지 4명의 감사위원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짤막한 답변 중에도 '의미 있는' 내용 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감사원 감사위원 발언을 중심으로 '전현희 표적 감사' 논란의 핵심과 시사점을 되짚어 봅니다.
■"사무처가 감사결과 일방 시행" vs "조 감사위원이 열람 거부"
이른바 '감사위원 패싱' 논란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감사위원회는 감사결과를 의결하고 확정하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인데요. 원장을 포함한 6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감사위원들은 돌아가며 감사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 주심을 맡는데요. 조은석 감사위원은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의 주심이었습니다.
올해 6월 1일 전현희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결과를 심의하는 감사위원회가 열렸고, 이 회의에서 사무처가 제출한 감사결과에 대한 수정 의결이 이뤄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감사결과를 일부 고치라는 얘기입니다.
이후 주심인 조은석 위원 주도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런데 조 위원은 이 과정에서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의 의결대로 감사결과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주심인 본인이 최종본을 열람하지도 않았는데, 사무처가 일방적으로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감사원 사무처는 조 감사위원이 감사위원회 의결 내용과 다르게 수정을 요구하고, 요구 중 일부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반박합니다.
사무처가 조 위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조 위원이 열람 절차를 거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사원 내부 전산시스템까지 고쳐 감사결과보고서를 시행했다는 주장입니다.
■조은석 위원 "최종 수정본 감사위원 전원 열람 못 해"
조은석 감사위원은 이번 논란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조 위원은 "회의록에 나오듯이 (공개 조건을) 전원 열람으로 했다는 것에 (감사위원 전원이) 이의가 없었다"면서 "그렇다면 감사위원 전원이 열람해서 동의를 한 상태가 돼야 주심 위원이 열람 클릭을 할 수 있는데, 그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감사국의 최고 감사관들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며 "감사원이 (이런 사안으로) 외부에 감사 나갔으면 아마 중징계를 내렸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역시 증인으로 국감장에 나온 이미현 감사위원도 조은석 위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진술을 했습니다.
박형수 법사위원(국민의힘)이 이미현 감사위원에게 "5가지 수정사항 요청 중에 2가지는 반영이 안 됐는데 확인했냐"고 질의하자 이 감사위원은 "(감사결과가) 시행되기 전에는 확인을 못 했다. 시행되고 나서 알았다"고 답한 겁니다.
이어 이미현 감사위원은 "3차 수정안을 받아서 보니까 제가 전날 간담회 하면서 메모를 해놨는데 거기에 합의된 사항 중 5가지가 빠졌다."라며 "그래서 제가 이제 '이미 어젯밤에 얘기가 끝난 거니까 (5가지 수정사항)까지 반영을 해 갖고 와야지 되지 않냐'라고 사무처에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의 추천으로 임명된 이미현 감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로 윤 대통령과도 잘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맡았던 김현철 감사원 감찰관은 "6월 8일 전원 합의가 있고 나서 (조은석 감사위원이) 그 내용을 사무처를 불러서 반영시키라고 얘기해주는 데 반영시킬 수가 없는 내용들"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감찰관은 또 "그런 내용들이 기재가 되면 허위 사실로 공문서가 작성하게 되는 결과가 되는데, 그 내용을 다른 위원들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감사원 사무처 "주심 열람행위 의미 과대해석"
김 감찰관은 또 조은석 위원이 주심의 '열람 행위' 의미를 과대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감찰관은 "열람권이라는 것 자체가 감사원법에도 없고 상위법에 전혀 없는 내용인데, 감사사무 등 처리규정에만 나온다"며 "상위법에 없는 감사위원의 열람권을 창설(새로 제정)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열람'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열람결재권'으로 해석하게 되면 다수 위원들이 동의해서 의결이 되더라도, 주심위원이 혼자 열람을 거부하면 시행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적인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후배로 현재 감사원에 파견된 김현철 감찰관이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자, 조 감사위원은 다소 격앙된 태도로 "이러한 조사(감찰)은 있을 수 없다"며 재반박에 나섰습니다.
조 감사위원은 "아무것도 사무처에 강요한 게 없다"면서 "(주심으로서)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이고, 그냥 감사보고서 140페이지를 검토해서 의견 내고 한 거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감사원은 합의제 기구? 형식적인 합의제 기구?
이번 '감사위원 패싱'논란은 감사원 조직의 본질적 성격에 대한 논쟁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에서 감사위원의 권한이 과연 어디까지냐, 하는 점입니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의 구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감사원법 제3조(구성)> 감사원은 감사원장(이하 “원장”이라 한다)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 |
감사원장 역시 감사위원 중의 한 명으로, 감사위원이 감사원 그 자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입니다.
감사위원회가 사무처가 내놓은 감사결과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관련자의 진술을 받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조은석 감사위원의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반면 감사위원과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강조된다면, 감사 실무를 담당하는 감사원 사무처 역할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26일) 국정감사에서 유병호 총장은 "감사원 시스템이 너무 민주성을 기하다 보니까 너무 느리다"면서 " 민주성은 저도 존중하지만, 의견 듣다가 시의성을 놓치는 게 너무 많다"라고 발언했습니다.
합의제 기구의 성격을 대표하는 감사위원회의 '의견'을 많이 듣다 보면, 실무부서에서 현실적으로 감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감사원법상 최고 심의의결기구로서의 위상과 명분은 있지만, 실무업무를 수행할 인력과 조직이 없는 '감사위원'과 감사부서의 실무를 총괄하지만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는 어떠한 결론도 내놓을 수 없는 '사무총장'이 '전현희 감사'를 두고 부딪힌 셈인데요.
이번 '감사위원 패싱' 논란은 감사원이 앞으로 '민주성'을 강조하는 합의제 기구의 성격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무처 위주의 조직으로 갈 것인지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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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akeu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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