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아들의 서울대 의대 편입…‘아빠찬스’ 없었나?

입력 2023.10.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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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대학교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편입할 때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 병원장 아들은 2013년 카이스트 입학 뒤 2017년 서울대 의대로 편입했습니다. 이때 아버지인 김 병원장 도움으로 편입에 필요한 이른바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입니다.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 넉 달했는데...논문 4편 공저자로 등재

김 씨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차례 겨울방학 때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총 근무 기간이 넉 달에 불과한데, 논문 4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2013년 문을 연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엔 공식 인턴십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영호 위원(더불어민주당)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영호 위원(더불어민주당)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 뒤, "당시 뇌융합과학연구원장인 류인균 교수가 김 병원장과 서울대 의대 82학번 동기였다. 아버지 친구여서 당시 이대 규정에도 없는 연구원으로 김 병원장의 아들을 채용해 스펙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병원장의 아들이 인턴 과정 동안 박사급 저자들의 논문 4건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학부 2학년생이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이름을 올린 논문의 주저자도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며 "서울대 의대 교수인 아버지가 동기의 도움으로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하고, 후배인 박사가 논문 등재를 도왔다. 서울대 의대 카르텔의 종합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2014년 공식적으론 없었던 이대 인턴…"아들이 관심 있어 이메일로 지원"

실제 이화여자대학교가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4월 문을 연 뇌융합과학연구원은 인턴십프로그램을 2018년에 시작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이에 대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아들이 관심이 많아서 찾아보다가 이메일을 보내서 매칭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들이 인턴을 하게 된 건 알아서 한 것이지,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학부생으로 방학마다 총 4개월 동안 인턴을 하며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4편의 논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의견을 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대 의대 편입할 때, 이대 인턴십과 논문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

김 병원장 아들은 서울대 의대 편입에 지원하며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 경력과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했습니다.

만약 김 의원 지적대로 부친의 도움으로 인턴과 논문 등의 스펙을 쌓았다면, 대학 편입 때 '아빠 찬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입니다.

김영호 의원은 김 씨가 서울대 의대 편입 면접을 봤을 때도 면접관들이 모두 서울대 의대 교수였다며, 역시 아빠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의대 편입학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31명 전원이 서울대 의대 교수다. 아빠 선후배 의사 동료들"이라며 "김 병원장이 심사에 직접 참여를 안 했더라도 면접이 공정하게 진행됐을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인턴 지원 메일 달라고 요구했더니…"찾을 수 없어" 해명

김 의원은 24일 오후에 이어진 추가 질의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자료로 설득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메일로 지원서를 냈다는데, 해당 메일과 인턴 확인서, 면접평가 서류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병원장 아들은 '부친 도움 없이 메일로 지원해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당시 이메일을 제시한다면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병원장 측은 아들의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연구 참여 후에는 지도교수와 'Gmail'을 사용해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인턴 지원 당시엔 다수의 메일 계정을 사용해 현재 해당 메일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김영태 서울대 병원장이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추가 해명 자료 캡처김영태 서울대 병원장이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추가 해명 자료 캡처

김 병원장은 "(아들이) 평소 관심이 있던 정신의학에 대해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을 검색했었고, 류인균 교수님 연구실을 알게 돼 메일을 보내 연락드려 연구실에서 배울 기회를 얻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문에 대해서는 "동일 연구기관에 3년에 걸쳐 방학 기간에 연구에 참여해 실험은 물론이고 결과 보고, 논문 고찰 작성에 참여하는 등 논문 저자의 요건을 갖추었다"며 당시 논문 4편과 관련해 김 병원장 아들이 지도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첨부해 제출했습니다.

김 병원장은 또 "(아들이) 인턴 당시 매일매일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연구에 참여했는지 표로 정리해 지도교수님께 보내야 했다"며 아들과 교수가 주고받은 당시 메일 목록도 제출했습니다.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은 찾을 수 없다면서도 이후 지도교수와 주고받은 메일은 국회에 제출한 겁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자료들이 김 병원장 아들의 서울대 의대 편입과 관련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김 병원장 도움 없이 스스로 지원해 인턴 자격을 얻은 계기가 됐다는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을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 병원장은 26일 국감에서 "책임교수가 아버지 친구인 걸 알았으면 거기다가 썼을 정황이 완전히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오해받을 만한 정황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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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8 14: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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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서울대학교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아들이 서울대 의대에 편입할 때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 병원장 아들은 2013년 카이스트 입학 뒤 2017년 서울대 의대로 편입했습니다. 이때 아버지인 김 병원장 도움으로 편입에 필요한 이른바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입니다.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 넉 달했는데...논문 4편 공저자로 등재

김 씨는 2014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차례 겨울방학 때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총 근무 기간이 넉 달에 불과한데, 논문 4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2013년 문을 연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엔 공식 인턴십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영호 위원(더불어민주당)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국회 교육위원회 김영호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 뒤, "당시 뇌융합과학연구원장인 류인균 교수가 김 병원장과 서울대 의대 82학번 동기였다. 아버지 친구여서 당시 이대 규정에도 없는 연구원으로 김 병원장의 아들을 채용해 스펙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병원장의 아들이 인턴 과정 동안 박사급 저자들의 논문 4건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학부 2학년생이 논문 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이 이름을 올린 논문의 주저자도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며 "서울대 의대 교수인 아버지가 동기의 도움으로 아들을 인턴으로 채용하게 하고, 후배인 박사가 논문 등재를 도왔다. 서울대 의대 카르텔의 종합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2014년 공식적으론 없었던 이대 인턴…"아들이 관심 있어 이메일로 지원"

실제 이화여자대학교가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 4월 문을 연 뇌융합과학연구원은 인턴십프로그램을 2018년에 시작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이에 대해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아들이 관심이 많아서 찾아보다가 이메일을 보내서 매칭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들이 인턴을 하게 된 건 알아서 한 것이지, 본인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또 학부생으로 방학마다 총 4개월 동안 인턴을 하며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4편의 논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의견을 냈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대 의대 편입할 때, 이대 인턴십과 논문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

김 병원장 아들은 서울대 의대 편입에 지원하며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이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 경력과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을 주요 경력으로 기재했습니다.

만약 김 의원 지적대로 부친의 도움으로 인턴과 논문 등의 스펙을 쌓았다면, 대학 편입 때 '아빠 찬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입니다.

김영호 의원은 김 씨가 서울대 의대 편입 면접을 봤을 때도 면접관들이 모두 서울대 의대 교수였다며, 역시 아빠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의대 편입학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31명 전원이 서울대 의대 교수다. 아빠 선후배 의사 동료들"이라며 "김 병원장이 심사에 직접 참여를 안 했더라도 면접이 공정하게 진행됐을지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김영호 위원이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병원장 아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제시한 그래픽
■인턴 지원 메일 달라고 요구했더니…"찾을 수 없어" 해명

김 의원은 24일 오후에 이어진 추가 질의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자료로 설득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메일로 지원서를 냈다는데, 해당 메일과 인턴 확인서, 면접평가 서류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병원장 아들은 '부친 도움 없이 메일로 지원해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당시 이메일을 제시한다면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 병원장 측은 아들의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연구 참여 후에는 지도교수와 'Gmail'을 사용해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인턴 지원 당시엔 다수의 메일 계정을 사용해 현재 해당 메일을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김영태 서울대 병원장이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한 추가 해명 자료 캡처
김 병원장은 "(아들이) 평소 관심이 있던 정신의학에 대해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을 검색했었고, 류인균 교수님 연구실을 알게 돼 메일을 보내 연락드려 연구실에서 배울 기회를 얻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문에 대해서는 "동일 연구기관에 3년에 걸쳐 방학 기간에 연구에 참여해 실험은 물론이고 결과 보고, 논문 고찰 작성에 참여하는 등 논문 저자의 요건을 갖추었다"며 당시 논문 4편과 관련해 김 병원장 아들이 지도교수와 주고받은 이메일 자료를 첨부해 제출했습니다.

김 병원장은 또 "(아들이) 인턴 당시 매일매일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연구에 참여했는지 표로 정리해 지도교수님께 보내야 했다"며 아들과 교수가 주고받은 당시 메일 목록도 제출했습니다.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은 찾을 수 없다면서도 이후 지도교수와 주고받은 메일은 국회에 제출한 겁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자료들이 김 병원장 아들의 서울대 의대 편입과 관련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합니다. 김 병원장 도움 없이 스스로 지원해 인턴 자격을 얻은 계기가 됐다는 최초 '인턴 지원 메일'을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김 병원장은 26일 국감에서 "책임교수가 아버지 친구인 걸 알았으면 거기다가 썼을 정황이 완전히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오해받을 만한 정황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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