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진통 끝에 선출된 미 하원의장…승자는 트럼프?

입력 2023.10.30 (10:47) 수정 2023.10.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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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주 넘게 비어있던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 자리가 우여곡절 끝에 공화당 마이크 존슨 의원에게 돌아갔습니다.

친트럼프 의원으로 분류되는데요, 하원의장의 선출이 앞으로의 의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봅니다.

지구촌 돋보기, 허효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22일 만에 하원의장이 선출됐죠.

그간 의장 후보가 네 번이나 바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3일이었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됐습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인데요.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2024년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가 같은 공화당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민주당과 충분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인데요.

공화당 강경파가 해임 의결안을 냈고 민주당도 가세하면서 그대로 처리됐습니다.

이후 공화당이 연달아 낸 의장 후보 3명이 모두 낙마했습니다.

첫 번째 후보와 세 번째 후보는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혔고, 두 번째 후보는 온건 중도파의 제동에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하원의장 해임부터 길었던 의장 공백 사태, 새 의장 선출까지...

20명 정도에 불과한 공화당 강경파의 파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새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며 소송전을 남발했었잖아요.

이 때 대선 불복 논리를 설계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트럼프가 존슨 당선 전, SNS에 존슨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4선 의원으로 잘 알려지진 않은 인물입니다.

하원에 진출한 뒤로도 이렇다 할 자리를 맡은 적이 없어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하원 파행 장기화를 우려한 중도 온건파의 투표로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선출됐습니다.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은 아니지만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이크 존슨/미 하원의장/공화당 : "전 세계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분명하게 알립니다. 미국 의회가 정상화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 하원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까요?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같은 현안은 반대에 부딪힐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친트럼프 성향의 하원의장이 선출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거란 예상이 나오는데요.

존슨 의장은 첫 행보로 이스라엘 지지를 약속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에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마이크 존슨/신임 미 하원의장/공화당 : "우리는 백악관이 책임있고, 객관적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길 바랍니다."]

공화당 강경파는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반대 여론을 감안해 바이든 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지원을 한데 묶어 처리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하원 문턱을 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앵커]

가장 시급한 건 내년도 예산안 처리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다음달 중순이 임시 예산이 종료되는 기한이거든요.

지난 달, 매카시 당시 의장의 주도로 임시 예산안을 처리해서 시간은 벌었지만 이 기한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매듭짓지 않으면 셧다운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예산안 대폭 감소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매카시 전 의장이 민주당과의 부채한도 협상과 임시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해임된 거라 존슨 의장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정부 예산안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시 예산을 종료 기한에서 두 달이나 다섯달까지 연장 적용하고 그 안에 예산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결국 이번 사태의 최종 승자는 트럼프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거에서 영향력을 숨기지 않았거든요.

본인이 밀던 존슨 의장이 선출됐으니 공화당뿐만 아니라 지지세력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하원에서 다룰 의제들에 대해서 트럼프의 생각을 반영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하원의장 선출 과정이 "누가 트럼프를 만족시켜줄 지 경쟁하는 꼴"이었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는 소수의 공화당 강경파가 공화당 전체를 주무르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뉴욕타임스는 "규범을 어기고 다수를 무시해도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화당 강경파에 새삼 증명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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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진통 끝에 선출된 미 하원의장…승자는 트럼프?
    • 입력 2023-10-30 10:46:59
    • 수정2023-10-30 11: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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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주 넘게 비어있던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 자리가 우여곡절 끝에 공화당 마이크 존슨 의원에게 돌아갔습니다.

친트럼프 의원으로 분류되는데요, 하원의장의 선출이 앞으로의 의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봅니다.

지구촌 돋보기, 허효진 기자 나와있습니다.

22일 만에 하원의장이 선출됐죠.

그간 의장 후보가 네 번이나 바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3일이었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됐습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인데요.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2024년 임시예산안을 처리했다가 같은 공화당의 역풍을 맞았습니다.

민주당과 충분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인데요.

공화당 강경파가 해임 의결안을 냈고 민주당도 가세하면서 그대로 처리됐습니다.

이후 공화당이 연달아 낸 의장 후보 3명이 모두 낙마했습니다.

첫 번째 후보와 세 번째 후보는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에 부딪혔고, 두 번째 후보는 온건 중도파의 제동에 도전을 포기했습니다.

하원의장 해임부터 길었던 의장 공백 사태, 새 의장 선출까지...

20명 정도에 불과한 공화당 강경파의 파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새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은 어떤 사람인가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지난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과에 불복하며 소송전을 남발했었잖아요.

이 때 대선 불복 논리를 설계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힙니다.

트럼프가 존슨 당선 전, SNS에 존슨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존슨 의장은 공화당 4선 의원으로 잘 알려지진 않은 인물입니다.

하원에 진출한 뒤로도 이렇다 할 자리를 맡은 적이 없어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하원 파행 장기화를 우려한 중도 온건파의 투표로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선출됐습니다.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은 아니지만 보수 색채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이크 존슨/미 하원의장/공화당 : "전 세계에서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에게 분명하게 알립니다. 미국 의회가 정상화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미 하원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까요?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같은 현안은 반대에 부딪힐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친트럼프 성향의 하원의장이 선출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거란 예상이 나오는데요.

존슨 의장은 첫 행보로 이스라엘 지지를 약속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예산에는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마이크 존슨/신임 미 하원의장/공화당 : "우리는 백악관이 책임있고, 객관적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하길 바랍니다."]

공화당 강경파는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반대 여론을 감안해 바이든 정부는 앞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지원을 한데 묶어 처리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하원 문턱을 넘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앵커]

가장 시급한 건 내년도 예산안 처리일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다음달 중순이 임시 예산이 종료되는 기한이거든요.

지난 달, 매카시 당시 의장의 주도로 임시 예산안을 처리해서 시간은 벌었지만 이 기한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매듭짓지 않으면 셧다운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습니다.

공화당 강경파들은 예산안 대폭 감소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매카시 전 의장이 민주당과의 부채한도 협상과 임시예산안 처리를 빌미로 해임된 거라 존슨 의장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정부 예산안을 처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임시 예산을 종료 기한에서 두 달이나 다섯달까지 연장 적용하고 그 안에 예산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결국 이번 사태의 최종 승자는 트럼프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거에서 영향력을 숨기지 않았거든요.

본인이 밀던 존슨 의장이 선출됐으니 공화당뿐만 아니라 지지세력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습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하원에서 다룰 의제들에 대해서 트럼프의 생각을 반영하기도 쉬워졌습니다.

민주당에서는 하원의장 선출 과정이 "누가 트럼프를 만족시켜줄 지 경쟁하는 꼴"이었다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는 소수의 공화당 강경파가 공화당 전체를 주무르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뉴욕타임스는 "규범을 어기고 다수를 무시해도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화당 강경파에 새삼 증명해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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