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법 39건 중 1건 통과…국회는 뭘 했나?

입력 2023.10.30 (16:53) 수정 2023.10.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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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국회에는 많은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오늘(30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조회했더니, 법안 제안 취지로 이태원 참사가 언급된 법안은 모두 39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입니다. 해당 법안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 걸까요.

■'주최 없는 대규모 행사' 관리 책임 규정...1년째 통과 안 돼

가장 많이 발의된 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정우택, 이태규, 이명수, 김기현, 김영선 의원 등이 모두 25건을 발의했는데 법안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태원 참사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는 행사인데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관리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것입니다.

'핼러윈 축제'처럼 명시적인 개최자가 없는 지역 축제나 행사의 관리방안을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고, 관계 기관이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만희 의원은 다중운집 인파 사고는 아직까지 법적 재난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이나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의원은 사회안전기본법의 사회재난 유형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 왜 통과가 안 됐을까?

하지만 이런 내용의 재난안전 기본법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지난여름 잼버리 사태 등이 터지면서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였고, 국회 행안위도 사실상 파행 운영됐기 때문입니다.

행안위는 지난 2월 소위에서 개정안들을 상정해 놓은 뒤 아무 논의도 하지 않다가, 지난달 관련 법안 22건을 급하게 병합해 심사한 뒤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관련 법안 대부분이 지난해 연말에 발의된 점을 감안하면 상정 이후 소위심사까지 반년이 더 걸린 겁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위원회 대안이 나왔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용혜인 의원은 현행 재난안전기본법에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도록 했는데, 개정안에서는 세부적인 조건을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했다면서 단서조항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책임을 면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기본법은 지난 4월 한 차례 개정되긴 했습니다. 다만 '행사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자는 내용은 아닙니다.

당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재난안전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통신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과 ▲재난 지역 소상공인을 국고보조 대상으로 명시하는 내용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은 탔지만...여야는 '전면 대치'

남인순 의원 등 야당 의원 183명이 지난 4월 공동 발의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8월 행안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야당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통과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태원 특별법은 패스트트랙을 타긴 했지만 '상임위 180일 → 법사위 90일 → 본회의 60일 이내 상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핵심은 2가지입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을 돕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여야의 시각 차이는 극명합니다.

야당은 특별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서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별법 추진이 "이태원 참사를 총선용 이슈로 키우는 수순일 뿐"이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계류...계류...계류, 비쟁점 법안들도 처리 안 돼

'재난안전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14건의 이태원 참사 관련 법안들도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똑같습니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서병수 의원 발의)
- 교육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안전계획관리계획'에 이태원 참사 같은 다중운집 행사에 대한 안전 계획과 필요한 심폐소생술 등에 대한 교육을 포함 시키는 내용 → 국회 교육위원회 계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최연숙 의원 발의)
- 응급환자 다수가 발생했을 경우의 인명구조 및 응급조치 등 현장의 의료대응을 대통령령이 아니라 본법에 직접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 현장 의료대응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하자는 취지
국회 법사위 계류

▲정신건강 증진법 개정안(강선우 의원 발의)
- 이태원 참사 등의 재난 피해자 회복을 돕기 위해 전국 4곳뿐인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권역별로 확대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법안 → 국회 보건복지위 계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국가의 재난대비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던 정치인들의 굳은 다짐이 이제는 입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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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이후 국회에는 많은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오늘(30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조회했더니, 법안 제안 취지로 이태원 참사가 언급된 법안은 모두 39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입니다. 해당 법안들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 걸까요.

■'주최 없는 대규모 행사' 관리 책임 규정...1년째 통과 안 돼

가장 많이 발의된 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정우택, 이태규, 이명수, 김기현, 김영선 의원 등이 모두 25건을 발의했는데 법안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태원 참사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는 행사인데도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관리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자는 것입니다.

'핼러윈 축제'처럼 명시적인 개최자가 없는 지역 축제나 행사의 관리방안을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고, 관계 기관이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만희 의원은 다중운집 인파 사고는 아직까지 법적 재난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국가안전관리 기본계획이나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의원은 사회안전기본법의 사회재난 유형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 왜 통과가 안 됐을까?

하지만 이런 내용의 재난안전 기본법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지난여름 잼버리 사태 등이 터지면서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였고, 국회 행안위도 사실상 파행 운영됐기 때문입니다.

행안위는 지난 2월 소위에서 개정안들을 상정해 놓은 뒤 아무 논의도 하지 않다가, 지난달 관련 법안 22건을 급하게 병합해 심사한 뒤 '위원회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관련 법안 대부분이 지난해 연말에 발의된 점을 감안하면 상정 이후 소위심사까지 반년이 더 걸린 겁니다.

이렇게 어렵사리 위원회 대안이 나왔지만, 우려는 여전합니다.

용혜인 의원은 현행 재난안전기본법에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도록 했는데, 개정안에서는 세부적인 조건을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했다면서 단서조항이 늘어날수록 정부가 책임을 면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안전기본법은 지난 4월 한 차례 개정되긴 했습니다. 다만 '행사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자는 내용은 아닙니다.

당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재난안전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통신 데이터를 제공하는 방안과 ▲재난 지역 소상공인을 국고보조 대상으로 명시하는 내용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패스트트랙'은 탔지만...여야는 '전면 대치'

남인순 의원 등 야당 의원 183명이 지난 4월 공동 발의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8월 행안위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야당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통과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태원 특별법은 패스트트랙을 타긴 했지만 '상임위 180일 → 법사위 90일 → 본회의 60일 이내 상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의미입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핵심은 2가지입니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통해 피해자들의 일상회복을 돕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여야의 시각 차이는 극명합니다.

야당은 특별법 통과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어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서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특별법 추진이 "이태원 참사를 총선용 이슈로 키우는 수순일 뿐"이라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계류...계류...계류, 비쟁점 법안들도 처리 안 돼

'재난안전기본법'을 제외한 나머지 14건의 이태원 참사 관련 법안들도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은 똑같습니다.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서병수 의원 발의)
- 교육시설에서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안전계획관리계획'에 이태원 참사 같은 다중운집 행사에 대한 안전 계획과 필요한 심폐소생술 등에 대한 교육을 포함 시키는 내용 → 국회 교육위원회 계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최연숙 의원 발의)
- 응급환자 다수가 발생했을 경우의 인명구조 및 응급조치 등 현장의 의료대응을 대통령령이 아니라 본법에 직접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 현장 의료대응에 대한 책임을 더 무겁게 하자는 취지
국회 법사위 계류

▲정신건강 증진법 개정안(강선우 의원 발의)
- 이태원 참사 등의 재난 피해자 회복을 돕기 위해 전국 4곳뿐인 국가 트라우마센터를 권역별로 확대하고 역할을 확대하는 법안 → 국회 보건복지위 계류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국가의 재난대비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던 정치인들의 굳은 다짐이 이제는 입법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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