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사범 조작’ 피해자 또 있었다…3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

입력 2023.10.31 (14:42) 수정 2023.10.3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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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제보로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정보원'에게 당한 피해자가 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이 무고 혐의로 기소한 '국정원 정보원' 50대 손 모 씨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는 40대 남성 B 씨.

손 씨의 무고 때문에 B 씨는 30일간 구속돼 수사를 받아야 했던 걸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 '마약 무고 피해자' 또 있었다…수법은 역시 '알 수 없는 국제소포'

국정원 '마약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손 씨는 또 다른 정보원을 통해 텔레그램으로 마약 사범들의 근황이 기재된 '파일'을 건네받은 뒤, 이 파일에 있던 과거 마약 사범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손 씨는 이 파일에 담겨 있는 B 씨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면서, "이 주소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 씨가 주문하지도 않은 마약을 국제 소포로 발송한 겁니다.

또 B 씨에게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약 사건의 입증 자료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손 씨에게 받은 해당 정황들을 증거로 지난 7월 대전 서구에서 B 씨를 체포한 뒤, 같은 달 필로폰 밀매[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B 씨를 구속 송치했습니다.

■ "또 다른 마약 사건 무마해달라"는 취지로 청탁하기도

손 씨는 당시 B 씨 사건을 경찰에 제보해주며, 별도의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가 수사 중인 지인 C 씨의 마약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한 겁니다.

손 씨는 용산경찰서에 "필로폰 밀수 예정인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을 줄 테니 마약 투약혐의를 받는 C 씨의 억울함을 잘 들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손 씨는 경찰에 이런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C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청탁을 경찰이 들어주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됐지만…"그때는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손 씨가 '꾸며낸 일'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B 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B 씨는 영문도 모른 채 30일 동안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B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오래된 친구와 검증된 사람이 아니면 알려주지를 못하겠다. 그때는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당시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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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10-31 14: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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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제보로 무고한 사람을 마약 밀매 사범으로 둔갑시킨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정보원'에게 당한 피해자가 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이 무고 혐의로 기소한 '국정원 정보원' 50대 손 모 씨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는 40대 남성 B 씨.

손 씨의 무고 때문에 B 씨는 30일간 구속돼 수사를 받아야 했던 걸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 '마약 무고 피해자' 또 있었다…수법은 역시 '알 수 없는 국제소포'

국정원 '마약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손 씨는 또 다른 정보원을 통해 텔레그램으로 마약 사범들의 근황이 기재된 '파일'을 건네받은 뒤, 이 파일에 있던 과거 마약 사범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손 씨는 이 파일에 담겨 있는 B 씨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필리핀 마약상에게 보내면서, "이 주소로 필로폰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 씨가 주문하지도 않은 마약을 국제 소포로 발송한 겁니다.

또 B 씨에게 '부탁하신 것 잘 처리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마약 사건의 입증 자료처럼 사용될 수 있도록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손 씨에게 받은 해당 정황들을 증거로 지난 7월 대전 서구에서 B 씨를 체포한 뒤, 같은 달 필로폰 밀매[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B 씨를 구속 송치했습니다.

■ "또 다른 마약 사건 무마해달라"는 취지로 청탁하기도

손 씨는 당시 B 씨 사건을 경찰에 제보해주며, 별도의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가 수사 중인 지인 C 씨의 마약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한 겁니다.

손 씨는 용산경찰서에 "필로폰 밀수 예정인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을 줄 테니 마약 투약혐의를 받는 C 씨의 억울함을 잘 들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손 씨는 경찰에 이런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C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청탁을 경찰이 들어주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수사 끝에 불기소 처분됐지만…"그때는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손 씨가 '꾸며낸 일'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B 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B 씨는 영문도 모른 채 30일 동안 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B 씨는 KBS 취재진과 만나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오래된 친구와 검증된 사람이 아니면 알려주지를 못하겠다. 그때는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당시 증거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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