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보존지역 훼손해도 ‘고의성’ 없으면 무혐의?…문화재청 강력 반발

입력 2023.11.0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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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08일 KBS 제주 뉴스2022년 06월 08일 KBS 제주 뉴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입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면, 원색의 산호들이 기다렸다는 듯 화려한 모습을 뽐내던 곳.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 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 녹색연합)

그런데, 암벽 곳곳에선 무언가 긁혀 깨지거나 훼손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정밀 조사한 결과, 제주 바닷속 풍경을 감상하는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630여 제곱미터 가량이 훼손됐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인 서귀포시 문섬의 연산호 군락과 절대보존지역 등을 훼손한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를 지난 3월에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경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해경 수사 결과, 절대보존지역이 훼손은 됐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서귀포해경 “훼손 고의성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못 해”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지난 5월, 해당 잠수함 업체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습니다.

서귀포 해경은 당시 해당 잠수함 업체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잠수함 사업자가 잠수함 운영자에게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훼손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한 잠수함 업체가 절대보존지역 일대를 구분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설치했다면,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검찰에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를 진행한 서귀포해경은 이번엔 ‘혐의가 없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다시 사건을 수사한 서귀포해경은 해당 사업자가 문섬 일대를 ‘훼손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봤습니다.

잠수함 업체 측에서는 “절대 보존 구역인 줄 알았는데 고의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는데, 이 잠수함 업체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법상 문화재 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문화재청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심의를 요구해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건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고의를 입증할 수 없으면 처벌을 못 한다니 황당”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

무혐의 처분 소식을 들은 문화재청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 문화재를 훼손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게 맞는 거냐”고 말했습니다.

해당 잠수함 업체에서도 훼손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상 당연히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문화재보호법 99조에는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문화재를 훼손하고 현상 변경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꼭 고의가 있어야만 죄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무허가 행위임에도 훼손 사실 자체로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재청은 법률 자문을 거쳐, 해당 잠수함 업체에 ‘원상 회복’ 행정명령을 지난주에 내렸다고 합니다.

잠수함으로 이미 훼손된 연산호가 원상 회복이 가능하냐를 따지기 위해 문화재청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연산호 인공 증식과 자연 복원에 성공해, 연산호 일부분의 원상 회복은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원상회복’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복원 기술을 적용해 원상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수사 과정 등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수사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문화재청은 수사 심의도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요청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는 ‘처벌’과 ‘처분’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 앞으로도 문화재청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문화재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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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대보존지역 훼손해도 ‘고의성’ 없으면 무혐의?…문화재청 강력 반발
    • 입력 2023-11-01 0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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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08일 KBS 제주 뉴스
에메랄드빛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도 서귀포시 문섬 앞바다입니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보면, 원색의 산호들이 기다렸다는 듯 화려한 모습을 뽐내던 곳.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29미터 절대보전구역 (화면제공: 녹색연합)
그런데, 암벽 곳곳에선 무언가 긁혀 깨지거나 훼손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정밀 조사한 결과, 제주 바닷속 풍경을 감상하는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630여 제곱미터 가량이 훼손됐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결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인 서귀포시 문섬의 연산호 군락과 절대보존지역 등을 훼손한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를 지난 3월에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경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해경 수사 결과, 절대보존지역이 훼손은 됐지만 ‘고의성’이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서귀포해경 “훼손 고의성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 못 해”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
제주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지난 5월, 해당 잠수함 업체를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습니다.

서귀포 해경은 당시 해당 잠수함 업체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잠수함 사업자가 잠수함 운영자에게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훼손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겁니다. 또한 잠수함 업체가 절대보존지역 일대를 구분할 수 있는 이정표를 설치했다면, 훼손을 막을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검찰에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왔습니다.

검찰의 보완 수사 요청에 따라 다시 수사를 진행한 서귀포해경은 이번엔 ‘혐의가 없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다시 사건을 수사한 서귀포해경은 해당 사업자가 문섬 일대를 ‘훼손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봤습니다.

잠수함 업체 측에서는 “절대 보존 구역인 줄 알았는데 고의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는데, 이 잠수함 업체의 고의를 입증할 증거도 부족했다고 해경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해경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법상 문화재 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문화재청에서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재심의를 요구해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서 사건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재청 “고의를 입증할 수 없으면 처벌을 못 한다니 황당”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 수심 20m 중간 기착지 지점 (화면제공: 녹색연합)
무혐의 처분 소식을 들은 문화재청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 문화재를 훼손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게 맞는 거냐”고 말했습니다.

해당 잠수함 업체에서도 훼손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상 당연히 처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문화재보호법 99조에는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문화재를 훼손하고 현상 변경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꼭 고의가 있어야만 죄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무허가 행위임에도 훼손 사실 자체로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게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재청은 법률 자문을 거쳐, 해당 잠수함 업체에 ‘원상 회복’ 행정명령을 지난주에 내렸다고 합니다.

잠수함으로 이미 훼손된 연산호가 원상 회복이 가능하냐를 따지기 위해 문화재청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들이 연산호 인공 증식과 자연 복원에 성공해, 연산호 일부분의 원상 회복은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원상회복’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복원 기술을 적용해 원상 회복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수사 과정 등에 대한 이의가 있을 경우 수사 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문화재청은 수사 심의도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요청했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 훼손에 대해서는 ‘처벌’과 ‘처분’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 앞으로도 문화재청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문화재를 보존할 계획”이라고 다시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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