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시간 개편·노란봉투법·노동자대회…11월이 온다

입력 2023.1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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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낙엽이 제법입니다. 날씨도 꽤 쌀쌀해졌습니다. 어느새 11월입니다.

11월엔 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줄줄이 예고돼있습니다. 노동 출입 기자에겐 가혹한(?)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 11월 둘째 주, 근로시간 개편안


우선 11월엔 근로시간 개편안이 발표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여러 차례 '11월 초' 발표를 예고했는데, 이르면 다음 주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부는 3월 초,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정부가 강조한 건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였지만, 대중의 뇌리에 당시 개편안은 '최대 주 69시간 근로제'로 남아 있습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2023.3.6 뉴스9)주 최대 69시간 근로…“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2023.3.6 뉴스9)

노동계는 물론 청년층에서도 '일이야 몰아서 하겠지만 그만큼 쉬지는 못할 것'이란 반발이 잇따랐고, 발표 열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도 보완 지시를 내립니다.

이에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모여 내린 결론은 '전 국민 설문조사'였습니다. 국민 6천 명 대상 설문조사, 심층인터뷰(FGI)를 실시해 폭넓게 여론을 수렴해 재검토하겠다는 겁니다.

당초 개편안 발표는 9월에 이뤄질 걸로 예상됐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으니까요.

하지만 9월 말 추석 연휴까지도 설문조사 결과와 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고용부는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러다 10월 국정감사를 맞이했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그럼 설문조사 질문지라도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고용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국감 당시 이정식 장관은 개편안 발표할 때 숨김없이 소상히 말씀드리겠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추석도, 국감도 피해 '슬그머니' 발표하려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베일에 싸여있던 근로시간 개편안(참고로 고용부는 개편 '방안'이 아니라 개편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이 드디어 곧 모습을 드러냅니다. 11월의 첫 번째 노동현안입니다.

■ 11월 9일, 노란봉투법


[연관 기사] “진짜 사장이 책임지게”…노란봉투법, 9월엔 통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8087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지나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안입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법원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회사와 경찰에게 47억 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4만 7천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언론사에 보낸 게 알려지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노란봉투법은 9월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본회의 상정이 점쳐졌던 9월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노란봉투법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달여 지난 이번 달 9일,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국회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마침 헌법재판소가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데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강서구청 재보궐 승리에 힘입은 민주당 역시 법안 처리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입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저지하고, 그래도 막지 못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 그리고…

그리고 1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모두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엽니다. 전태일 열사 기일 이틀 전입니다.

이미 민주노총은 '20만 민중총궐기 대장정'에 나서겠다며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제주에서 시작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16일간 행진을 하며 참석을 독려하겠다는 겁니다.

한국노총도 전국 순회 간담회를 열며 참여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지난달 담화문에서 " 윤석열 정부의 반 노동정책을 끝장내자"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정부와 노동계가 건건이 부딪혀왔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습니다. 켜켜이 쌓인 노정 갈등은 대규모 노동자 대회를 맞아 매섭게 분출될 거로 보입니다.

더욱이 불과 며칠 전에 메가톤급 현안인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와 노란봉투법 처리가 예정돼있으니, 폭발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느새 11월입니다.

이번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노정 관계가 더 얼어붙을지, 대화의 단초가 조금이나마 마련될지 정해질 것 같습니다.

(인포그래픽: 배동희,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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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9시간 개편·노란봉투법·노동자대회…11월이 온다
    • 입력 2023-11-01 0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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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낙엽이 제법입니다. 날씨도 꽤 쌀쌀해졌습니다. 어느새 11월입니다.

11월엔 굵직한 노동 현안들이 줄줄이 예고돼있습니다. 노동 출입 기자에겐 가혹한(?) 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 11월 둘째 주, 근로시간 개편안


우선 11월엔 근로시간 개편안이 발표됩니다. 고용노동부는 여러 차례 '11월 초' 발표를 예고했는데, 이르면 다음 주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부는 3월 초,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정부가 강조한 건 근로자의 선택권 확대였지만, 대중의 뇌리에 당시 개편안은 '최대 주 69시간 근로제'로 남아 있습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쉰다” (2023.3.6 뉴스9)
노동계는 물론 청년층에서도 '일이야 몰아서 하겠지만 그만큼 쉬지는 못할 것'이란 반발이 잇따랐고, 발표 열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도 보완 지시를 내립니다.

이에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모여 내린 결론은 '전 국민 설문조사'였습니다. 국민 6천 명 대상 설문조사, 심층인터뷰(FGI)를 실시해 폭넓게 여론을 수렴해 재검토하겠다는 겁니다.

당초 개편안 발표는 9월에 이뤄질 걸로 예상됐습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으니까요.

하지만 9월 말 추석 연휴까지도 설문조사 결과와 개편안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고용부는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만 했습니다.

그러다 10월 국정감사를 맞이했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그럼 설문조사 질문지라도 달라'는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지만, 고용부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국감 당시 이정식 장관은 개편안 발표할 때 숨김없이 소상히 말씀드리겠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추석도, 국감도 피해 '슬그머니' 발표하려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났습니다.

베일에 싸여있던 근로시간 개편안(참고로 고용부는 개편 '방안'이 아니라 개편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이 드디어 곧 모습을 드러냅니다. 11월의 첫 번째 노동현안입니다.

■ 11월 9일, 노란봉투법


[연관 기사] “진짜 사장이 책임지게”…노란봉투법, 9월엔 통과?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8087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조와 3조를 개정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지나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안입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법원이 노조 조합원들에게 회사와 경찰에게 47억 원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4만 7천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언론사에 보낸 게 알려지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아는 것처럼, 노란봉투법은 9월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본회의 상정이 점쳐졌던 9월 21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노란봉투법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달여 지난 이번 달 9일, 노란봉투법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국회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달 27일, 마침 헌법재판소가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데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강서구청 재보궐 승리에 힘입은 민주당 역시 법안 처리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입니다.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필리버스터로 저지하고, 그래도 막지 못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 11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 그리고…

그리고 11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은 모두 전국 노동자 대회를 엽니다. 전태일 열사 기일 이틀 전입니다.

이미 민주노총은 '20만 민중총궐기 대장정'에 나서겠다며 지난달 20일 제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제주에서 시작해 용산 대통령실까지 16일간 행진을 하며 참석을 독려하겠다는 겁니다.

한국노총도 전국 순회 간담회를 열며 참여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지난달 담화문에서 " 윤석열 정부의 반 노동정책을 끝장내자"며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정부와 노동계가 건건이 부딪혀왔다는 사실은 새롭지 않습니다. 켜켜이 쌓인 노정 갈등은 대규모 노동자 대회를 맞아 매섭게 분출될 거로 보입니다.

더욱이 불과 며칠 전에 메가톤급 현안인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와 노란봉투법 처리가 예정돼있으니, 폭발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느새 11월입니다.

이번 달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노정 관계가 더 얼어붙을지, 대화의 단초가 조금이나마 마련될지 정해질 것 같습니다.

(인포그래픽: 배동희,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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