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업종 신사업 추진’ 공시 회사 285곳 중 제대로 된 매출 발생은?

입력 2023.11.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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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테마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등이 테마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00 테마주'로 언급되면 기업 실적보다는 테마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우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고, 주가 급등만을 노린 허위 소문일 가능성도 있어 투자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하는데요.

최근 금융감독원이 '테마주' 사업을 새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해 이런 우려의 가능성을 가늠해봤습니다. 결과는 투자자들의 뒷통수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추진 계획을 밝히고 나서 실제 추진하지 않은 기업이 절반 이상인데다, 추진했더라도 유의미한 수익을 낸 기업이 한 손가락을 채 못 채웠습니다.


■ 기업들이 가장 선호한 테마 업종은?…'2차전지'

금감원은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3년 동안 증시에서 화제가 된 테마 업종 7종목(메타버스, 가상화폐·NFT, 2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과 관련된 신규 사업을 추가한 상장사 285곳을 분석했다고 밝혔습니다.

7개 테마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의 선택을 받은 종목은 2차전지였습니다. 모두 125곳의 회사가 2차전지 관련 사업목적을 반기보고서에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한 기업은 92곳, 가상화폐·NFT 79곳, 메타버스 59곳, 코로나 48곳, 인공 지능 45곳, 로봇 29곳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메타버스와 가상화폐·NFT 종목의 경우, 관련주가 급등했던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사업목적을 추가한 회사가 집중됐습니다.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2022년 41곳이었는데, 2021년 13곳, 2023년 상반기 5곳에 비해 많았습니다. 가상화폐·NFT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2022년 52곳으로, 역시 2021년 13곳, 2023년 상반기 14곳에 비해 많았습니다.


■ '하겠다'고는 했는데…실적은 '미미'

그렇다면 실제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요? 금감원은 2021년과 2022년 중 주요 7개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233개 기업의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2023년에 사업목적을 추진한 회사는 추진 일정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기업 233곳 중, 실제 사업을 추진한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104곳(45%). 채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를 기업에게 물었습니다. '새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부족했다' ' 경영 환경이 변했다' '사업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새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시장 조사나 역량 평가도 하지 않은 채 사업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가지 이상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들 가운데, 해당 사업들을 모두 추진한 현황이 있는 회사는 83곳뿐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추진하는 업종이 많은 회사일수록 사업 추진 비율은 낮아졌습니다. 사업 1개를 추가한 경우의 추진 비율은 46.6%였지만, 3개를 추가했을 경우 16.7%, 4개 이상일 경우 0%로 급격하게 낮아졌습니다.

사업을 추진해도, 실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사업을 추진한 현황이 있는 104곳의 회사 가운데 47곳(45%)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구분해 따로 관리할 정도로 유의미한 매출이 나는 곳, 딱 4곳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매출 비중이 2%인 곳부터 45%인 곳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 "사업 미추진 기업, 재무환경 열악·상장 폐지 사유 발생"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던 기업들,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고, 내부통제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곳이 많았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이 있던 곳은 10곳 중 4곳꼴이었고, 자본잠식이 발생한 곳도 12%에 달했습니다. 신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았던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또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경우도 36%에 달했습니다.

횡령이나 배임, 감사보고서 미제출,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된 곳도 22%에 달했고, 공시를 지연하거나 누락한 경우도 30%에 달했습니다.

반면 사업 추진 기업의 경우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은 14.4%, 자본잠식 발생 4.8%, 관리종목 상장폐지 사유 발생 2.9% 등 모든 항목이 사업 미추진 기업에 비해 낮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허위로 사업을 발표한 경우도 있습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새 사업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 최대주주 관련자가 CB(전환사채)로 전환하고 주식을 매도하고 → 사업 추진을 철회한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주가를 띄워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허위 사업발표를 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철저히 조사해 혐의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투자 결정시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 정기보고서 주기적 확인해야

이번 조사를 진행한 금감원은 최근 신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의 상당수가 역량이 부족하거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추진 실적이 없거나 부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요. 기업 관련 공시를 통해 회사가 신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무·경영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곰꼼하게 확인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투자한 뒤에도 정기 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추진이 되고 있다면 잘 되고 있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보고서 작성 자체가 미흡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하거나 삭제, 수정하는 등 변동이 있는 상장사 1,047곳 가운데 작성이 부실한 곳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이들 기업에 대해 다음 정기보고서를 작성할 때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안내하고, 특히 기재가 부실한 회사의 경우 재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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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테마주'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최근에는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등이 테마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00 테마주'로 언급되면 기업 실적보다는 테마주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우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고, 주가 급등만을 노린 허위 소문일 가능성도 있어 투자를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하는데요.

최근 금융감독원이 '테마주' 사업을 새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의 사업 진행 현황을 점검해 이런 우려의 가능성을 가늠해봤습니다. 결과는 투자자들의 뒷통수가 얼얼할 정도입니다. 추진 계획을 밝히고 나서 실제 추진하지 않은 기업이 절반 이상인데다, 추진했더라도 유의미한 수익을 낸 기업이 한 손가락을 채 못 채웠습니다.


■ 기업들이 가장 선호한 테마 업종은?…'2차전지'

금감원은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3년 동안 증시에서 화제가 된 테마 업종 7종목(메타버스, 가상화폐·NFT, 2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과 관련된 신규 사업을 추가한 상장사 285곳을 분석했다고 밝혔습니다.

7개 테마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회사의 선택을 받은 종목은 2차전지였습니다. 모두 125곳의 회사가 2차전지 관련 사업목적을 반기보고서에 추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추가한 기업은 92곳, 가상화폐·NFT 79곳, 메타버스 59곳, 코로나 48곳, 인공 지능 45곳, 로봇 29곳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메타버스와 가상화폐·NFT 종목의 경우, 관련주가 급등했던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사업목적을 추가한 회사가 집중됐습니다. 메타버스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2022년 41곳이었는데, 2021년 13곳, 2023년 상반기 5곳에 비해 많았습니다. 가상화폐·NFT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는 2022년 52곳으로, 역시 2021년 13곳, 2023년 상반기 14곳에 비해 많았습니다.


■ '하겠다'고는 했는데…실적은 '미미'

그렇다면 실제 사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요? 금감원은 2021년과 2022년 중 주요 7개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233개 기업의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2023년에 사업목적을 추진한 회사는 추진 일정이 촉박한 점을 고려해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습니다.

테마 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기업 233곳 중, 실제 사업을 추진한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104곳(45%). 채 절반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를 기업에게 물었습니다. '새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부족했다' ' 경영 환경이 변했다' '사업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새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시장 조사나 역량 평가도 하지 않은 채 사업에 뛰어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가지 이상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회사들 가운데, 해당 사업들을 모두 추진한 현황이 있는 회사는 83곳뿐이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추진하는 업종이 많은 회사일수록 사업 추진 비율은 낮아졌습니다. 사업 1개를 추가한 경우의 추진 비율은 46.6%였지만, 3개를 추가했을 경우 16.7%, 4개 이상일 경우 0%로 급격하게 낮아졌습니다.

사업을 추진해도, 실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사업을 추진한 현황이 있는 104곳의 회사 가운데 47곳(45%)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업과 구분해 따로 관리할 정도로 유의미한 매출이 나는 곳, 딱 4곳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매출 비중이 2%인 곳부터 45%인 곳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 "사업 미추진 기업, 재무환경 열악·상장 폐지 사유 발생"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던 기업들, 공통점이 있습니다.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고, 내부통제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곳이 많았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이 있던 곳은 10곳 중 4곳꼴이었고, 자본잠식이 발생한 곳도 12%에 달했습니다. 신사업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았던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또 회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경우도 36%에 달했습니다.

횡령이나 배임, 감사보고서 미제출, 감사의견 거절 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된 곳도 22%에 달했고, 공시를 지연하거나 누락한 경우도 30%에 달했습니다.

반면 사업 추진 기업의 경우 3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한 기업은 14.4%, 자본잠식 발생 4.8%, 관리종목 상장폐지 사유 발생 2.9% 등 모든 항목이 사업 미추진 기업에 비해 낮은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허위로 사업을 발표한 경우도 있습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새 사업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 최대주주 관련자가 CB(전환사채)로 전환하고 주식을 매도하고 → 사업 추진을 철회한 사례도 드러났습니다. 주가를 띄워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허위 사업발표를 했다고 의심되는 정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철저히 조사해 혐의가 적발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투자 결정시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 정기보고서 주기적 확인해야

이번 조사를 진행한 금감원은 최근 신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의 상당수가 역량이 부족하거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해 추진 실적이 없거나 부진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할 때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는데요. 기업 관련 공시를 통해 회사가 신산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무·경영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곰꼼하게 확인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투자한 뒤에도 정기 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지, 추진이 되고 있다면 잘 되고 있는지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조사에서 보고서 작성 자체가 미흡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최근 3년 동안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하거나 삭제, 수정하는 등 변동이 있는 상장사 1,047곳 가운데 작성이 부실한 곳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이들 기업에 대해 다음 정기보고서를 작성할 때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안내하고, 특히 기재가 부실한 회사의 경우 재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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