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산재 외국인 노동자 유족 두 번 울린 ‘코리안 드림’

입력 2023.11.01 (18:30) 수정 2023.11.0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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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와서 일하다 숨진 한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연 전해드립니다.

택배를 옮기다 내용물이 갑자기 폭발해 사망한 노동자, 알고 보니 그 전에도 일하다 손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따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재판에서 승소해 배상을 받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유가족들이 판결 후 석 달이 넘도록 배상금을 못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사건 직접 취재한 사회부 김화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소개부터 간단히 해주시죠.

[기자]

네, 이름은 당꾸이중, 33살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입니다.

4년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7월, 택배 분류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택배 분류 작업을 하던 중 상자 속 우레탄폼 캔이 터지는 갑작스런 일이 벌어졌고, 당꾸이중 씨는 이 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이 당꾸이중 씨, 한국 일터에서 산재를 당한 게 이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4월에 공장에서 나무 자르는 기계에 왼손이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진항/당꾸이중 사촌 매형 : "프레스인가 뭐 거기다 이렇게 잘라졌다고, 손가락이 안 구부러지니까 장애 됐죠."]

지금 화면으로 보이는 곳이 2년 전 당꾸이중 씨가 일을 하다 다쳤던 공장인데요.

이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아서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지급되는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등 기본 혜택들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사망 전에도 이렇게 또 다른 산재 사고를 겪었다니, 유족들이 참 가슴 아팠겠어요.

이 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는 제대로 진행이 됐나요?

[기자]

당꾸이중 씨는 손가락 절단 사고를 겪고 나서 공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1심 재판부로부터 공장 측이 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는 했는데, 이 판결이 확정된 시점은 이미 당꾸이중이 사망한 뒤였습니다.

결국, 다친 손에 대한 배상은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또 다른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 배상금, 당꾸이중 가족에게는 전달이 제대로 된 겁니까?

[기자]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공장에서 배상금을 보냈다는데, 유가족들에게는 석 달이 지나도록 이 돈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사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에서 배상금을 받아놓고 정작 유가족들에게는 주지 않은 겁니다.

유족들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김진항/당꾸이중 사촌 매형 : "준다, 준다 그러고 주지도 않고. 날짜도 안 지키고 또 추석 쇠고 준다고 (하고) 안 주고, '변호사가 필요해서 썼겠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웬티프엉/당꾸이중 어머니 : "아들은 (생전에) 손가락 치료가 다 끝나고 보험금이랑 회사에서 주는 배상금을 받으면 베트남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었어요."]

[앵커]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담당 변호사는 뭐라고 설명하나요?

[기자]

취재진이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에 찾아가서 물어봤는데요.

우선 담당 변호사는 회계 관리를 친동생이 담당했는데, 지금은 퇴사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하기도 했는데, 변호사 입장 들어보시죠.

[당꾸이중 소송 담당 변호사/음성변조 : "운영하면서 4대 보험이랑 좀 밀리고 했었어요. 그러니까 그쪽으로 돈이 빠져나갔나 봐요. 그리고 모자라면 제가 채워 넣으면 되니까. 문제는 없어요."]

사무실 사정이 어려워서 들어온 돈을 당겨썼다는 건데,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변호사 측은 어제 배상금을 유족에게 송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제라도 배상금이 전달된 건 다행입니다만, 해당 변호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을 할 수는 없는 걸까요?

[기자]

사건 수임 변호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판결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변호사법 제24조, 품위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건데요.

현행법상 변호사 징계는 가장 무거운 '영구제명'부터 5년간 변호사 활동을 못 하는 일반 '제명', 3년 이하 정직,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견책 처분,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변협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면, 보관금을 반환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지난 7월 과태료 300만 원의 징계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또 만약 변호사 측이 배상금을 개인적으로 쓰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형사상 횡령죄의 책임까지도 물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당꾸이중의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수사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아직까지 사고가 났던 택배사나 폭발한 우레탄폼 캔 제조사 등 관계자 중에 입건된 사람은 없습니다.

경찰은 우선 우레탄폼 캔 폭발 원인 분석을 위해 전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사고 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최하운/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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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사이트] 산재 외국인 노동자 유족 두 번 울린 ‘코리안 드림’
    • 입력 2023-11-01 18:30:13
    • 수정2023-11-01 18: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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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와서 일하다 숨진 한 외국인 노동자의 안타까운 사연 전해드립니다.

택배를 옮기다 내용물이 갑자기 폭발해 사망한 노동자, 알고 보니 그 전에도 일하다 손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따로 소송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재판에서 승소해 배상을 받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유가족들이 판결 후 석 달이 넘도록 배상금을 못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사건 직접 취재한 사회부 김화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먼저 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소개부터 간단히 해주시죠.

[기자]

네, 이름은 당꾸이중, 33살 베트남 국적의 노동자입니다.

4년 전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으로 와서 일을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7월, 택배 분류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택배 분류 작업을 하던 중 상자 속 우레탄폼 캔이 터지는 갑작스런 일이 벌어졌고, 당꾸이중 씨는 이 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이 당꾸이중 씨, 한국 일터에서 산재를 당한 게 이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4월에 공장에서 나무 자르는 기계에 왼손이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의 얘기 들어보시죠.

[김진항/당꾸이중 사촌 매형 : "프레스인가 뭐 거기다 이렇게 잘라졌다고, 손가락이 안 구부러지니까 장애 됐죠."]

지금 화면으로 보이는 곳이 2년 전 당꾸이중 씨가 일을 하다 다쳤던 공장인데요.

이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아서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지급되는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등 기본 혜택들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사망 전에도 이렇게 또 다른 산재 사고를 겪었다니, 유족들이 참 가슴 아팠겠어요.

이 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는 제대로 진행이 됐나요?

[기자]

당꾸이중 씨는 손가락 절단 사고를 겪고 나서 공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이후 1심 재판부로부터 공장 측이 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내기는 했는데, 이 판결이 확정된 시점은 이미 당꾸이중이 사망한 뒤였습니다.

결국, 다친 손에 대한 배상은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하고, 또 다른 산업재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 배상금, 당꾸이중 가족에게는 전달이 제대로 된 겁니까?

[기자]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판결이 확정된 뒤 공장에서 배상금을 보냈다는데, 유가족들에게는 석 달이 지나도록 이 돈이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사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에서 배상금을 받아놓고 정작 유가족들에게는 주지 않은 겁니다.

유족들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김진항/당꾸이중 사촌 매형 : "준다, 준다 그러고 주지도 않고. 날짜도 안 지키고 또 추석 쇠고 준다고 (하고) 안 주고, '변호사가 필요해서 썼겠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해요."]

[웬티프엉/당꾸이중 어머니 : "아들은 (생전에) 손가락 치료가 다 끝나고 보험금이랑 회사에서 주는 배상금을 받으면 베트남으로 돌아오겠다고 했었어요."]

[앵커]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 담당 변호사는 뭐라고 설명하나요?

[기자]

취재진이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에 찾아가서 물어봤는데요.

우선 담당 변호사는 회계 관리를 친동생이 담당했는데, 지금은 퇴사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일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하기도 했는데, 변호사 입장 들어보시죠.

[당꾸이중 소송 담당 변호사/음성변조 : "운영하면서 4대 보험이랑 좀 밀리고 했었어요. 그러니까 그쪽으로 돈이 빠져나갔나 봐요. 그리고 모자라면 제가 채워 넣으면 되니까. 문제는 없어요."]

사무실 사정이 어려워서 들어온 돈을 당겨썼다는 건데,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변호사 측은 어제 배상금을 유족에게 송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제라도 배상금이 전달된 건 다행입니다만, 해당 변호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을 할 수는 없는 걸까요?

[기자]

사건 수임 변호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판결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변호사법 제24조, 품위유지 의무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는 건데요.

현행법상 변호사 징계는 가장 무거운 '영구제명'부터 5년간 변호사 활동을 못 하는 일반 '제명', 3년 이하 정직,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견책 처분, 이렇게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변협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면, 보관금을 반환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지난 7월 과태료 300만 원의 징계가 내려진 바 있습니다.

또 만약 변호사 측이 배상금을 개인적으로 쓰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형사상 횡령죄의 책임까지도 물을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당꾸이중의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수사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아직까지 사고가 났던 택배사나 폭발한 우레탄폼 캔 제조사 등 관계자 중에 입건된 사람은 없습니다.

경찰은 우선 우레탄폼 캔 폭발 원인 분석을 위해 전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사고 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최하운/영상편집: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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