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 통하는 농업 기술…‘넷에 하나는 매출 0원’

입력 2023.11.02 (07:36) 수정 2023.11.02 (09: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농기계들이 정작 농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민간 업체를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농업 기술 역시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을 받은 업체 4곳 중 한 곳은 전혀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20년, 농촌진흥청 출연기관인 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1억 원가량의 사업 자금과 함께 기술 이전을 받아 농산물 가공 음료 시장에 뛰어든 업체입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매출은 전혀 없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트렌드가 즙 종류를 많이 안 먹는 그런 입장이다 보니까 소규모로 하는 중소농에서는 많이 타격을..."]

유기농 전통식품 제조 기술과 사업 자금을 지원받은 이 영농조합도 3년째 매출이 바닥입니다.

최근 3년 동안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진흥원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에 나선 업체는 2백 69곳.

이 가운데 66곳, 전체의 24.5%는 단 한 푼도 매출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017년부터 7년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업체 5백80여 곳에 기술 이전과 함께 들인 돈만 6백여억 원.

이들 업체의 연평균 매출은 1억 원이 채 안 됩니다.

그 사이 13곳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에는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안병길/국회 농해수위원/국민의힘 : "그동안 관행적으로 집행해오던 R&D(연구개발) 예산에 대해서 이제는 경종을 울려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 개발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히 기술 이전이나 자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포장, 홍보에 이르는 사업 전 과정에 대한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농진청에서 기술 이전 해주신 것에 그치지 포장비랄지 마케팅비랄지 그런 거에 대한 지원은 따로 안 해주잖아요."]

이명박 정부 때 폐청까지 논의됐던 농촌진흥청.

우리 농촌과 농업을 떠받치는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고민과 자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시장 안 통하는 농업 기술…‘넷에 하나는 매출 0원’
    • 입력 2023-11-02 07:36:29
    • 수정2023-11-02 09:30:25
    뉴스광장(전주)
[앵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농기계들이 정작 농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민간 업체를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농업 기술 역시 시장에서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을 받은 업체 4곳 중 한 곳은 전혀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20년, 농촌진흥청 출연기관인 농업기술진흥원으로부터 1억 원가량의 사업 자금과 함께 기술 이전을 받아 농산물 가공 음료 시장에 뛰어든 업체입니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매출은 전혀 없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트렌드가 즙 종류를 많이 안 먹는 그런 입장이다 보니까 소규모로 하는 중소농에서는 많이 타격을..."]

유기농 전통식품 제조 기술과 사업 자금을 지원받은 이 영농조합도 3년째 매출이 바닥입니다.

최근 3년 동안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진흥원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에 나선 업체는 2백 69곳.

이 가운데 66곳, 전체의 24.5%는 단 한 푼도 매출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2017년부터 7년치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업체 5백80여 곳에 기술 이전과 함께 들인 돈만 6백여억 원.

이들 업체의 연평균 매출은 1억 원이 채 안 됩니다.

그 사이 13곳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에는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안병길/국회 농해수위원/국민의힘 : "그동안 관행적으로 집행해오던 R&D(연구개발) 예산에 대해서 이제는 경종을 울려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 개발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단순히 기술 이전이나 자금 지원에 머물지 않고, 시제품 제작에서부터 포장, 홍보에 이르는 사업 전 과정에 대한 관리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농진청에서 기술 이전 해주신 것에 그치지 포장비랄지 마케팅비랄지 그런 거에 대한 지원은 따로 안 해주잖아요."]

이명박 정부 때 폐청까지 논의됐던 농촌진흥청.

우리 농촌과 농업을 떠받치는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고민과 자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이지현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