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리면 100만 원”…질병 ‘미끼’로 활용한 보험사

입력 2023.11.02 (18:22) 수정 2023.11.0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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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른 한 살 A 씨, 2019년에 심야 응급실 진료를 4년 동안 무려 2백 번 넘게 받았습니다.

응급실 진료비가 훨씬 비싼데도 말이죠.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보험인데요.

응급실 진료 비용을 보장해주는 응급실 특약을 악용한 겁니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만 2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리고 무턱대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늘면서, 응급실 특약은 결국 이번달 부터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독감에 걸리면 무조건 백만 원을 준다는 독감 보험인데, 20일 만에 10만 명이 넘게 가입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자 당국이 이런 보험상품들 이대로 괜찮은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손서영 기잡니다.

[리포트]

온라인에서 '독감 보험'을 검색했습니다.

독감에 걸려서 보험금을 받았다는 글, 가족 전부가 가입하려 한다는 글 등이 카페마다 수십 건씩 올라와 있습니다.

독감 보험 가입이 유행처럼 번진 건 지난달 중순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종합보험 등의 특약 형태로 독감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면 연 1회에 한해 최대 20만 원을 지급했는데 한 보험사가 월 만 원만 내면 최대 100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면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한 달만 판매한다는 이른바 '절판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이 회사에서만 20일 만에 10만 건이 넘게 판매됐습니다.

그러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나서며 평균 보장 한도가 뛰고 가입 건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 같은 경쟁은 결국 보험상품 손해율을 높여 갱신할 때 소비자 보험료가 늘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금융감독원은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건전성도 악화시키고 잘 모르고 가입한 소비자 피해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범수/금융감독원 상품심사판매분석국 국장 : "과도한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특히 절판 마케팅을 부추기며 제대로 상품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최근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 1억 원을 특약으로 내건 운전자보험과 입원 하루 당 보장금액을 26만 원까지 늘린 간호 간병 보험도 논란이 됐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과 보장금액 증액 과정이 적절히 이뤄지는지 점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촬영기자:김승욱/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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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감 걸리면 100만 원”…질병 ‘미끼’로 활용한 보험사
    • 입력 2023-11-02 18:22:01
    • 수정2023-11-02 18:38:43
    뉴스 6
[앵커]

서른 한 살 A 씨, 2019년에 심야 응급실 진료를 4년 동안 무려 2백 번 넘게 받았습니다.

응급실 진료비가 훨씬 비싼데도 말이죠.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보험인데요.

응급실 진료 비용을 보장해주는 응급실 특약을 악용한 겁니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만 2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보험금을 노리고 무턱대고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늘면서, 응급실 특약은 결국 이번달 부터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습니다.

독감에 걸리면 무조건 백만 원을 준다는 독감 보험인데, 20일 만에 10만 명이 넘게 가입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자 당국이 이런 보험상품들 이대로 괜찮은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손서영 기잡니다.

[리포트]

온라인에서 '독감 보험'을 검색했습니다.

독감에 걸려서 보험금을 받았다는 글, 가족 전부가 가입하려 한다는 글 등이 카페마다 수십 건씩 올라와 있습니다.

독감 보험 가입이 유행처럼 번진 건 지난달 중순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종합보험 등의 특약 형태로 독감 진단을 받고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으면 연 1회에 한해 최대 20만 원을 지급했는데 한 보험사가 월 만 원만 내면 최대 100만 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면서 입소문을 탔습니다.

한 달만 판매한다는 이른바 '절판 마케팅'까지 더해지며 이 회사에서만 20일 만에 10만 건이 넘게 판매됐습니다.

그러자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나서며 평균 보장 한도가 뛰고 가입 건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 같은 경쟁은 결국 보험상품 손해율을 높여 갱신할 때 소비자 보험료가 늘어나는 원인이 됩니다.

금융감독원은 나아가 국민건강보험 건전성도 악화시키고 잘 모르고 가입한 소비자 피해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범수/금융감독원 상품심사판매분석국 국장 : "과도한 보장금액만 강조하고 특히 절판 마케팅을 부추기며 제대로 상품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최근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 1억 원을 특약으로 내건 운전자보험과 입원 하루 당 보장금액을 26만 원까지 늘린 간호 간병 보험도 논란이 됐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상품 개발과 보장금액 증액 과정이 적절히 이뤄지는지 점검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KBS 뉴스 손서영입니다.

촬영기자:김승욱/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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