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현장]인도네시아, 멸종직전 호랑이 밀렵 성행

입력 2005.09.30 (10:31) 수정 2005.09.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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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호랑이를 산신령 또는 산군으로 부르면서 신성시 해왔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 무차별 남획으로 남한 땅에서는 이제 이 호랑이를 찾아볼 수 없는데요 ..

그 당시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10만 마리를 넘었다는데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밀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서지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를 다녀오셨죠 ... 먼저 인도네시아 호랑이부터 설명을 좀 들어야 될 것 같아요 ..

<기자>: 인도네시아에는 발리섬 자바섬 수마트라섬 등 3종류의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마트라 호랑이 하나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20세기 초 지구상에 모두 8종의 호랑이가 생존해 있었는데요.
이 때만 해도 약 10만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식지 파괴와 밀렵이 성행하면서 현재 5천여 마리만 남아 있는데요. 불과 백년 사이에 95%의 호랑이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수마트라 호랑이도 한 때 멸종된 것으로 분류됐다가 최근 5백여 마리가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그러나 무분별한 보신 문화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밀렵 때문에 또 다시 멸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서쪽 끝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 무성한 열대 우림이 빼곡하게 수를 놓고,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쪽빛 바다는 섬을 감싼 채 유유히 흐릅니다. 호랑이가 산다는 곳은 수마트라 중부의 밀림 지역. 호랑이의 발자취를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기를 7시간만에 인적이 드문 한적한 마을, 딴중가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딴중가당은 수마트라섬에서도 가장 호랑이 출몰이 잦은 곳입니다. 호랑이는 때때로 마을까지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고, 또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인터뷰>리 스완디(마을 주민): (이 마을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난다고 하는데 본 적 있어요?) "네, 예전에 주민 한 명이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요. 호랑이한테 물려 상처가 크게 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딴중가당에 살고 있는 주민 2만 5천여 명은 대부분 농사를 짓습니다. 또 가끔 산에 올라가 사냥을 하고, 나무도 베어 팔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갑니다. 연간 소득이라곤 고작 150만 원, 가난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이지만, 목돈을 챙길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호랑이 밀렵입니다.

취재진은 이 마을 청년 회장인 데디를 통해 밀렵꾼에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데디는 일주일전부터 한국에서 관광객들이 호랑이 가죽을 사기 위해 올 것이라고 소문을 잔뜩 부풀려 놓았습니다. 취재진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호랑이 가죽과 뼈를 가지고 있다는 밀매상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가죽을 판다는 밀렵꾼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허름한 창고에서 양동이를 들고 나옵니다. 뚜껑을 벗기자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양동이 속에서 꺼내든 것은 바로 야생 동물의 가죽, 내장을 온통 도려내고 이빨까지 뽑힌 채 앙상한 가죽만 남은 자바 표범입니다.

<인터뷰>:(언제 잡은 거에요?) "잡은 지 일주일 된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총으로 잡았다며 총알 자욱도 보여줍니다.

<인터뷰>(한 방 쏜 거에요?) "네, 한 발 맞고 죽었습니다."

양동이 속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호랑이의 가죽도 있었습니다.

가죽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르말린 용액에 담궈놨습니다.

<인터뷰>:(어떻게 잡은 건가요?) "숲 속에서 총을 쏴 잡았습니다. 숲 안에는 호랑이가 많습니다. "
( 두 개 합쳐서 얼마입니까?) "두 개 모두 사면 6백 달러까지 깎아드리겠습니다."

구매를 망설이자, 이번에는 호랑이 뼈가 있다며 거실로 안내합니다. 호랑이 머리뼈와 송곳니, 수염까지 내보이며 흥정합니다. 그러나 앞다리 뼈를 사겠다고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녹취>밀렵꾼: "우리가 약으로 쓰고 있어서 앞다리 뼈는 팔 수가 없습니다. 관절염 치료에 좋습니다."

오랜 흥정 끝에 뼛가루를 조금만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즉석에서 뼈를 갈기 시작합니다.

<녹취>(뼛가루를 어떻게 먹습니까?) "가루를 물에 타서 주스처럼 마시면 됩니다. "

딴중 가당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마을의 한 농가를 찾아갔습니다. 거실 안에는 커다란 호랑이 박제 두 마리가 진열돼 있습니다.

큰놈은 열 살, 1미터 75센티미터 길이에 높이는 90센티미터에 이릅니다. 작은 호랑이는 2년 6개월, 크기가 작고 털 색깔이 진한 것이 모두 수마트라산입니다. 호랑이를 사기 위해 이곳까지 찾은 한국인도 있었습니다.

<녹취>: "호랑이 박제를 사기 위해 한국인, 중국인, 파키스탄 인이 이곳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현지까지 찾아와 호랑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밀렵꾼들도 최근, 사냥에 나서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취재진은 산 속에 살면서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사냥한다는 밀렵꾼의 집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희미한 랜턴에 의지한 채 2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허허벌판이 펼쳐집니다.

숲에 불을 질러 옥수수밭으로 개간한 화전입니다. 낡은 오두막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는 화전민으로, 밤에는 호랑이를 잡는 밀렵꾼으로 변신합니다. 덫을 사용하지 않고 소총에만 의지해야 하는 무모한 사냥이지만, 운이 좋으면 일 년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랑이나 멧돼지를 보면 총을 겨누고 이렇게 바로 쏘죠."

그러나 때 아닌 불청객 때문에 동물들이 자취를 감춘 듯 이날 사냥은 소득없이 끝이 났습니다.

수마트라에서 밀렵된 호랑이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고 있을까? 취재진은 직접 호랑이뼈 1킬로그램을 구입해 유통 경로를 추적해봤습니다. 수마트라 중부의 빠당 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트럭 운전 기사에게 호랑이뼈 운반을 부탁했습니다.

<인터뷰>트럭 운전사: (이전에도 야생 동물을 운반한 적이 있나요?)"네, 일년에 서너 번 정도 사슴, 사자, 곰,호랑이 가죽 등을 자카르타로 운반했습니다."

빠당에서 출발한 트럭은 이틀 밤낮을 꼬박 달려 수마트라 남단에 위치한 람풍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람풍항에서 페리를 타고 자바섬으로 건너갑니다. 이곳 메락항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을 잇는 연안부두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페리를 통해 하루 천여 대의 트럭이 물자를 수송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가죽과 뼈 등 밀수품들은 식료품이나 생필품 가운데 교묘하게 섞여 인도네시아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로 운반되는 것입니다.

수마트라섬 24개 도시 가운데 지금까지 호랑이 제품이 발견된 곳은 17개 도시에 이를 만큼 호랑이 밀렵과 유통은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작은 상점.. 겉보기엔 가방 등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평범한 가게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게 깊숙하게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은밀한 거래가 시작됩니다. 한국인만 상대로 밀수품을 거래한다는 중국인,

<녹취>호랑이 밀거래 상인: "제가 거래하는 손님은 모두 한국 사람입니다."

호랑이 뼈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뜸 뼛가루를 꺼냅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며 코브라 쓸개와 15년 산 곰에서 빼낸 웅담, 야생 코뿔소 뼈까지 꺼내 보입니다. 주문만 하면 호랑이 가죽은 얼마든지 더 구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녹취>:(가죽을 더 구할 수 있나요?)"네. 한달에 호랑이 7마리까지 구할 수 있습니다."

판매상은 품질이 좋은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누런 상자에 들어있던 가죽을 펼치자 네 발을 활짝 뻗은 호랑이가 그 형체를 드러냅니다. 7~8년산 된 수마트라 호랑이, 가죽만 남았지만 위엄은 여전합니다.

<인터뷰>: (어떻게 잡았나요?)"구멍을 파서 염소를 집어넣고 유인했더니 호랑이가 빠져서 잡았습니다. 가죽에 흠집이 날까봐 총을 안쏘고 잡은 것입니다."

가죽 하나에 천 5백 달러, 취재진이 비싸다며 흥정을 하자 한국 사람이 구입한 영수증까지 보여줍니다.

<녹취>호랑이 밀거래 상인:"뒷발이 잘라진 호랑이었는데도 천 2백달러에 사갔습니다. 비싼거 아닙니다."

한국의 세관 통과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인터뷰>:(한국엔 어떻게 보내나요?)"콘테이너에 넣어서 배편으로 보내는데 한번도 걸린 적이 없습니다. 가죽 하나 보내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 WWF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해 호랑이 50여마리가 밀렵에 희생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수마트라 호랑이는 5백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맹목적인 보신 문화로 인해 희귀종 호랑이는 이제 다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앵커>: 인도네시아는 이 호랑이 밀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설마 그냥 놔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죠?

<기자> : 호랑이 서식지가 있는 아시아 각국은 이처럼 야생동물 암시장에서 호랑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야생동물 보호단체와 함께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도 일반 경찰은 물론 산림청에도 단속권을 가진 경찰을 두고 호랑이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그러나 취재 결과, 사정은 그렇질 못했습니다.


수마트라 중부에 위치한 딴중가당 경찰서. 경찰이 밀렵꾼 용의자 두 명을 체포하려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제보를 받고, 단속 현장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경찰차를 앞세워 오솔길에 들어서니 허름한 농가가 나옵니다.

총을 뽑아든 경찰이 농가 주위를 둘러쌉니다. 밀렵꾼들도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진압 작전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무엇을 눈치챈 듯 경찰들이 농가를 덮칩니다. 느닷없는 총소리에 놀란 용의자 두 명은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체포됩니다.

현장에서는 사냥에 사용했을 법한 긴 칼도 압수됩니다. 이 용의자 두 명은 벌써 3번째 밀렵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혐의가 인정되면 우리 돈으로 2억 원의 벌금 또는, 15년 이내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인터뷰>밀렵 용의자:(호랑이 가죽은 어디에 숨겨놨습니까?)"가죽 3개를 뻐깡마루라는 곳에서 팔았습니다. 가죽 한 개당 9백 달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인터뷰>빠 수실로(현지 경찰): (증거물은 어딨나요?)"이곳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덫이 증거물입니다."

증거물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경찰서엔 전화도 없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경비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단속 실적은 형편없습니다.

<인터뷰> 빠 수실로(현지 경찰):(올해 단속 실적이 어떤가요?)"지난해에 이 사람들을 체포했었고 지금 다시 체포했으니까 올해 들어서만 1건입니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단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게 더 큰 문젭니다. 딴중가당 경찰서 인근의 한 가정집 .. 곰을 판다는 간판 아래 우리에 갇힌 반달곰이 눈에 띕니다. 곰은 이미 야생의 본능을 잃은 듯 파파야만 정신없이 먹어댑니다.

<녹취>곰 주인:(이거 얼마에요?)"우리까지 합해서 3백 달러에 팔아요."

경찰도 주인도 이웃 주민들도 불법인지 모릅니다.

<녹취>이웃주민:(이 곰이 보호종인줄 몰르나?)"잘 몰랐습니다."

자카르타의 시내에 있는 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저택입니다. 거실 가운데에 진열된 커다란 호랑이 박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크기만 1미터 50센티미터, 다 자란 수마트라 호랑이입니다. 10년 전, 수마트라에서 덫을 놓아 잡은 호랑이로 마을 주민들이 당시 그 지역에서 근무했던 고위 관계자에게 선물로 준 것입니다. 부유층이나 고위 계층의 과시욕 때문에 호랑이 박제는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인터뷰>호랑이 박제 소유주: "손님이 집에 와서 호랑이를 보면 깜짝 놀래곤 합니다."

호랑이 박제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불법이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쉽게 야생동물을 구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당국에 적발돼 압수당하더라도 암시장을 통해 또 다른 동물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녹취>호랑이 박제 주인: "호랑이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살 순 없습니다(하지만 암시장에선 어떻습니까?)물론 암시장을 통해 살 수 있죠. 호랑이를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아예 마피아와 결탁해 밀수 사업에 뛰어드는 경찰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거래되는 호랑이 뼈의 가격은 20만 원 정도, 그러나 일단 중국 등 해외로 밀수출되면 2백만 원으로 껑충 뜁니다. 10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

<인터뷰>이완 세티아완(야생동물전문가): "정부의 허술한 단속이 밀렵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단속해야 할 경찰이 마피아와 손잡고 수마트라 호랑이의 밀수를 돕고 있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156킬로미터 떨어진 '수카부미' 산 속에 위치한 '찌까낭아' 동물 구조센터.. 규모만 15헥타아르, 아시아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페페에스시라는 민간단체가 유엔 산하 환경 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보호받고 있는 동물은 모두 천 2백여 마리, 모두 불법으로 포획됐거나 몰래 애완용으로 기르다 압수된 보호 동물들입니다.

구석진 곳에 호랑이 한 마리가 눈에 띕니다. 비록 철창 안에 있지만 야성이 아직 남아있는 듯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챕니다. 한 부유한 사업가의 집에서 애완용으로 사육되다가 굶어 죽기 직전, 구조됐습니다. 주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호랑이를 돌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오노 (동물구조센터 직원): "처음에는 관리를 제대로 못 받고 먹이도 제대로 못 먹어서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호랑이는 먹이를 잘 씹지 못합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두려워한 주인이 이빨을 전기톱으로 잘라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 NGO 단체는 7개, 이들은 야생 동물에 대한 밀렵과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합동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과 당국의 허술한 단속이 호랑이와 같은 희귀 동물의 멸종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래싯(동물보호가): "수많은 호랑이가 약재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호랑이 약재를 찾는 사람들에게 대체 약품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에도 맹목적인 보신문화 때문에 얼마남지 않은 수마트라 호랑이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동남아에서 밀렵된 호랑이는 2천여 마리,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뱅골, 수마트라 호랑이도 멸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호랑이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이제 멸종위기의 호랑이를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도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동양에서는 호랑이가 힘과 정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동물이라서 이렇게 무차별 남획이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정말 약효가 있냐 ?

<기자> : 예로부터 호랑이는 털에서부터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가 귀한 약재로 쓰였죠. 그러나 민간요법에서 호랑이는 실제 약효보다 효험이 부풀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호랑이의 영양가치는 일반 가축보다 높지 않으며, 오히려 비위생적인 도축 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 전염병 감염 우려마저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호랑이의 효험을 믿으시는 분들, 멸종 위기의 동물을 죽여서까지 꼭 약재를 써야 하는지 이제부터라도 달리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서지영 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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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현장]인도네시아, 멸종직전 호랑이 밀렵 성행
    • 입력 2005-09-30 08:15:43
    • 수정2005-09-30 10:33:2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호랑이를 산신령 또는 산군으로 부르면서 신성시 해왔습니다. 하지만 1930년대 무차별 남획으로 남한 땅에서는 이제 이 호랑이를 찾아볼 수 없는데요 .. 그 당시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10만 마리를 넘었다는데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밀렵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서지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를 다녀오셨죠 ... 먼저 인도네시아 호랑이부터 설명을 좀 들어야 될 것 같아요 .. <기자>: 인도네시아에는 발리섬 자바섬 수마트라섬 등 3종류의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수마트라 호랑이 하나만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20세기 초 지구상에 모두 8종의 호랑이가 생존해 있었는데요. 이 때만 해도 약 10만 마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서식지 파괴와 밀렵이 성행하면서 현재 5천여 마리만 남아 있는데요. 불과 백년 사이에 95%의 호랑이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수마트라 호랑이도 한 때 멸종된 것으로 분류됐다가 최근 5백여 마리가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그러나 무분별한 보신 문화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밀렵 때문에 또 다시 멸종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서쪽 끝에 위치한 수마트라 섬... 무성한 열대 우림이 빼곡하게 수를 놓고,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쪽빛 바다는 섬을 감싼 채 유유히 흐릅니다. 호랑이가 산다는 곳은 수마트라 중부의 밀림 지역. 호랑이의 발자취를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기를 7시간만에 인적이 드문 한적한 마을, 딴중가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딴중가당은 수마트라섬에서도 가장 호랑이 출몰이 잦은 곳입니다. 호랑이는 때때로 마을까지 내려와 가축을 잡아먹고, 또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인터뷰>리 스완디(마을 주민): (이 마을에 호랑이가 자주 나타난다고 하는데 본 적 있어요?) "네, 예전에 주민 한 명이 밤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호랑이를 만났는데요. 호랑이한테 물려 상처가 크게 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딴중가당에 살고 있는 주민 2만 5천여 명은 대부분 농사를 짓습니다. 또 가끔 산에 올라가 사냥을 하고, 나무도 베어 팔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갑니다. 연간 소득이라곤 고작 150만 원, 가난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이지만, 목돈을 챙길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호랑이 밀렵입니다. 취재진은 이 마을 청년 회장인 데디를 통해 밀렵꾼에게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데디는 일주일전부터 한국에서 관광객들이 호랑이 가죽을 사기 위해 올 것이라고 소문을 잔뜩 부풀려 놓았습니다. 취재진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호랑이 가죽과 뼈를 가지고 있다는 밀매상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가죽을 판다는 밀렵꾼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허름한 창고에서 양동이를 들고 나옵니다. 뚜껑을 벗기자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양동이 속에서 꺼내든 것은 바로 야생 동물의 가죽, 내장을 온통 도려내고 이빨까지 뽑힌 채 앙상한 가죽만 남은 자바 표범입니다. <인터뷰>:(언제 잡은 거에요?) "잡은 지 일주일 된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총으로 잡았다며 총알 자욱도 보여줍니다. <인터뷰>(한 방 쏜 거에요?) "네, 한 발 맞고 죽었습니다." 양동이 속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호랑이의 가죽도 있었습니다. 가죽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포르말린 용액에 담궈놨습니다. <인터뷰>:(어떻게 잡은 건가요?) "숲 속에서 총을 쏴 잡았습니다. 숲 안에는 호랑이가 많습니다. " ( 두 개 합쳐서 얼마입니까?) "두 개 모두 사면 6백 달러까지 깎아드리겠습니다." 구매를 망설이자, 이번에는 호랑이 뼈가 있다며 거실로 안내합니다. 호랑이 머리뼈와 송곳니, 수염까지 내보이며 흥정합니다. 그러나 앞다리 뼈를 사겠다고 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녹취>밀렵꾼: "우리가 약으로 쓰고 있어서 앞다리 뼈는 팔 수가 없습니다. 관절염 치료에 좋습니다." 오랜 흥정 끝에 뼛가루를 조금만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즉석에서 뼈를 갈기 시작합니다. <녹취>(뼛가루를 어떻게 먹습니까?) "가루를 물에 타서 주스처럼 마시면 됩니다. " 딴중 가당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마을의 한 농가를 찾아갔습니다. 거실 안에는 커다란 호랑이 박제 두 마리가 진열돼 있습니다. 큰놈은 열 살, 1미터 75센티미터 길이에 높이는 90센티미터에 이릅니다. 작은 호랑이는 2년 6개월, 크기가 작고 털 색깔이 진한 것이 모두 수마트라산입니다. 호랑이를 사기 위해 이곳까지 찾은 한국인도 있었습니다. <녹취>: "호랑이 박제를 사기 위해 한국인, 중국인, 파키스탄 인이 이곳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현지까지 찾아와 호랑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밀렵꾼들도 최근, 사냥에 나서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습니다. 취재진은 산 속에 살면서 호랑이를 전문적으로 사냥한다는 밀렵꾼의 집을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희미한 랜턴에 의지한 채 2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 올라가니 허허벌판이 펼쳐집니다. 숲에 불을 질러 옥수수밭으로 개간한 화전입니다. 낡은 오두막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는 화전민으로, 밤에는 호랑이를 잡는 밀렵꾼으로 변신합니다. 덫을 사용하지 않고 소총에만 의지해야 하는 무모한 사냥이지만, 운이 좋으면 일 년에 호랑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호랑이나 멧돼지를 보면 총을 겨누고 이렇게 바로 쏘죠." 그러나 때 아닌 불청객 때문에 동물들이 자취를 감춘 듯 이날 사냥은 소득없이 끝이 났습니다. 수마트라에서 밀렵된 호랑이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유통되고 있을까? 취재진은 직접 호랑이뼈 1킬로그램을 구입해 유통 경로를 추적해봤습니다. 수마트라 중부의 빠당 지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트럭 운전 기사에게 호랑이뼈 운반을 부탁했습니다. <인터뷰>트럭 운전사: (이전에도 야생 동물을 운반한 적이 있나요?)"네, 일년에 서너 번 정도 사슴, 사자, 곰,호랑이 가죽 등을 자카르타로 운반했습니다." 빠당에서 출발한 트럭은 이틀 밤낮을 꼬박 달려 수마트라 남단에 위치한 람풍항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람풍항에서 페리를 타고 자바섬으로 건너갑니다. 이곳 메락항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을 잇는 연안부두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페리를 통해 하루 천여 대의 트럭이 물자를 수송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가죽과 뼈 등 밀수품들은 식료품이나 생필품 가운데 교묘하게 섞여 인도네시아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로 운반되는 것입니다. 수마트라섬 24개 도시 가운데 지금까지 호랑이 제품이 발견된 곳은 17개 도시에 이를 만큼 호랑이 밀렵과 유통은 공공연하게 성행하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시내에 위치한 작은 상점.. 겉보기엔 가방 등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평범한 가게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게 깊숙하게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은밀한 거래가 시작됩니다. 한국인만 상대로 밀수품을 거래한다는 중국인, <녹취>호랑이 밀거래 상인: "제가 거래하는 손님은 모두 한국 사람입니다." 호랑이 뼈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뜸 뼛가루를 꺼냅니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며 코브라 쓸개와 15년 산 곰에서 빼낸 웅담, 야생 코뿔소 뼈까지 꺼내 보입니다. 주문만 하면 호랑이 가죽은 얼마든지 더 구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녹취>:(가죽을 더 구할 수 있나요?)"네. 한달에 호랑이 7마리까지 구할 수 있습니다." 판매상은 품질이 좋은 호랑이 가죽을 보여주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누런 상자에 들어있던 가죽을 펼치자 네 발을 활짝 뻗은 호랑이가 그 형체를 드러냅니다. 7~8년산 된 수마트라 호랑이, 가죽만 남았지만 위엄은 여전합니다. <인터뷰>: (어떻게 잡았나요?)"구멍을 파서 염소를 집어넣고 유인했더니 호랑이가 빠져서 잡았습니다. 가죽에 흠집이 날까봐 총을 안쏘고 잡은 것입니다." 가죽 하나에 천 5백 달러, 취재진이 비싸다며 흥정을 하자 한국 사람이 구입한 영수증까지 보여줍니다. <녹취>호랑이 밀거래 상인:"뒷발이 잘라진 호랑이었는데도 천 2백달러에 사갔습니다. 비싼거 아닙니다." 한국의 세관 통과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합니다. <인터뷰>:(한국엔 어떻게 보내나요?)"콘테이너에 넣어서 배편으로 보내는데 한번도 걸린 적이 없습니다. 가죽 하나 보내는 것은 문제도 아닙니다." 세계야생생물보호기금, WWF는 인도네시아에서 한 해 호랑이 50여마리가 밀렵에 희생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수마트라 호랑이는 5백 마리만 생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맹목적인 보신 문화로 인해 희귀종 호랑이는 이제 다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앵커>: 인도네시아는 이 호랑이 밀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 설마 그냥 놔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겠죠? <기자> : 호랑이 서식지가 있는 아시아 각국은 이처럼 야생동물 암시장에서 호랑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야생동물 보호단체와 함께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도 일반 경찰은 물론 산림청에도 단속권을 가진 경찰을 두고 호랑이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그러나 취재 결과, 사정은 그렇질 못했습니다. 수마트라 중부에 위치한 딴중가당 경찰서. 경찰이 밀렵꾼 용의자 두 명을 체포하려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제보를 받고, 단속 현장을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경찰차를 앞세워 오솔길에 들어서니 허름한 농가가 나옵니다. 총을 뽑아든 경찰이 농가 주위를 둘러쌉니다. 밀렵꾼들도 총기를 소지하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진압 작전에 들어갑니다. 갑자기 무엇을 눈치챈 듯 경찰들이 농가를 덮칩니다. 느닷없는 총소리에 놀란 용의자 두 명은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체포됩니다. 현장에서는 사냥에 사용했을 법한 긴 칼도 압수됩니다. 이 용의자 두 명은 벌써 3번째 밀렵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혐의가 인정되면 우리 돈으로 2억 원의 벌금 또는, 15년 이내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인터뷰>밀렵 용의자:(호랑이 가죽은 어디에 숨겨놨습니까?)"가죽 3개를 뻐깡마루라는 곳에서 팔았습니다. 가죽 한 개당 9백 달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인터뷰>빠 수실로(현지 경찰): (증거물은 어딨나요?)"이곳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덫이 증거물입니다." 증거물 확보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경찰서엔 전화도 없고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 경비조차 없습니다. 그래서 단속 실적은 형편없습니다. <인터뷰> 빠 수실로(현지 경찰):(올해 단속 실적이 어떤가요?)"지난해에 이 사람들을 체포했었고 지금 다시 체포했으니까 올해 들어서만 1건입니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단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게 더 큰 문젭니다. 딴중가당 경찰서 인근의 한 가정집 .. 곰을 판다는 간판 아래 우리에 갇힌 반달곰이 눈에 띕니다. 곰은 이미 야생의 본능을 잃은 듯 파파야만 정신없이 먹어댑니다. <녹취>곰 주인:(이거 얼마에요?)"우리까지 합해서 3백 달러에 팔아요." 경찰도 주인도 이웃 주민들도 불법인지 모릅니다. <녹취>이웃주민:(이 곰이 보호종인줄 몰르나?)"잘 몰랐습니다." 자카르타의 시내에 있는 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저택입니다. 거실 가운데에 진열된 커다란 호랑이 박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크기만 1미터 50센티미터, 다 자란 수마트라 호랑이입니다. 10년 전, 수마트라에서 덫을 놓아 잡은 호랑이로 마을 주민들이 당시 그 지역에서 근무했던 고위 관계자에게 선물로 준 것입니다. 부유층이나 고위 계층의 과시욕 때문에 호랑이 박제는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인터뷰>호랑이 박제 소유주: "손님이 집에 와서 호랑이를 보면 깜짝 놀래곤 합니다." 호랑이 박제를 소유하고 있는 것도 불법이지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쉽게 야생동물을 구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설령 당국에 적발돼 압수당하더라도 암시장을 통해 또 다른 동물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녹취>호랑이 박제 주인: "호랑이를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살 순 없습니다(하지만 암시장에선 어떻습니까?)물론 암시장을 통해 살 수 있죠. 호랑이를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밀거래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아예 마피아와 결탁해 밀수 사업에 뛰어드는 경찰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거래되는 호랑이 뼈의 가격은 20만 원 정도, 그러나 일단 중국 등 해외로 밀수출되면 2백만 원으로 껑충 뜁니다. 10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 <인터뷰>이완 세티아완(야생동물전문가): "정부의 허술한 단속이 밀렵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단속해야 할 경찰이 마피아와 손잡고 수마트라 호랑이의 밀수를 돕고 있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한 것이 현실입니다."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156킬로미터 떨어진 '수카부미' 산 속에 위치한 '찌까낭아' 동물 구조센터.. 규모만 15헥타아르, 아시아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페페에스시라는 민간단체가 유엔 산하 환경 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보호받고 있는 동물은 모두 천 2백여 마리, 모두 불법으로 포획됐거나 몰래 애완용으로 기르다 압수된 보호 동물들입니다. 구석진 곳에 호랑이 한 마리가 눈에 띕니다. 비록 철창 안에 있지만 야성이 아직 남아있는 듯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챕니다. 한 부유한 사업가의 집에서 애완용으로 사육되다가 굶어 죽기 직전, 구조됐습니다. 주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호랑이를 돌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오노 (동물구조센터 직원): "처음에는 관리를 제대로 못 받고 먹이도 제대로 못 먹어서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호랑이는 먹이를 잘 씹지 못합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두려워한 주인이 이빨을 전기톱으로 잘라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국제 NGO 단체는 7개, 이들은 야생 동물에 대한 밀렵과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정부와 합동으로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과 당국의 허술한 단속이 호랑이와 같은 희귀 동물의 멸종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래싯(동물보호가): "수많은 호랑이가 약재를 만들기 위해 희생되고 있습니다. 호랑이 약재를 찾는 사람들에게 대체 약품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순간에도 맹목적인 보신문화 때문에 얼마남지 않은 수마트라 호랑이가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동남아에서 밀렵된 호랑이는 2천여 마리,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뱅골, 수마트라 호랑이도 멸종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호랑이는 인간이 파괴한 자연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이제 멸종위기의 호랑이를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도 인간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동양에서는 호랑이가 힘과 정력의 상징으로 꼽히는 동물이라서 이렇게 무차별 남획이 되고 있는 거 같은데 ..정말 약효가 있냐 ? <기자> : 예로부터 호랑이는 털에서부터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가 귀한 약재로 쓰였죠. 그러나 민간요법에서 호랑이는 실제 약효보다 효험이 부풀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호랑이의 영양가치는 일반 가축보다 높지 않으며, 오히려 비위생적인 도축 과정이나 유통과정에서 전염병 감염 우려마저 있다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호랑이의 효험을 믿으시는 분들, 멸종 위기의 동물을 죽여서까지 꼭 약재를 써야 하는지 이제부터라도 달리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서지영 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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