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일까 꼼수일까…이재명 ‘재판 병합’이 뭐길래 [주말엔]

입력 2023.11.04 (08:01) 수정 2023.11.0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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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3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이 말했습니다.

"가장 관심이 많으신 위증교사 병합 여부에 대해서 일단 재판부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 (…) 준비기일을 한 번 열어서 그때 최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대표가 추가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을 기존 대장동 재판에 합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면서, 재판부도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대표는 "병합해달라", 검찰은 "따로 재판해달라", 입장 차가 팽팽합니다. 국민의힘 측은 병합 신청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꼼수'라며, 법원이 '이재명 지키기'를 할 것이냐고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판만 받으면 되지, 병합이 그리 중요한가 싶으신가요.

위증교사 병합 이슈에 담긴 검찰과 피고인의 셈법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 사람이 같거나 사건이 같을 때 '병합'

먼저, 재판 병합은 검찰이 따로 기소한 두 사건을 합쳐 하나의 재판에서 심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재판부 판단에 병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련사건'을 합칠 수 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11조(관련사건의 정의) 관련사건은 다음과 같다.
1. 1인이 범한 수죄
2.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3. 수인이 동시에 동일장소에서 범한 죄
4.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위증죄, 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

쉽게 말해 피고인이 같거나 사건이 같은 경우에 재판이 합쳐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인 출신 유튜버 이근 씨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여권법 위반' 사건과 국내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도주치상' 사건이 병합해 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석 달쯤 시차를 두고 재판에 넘겨진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5월 기소)과 무소속 윤관석 의원(8월 기소)의 재판도 최근에 합쳐졌는데, 같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공범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위증교사 사건처럼 검찰과 피고인 측의 병합 의견이 엇갈릴 때는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대장동' 비슷한 '백현동'은 병합…'위증교사'는 미정

이 대표의 재판 병합 문제는 지난달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10월 12일)위증교사 사건(10월 16일)으로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면서 대두됐습니다.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선 앞서 기소된 선거법 재판대장동·위례·성남FC 재판이 진행 중인데요.

그런 가운데 기존 대장동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33부로 백현동·위증교사 사건이 모두 배당되면서, 전부 병합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백현동 사건의 경우 검찰도 오히려 병합을 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장동·위례 의혹과 마찬가지로 성남시장 재직 때의 일이고, 민간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사건 구조도 같았습니다.

재판부는 별도 심리 없이 지난달 30일 백현동 사건을 기존 대장동 재판과 합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검찰은 병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자신의 검사 사칭 관련 선거법 재판에서 위증을 해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범죄 시점도 경기지사 시절로 다르고, 적용 혐의도 전혀 다른 별개 사건이기 때문에 따로 재판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검찰에서 굳이 나흘의 시차를 두고 백현동·위증교사를 각각 기소한 것도 비교적 간단한 위증교사 사건을 단독 재판부에 배당받아 신속하게 판단을 받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특히 위증을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진성 씨의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도 고려할 지점입니다.

■ 이재명 측 "법대로면 병합"…제 발등 찍은 검찰?

이에 맞선 이 대표 측은 "형법 원칙상 병합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는 '가중주의'를 채택하는 우리 형법을 내세웠습니다. 가중주의란 여러 죄를 저지른 경합범을 처벌할 때 각 죄를 따로 선고하지 않고, 가장 중한 죄에 대해 정한 형을 기준으로 가중해서 처벌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인으로선 하나의 형으로 선고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을 규정한 형법 취지에 따라 재판을 합쳐달라는 겁니다.

이번 병합 신청을 두고 검찰이 제 발등을 찍은 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애초 검찰이 지난 9월 백현동·위증교사·대북송금 의혹을 모두 묶어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혐의가 전혀 다른 세 사건, 더군다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시키면서까지 묶은 건 구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지난 2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대장동·위례 의혹과는 구조가 다른 성남FC 사건을 묶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미 배임(대장동)과 제3자뇌물(성남FC) 혐의가 인위적으로 합쳐져 하나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위증교사를 더한다고 뭐가 문제냐는 반박이 나올 빌미를 준 셈입니다.

■ 구속 심사 때도 인정된 위증교사 혐의…병합 따라 '선고 시기' 변수

만일 병합이 안 된다면 이 대표는 앞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만 세 개의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미 선거법 재판과 대장동 재판으로 11월 한 달에만 7차례 재판 일정이 잡힌 상황.

일주일에 1~2회는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데 위증교사 재판까지 더해지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9월 구속영장 기각 당시에도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인정한 만큼, 이 대표 입장에선 단독으로 재판을 받다 내년 총선 전후로 1심 선고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위증교사 사건까지 병합된다면, 형사33부는 한 재판에서 5가지(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위증교사) 사건을 심리하게 됩니다. 당연히 재판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동 재판은 공판준비절차만 6차례 진행한 끝에 지난달 6일 기소 반년이 지나서야 첫 정식 재판이 열렸는데, 이제 심리가 본격화된 터라 1심 선고는 빨라야 내후년에 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곧 나올 법원의 결정에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의 이목도 쏠린 가운데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병합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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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4 08:01:08
    • 수정2023-11-04 08:18:26
    주말엔

어제(3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재판이 끝날 무렵 재판장이 말했습니다.

"가장 관심이 많으신 위증교사 병합 여부에 대해서 일단 재판부 내부적으로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 (…) 준비기일을 한 번 열어서 그때 최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대표가 추가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을 기존 대장동 재판에 합칠지를 두고 관심이 쏠리면서, 재판부도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대표는 "병합해달라", 검찰은 "따로 재판해달라", 입장 차가 팽팽합니다. 국민의힘 측은 병합 신청은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꼼수'라며, 법원이 '이재명 지키기'를 할 것이냐고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어차피 재판만 받으면 되지, 병합이 그리 중요한가 싶으신가요.

위증교사 병합 이슈에 담긴 검찰과 피고인의 셈법은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 사람이 같거나 사건이 같을 때 '병합'

먼저, 재판 병합은 검찰이 따로 기소한 두 사건을 합쳐 하나의 재판에서 심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재판부 판단에 병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련사건'을 합칠 수 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11조(관련사건의 정의) 관련사건은 다음과 같다.
1. 1인이 범한 수죄
2. 수인이 공동으로 범한 죄
3. 수인이 동시에 동일장소에서 범한 죄
4. 범인은닉죄, 증거인멸죄, 위증죄, 허위감정통역죄 또는 장물에 관한 죄와 그 본범의 죄

쉽게 말해 피고인이 같거나 사건이 같은 경우에 재판이 합쳐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인 출신 유튜버 이근 씨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단 입국한 '여권법 위반' 사건과 국내에서 뺑소니 사고를 낸 '도주치상' 사건이 병합해 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석 달쯤 시차를 두고 재판에 넘겨진 강래구 전 한국감사협회장(5월 기소)과 무소속 윤관석 의원(8월 기소)의 재판도 최근에 합쳐졌는데, 같은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공범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위증교사 사건처럼 검찰과 피고인 측의 병합 의견이 엇갈릴 때는 재판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대장동' 비슷한 '백현동'은 병합…'위증교사'는 미정

이 대표의 재판 병합 문제는 지난달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10월 12일)위증교사 사건(10월 16일)으로 이 대표를 추가 기소하면서 대두됐습니다.

이미 서울중앙지법에선 앞서 기소된 선거법 재판대장동·위례·성남FC 재판이 진행 중인데요.

그런 가운데 기존 대장동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33부로 백현동·위증교사 사건이 모두 배당되면서, 전부 병합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백현동 사건의 경우 검찰도 오히려 병합을 원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장동·위례 의혹과 마찬가지로 성남시장 재직 때의 일이고, 민간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줬다는 사건 구조도 같았습니다.

재판부는 별도 심리 없이 지난달 30일 백현동 사건을 기존 대장동 재판과 합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 검찰은 병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자신의 검사 사칭 관련 선거법 재판에서 위증을 해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범죄 시점도 경기지사 시절로 다르고, 적용 혐의도 전혀 다른 별개 사건이기 때문에 따로 재판해야 한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검찰에서 굳이 나흘의 시차를 두고 백현동·위증교사를 각각 기소한 것도 비교적 간단한 위증교사 사건을 단독 재판부에 배당받아 신속하게 판단을 받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특히 위증을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진성 씨의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도 고려할 지점입니다.

■ 이재명 측 "법대로면 병합"…제 발등 찍은 검찰?

이에 맞선 이 대표 측은 "형법 원칙상 병합하는 게 마땅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1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는 '가중주의'를 채택하는 우리 형법을 내세웠습니다. 가중주의란 여러 죄를 저지른 경합범을 처벌할 때 각 죄를 따로 선고하지 않고, 가장 중한 죄에 대해 정한 형을 기준으로 가중해서 처벌한다는 원칙입니다.

피고인으로선 하나의 형으로 선고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방어권 보장을 규정한 형법 취지에 따라 재판을 합쳐달라는 겁니다.

이번 병합 신청을 두고 검찰이 제 발등을 찍은 거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애초 검찰이 지난 9월 백현동·위증교사·대북송금 의혹을 모두 묶어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입니다.

혐의가 전혀 다른 세 사건, 더군다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시키면서까지 묶은 건 구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지난 2월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대장동·위례 의혹과는 구조가 다른 성남FC 사건을 묶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미 배임(대장동)과 제3자뇌물(성남FC) 혐의가 인위적으로 합쳐져 하나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위증교사를 더한다고 뭐가 문제냐는 반박이 나올 빌미를 준 셈입니다.

■ 구속 심사 때도 인정된 위증교사 혐의…병합 따라 '선고 시기' 변수

만일 병합이 안 된다면 이 대표는 앞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만 세 개의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미 선거법 재판과 대장동 재판으로 11월 한 달에만 7차례 재판 일정이 잡힌 상황.

일주일에 1~2회는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데 위증교사 재판까지 더해지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9월 구속영장 기각 당시에도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인정한 만큼, 이 대표 입장에선 단독으로 재판을 받다 내년 총선 전후로 1심 선고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위증교사 사건까지 병합된다면, 형사33부는 한 재판에서 5가지(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위증교사) 사건을 심리하게 됩니다. 당연히 재판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동 재판은 공판준비절차만 6차례 진행한 끝에 지난달 6일 기소 반년이 지나서야 첫 정식 재판이 열렸는데, 이제 심리가 본격화된 터라 1심 선고는 빨라야 내후년에 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곧 나올 법원의 결정에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의 이목도 쏠린 가운데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병합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 권세라 배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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