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있으면 가족으로 인정, 프랑스의 새로운 발걸음 [창+]

입력 2023.11.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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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대한민국 인구 재설계(연중기획 인구 3편)' 중에서]

파리 시내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며 즐겁게 뛰놀고 있습니다. 축구장 주변 트랙에서도 많은 학생이 달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매주 수요일은 학교 수업이 아예 없거나 오전 수업만 있는 날입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배운다고 합니다.

비싼 사설 학원도 있지만, 시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곳도 많아서 학부모가 큰 부담 없이 자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 트리아카/학부모
학교가 등록하라고 제안한 곳은 문화센터인데요, 원하면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시청에서 비용을 거의 대부분 부담합니다.

연극배우인 트리아카 씨는 초등학생인 아들 위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옵니다.

위고의 엄마 기에 씨는 파리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낳고 함께 살고 있지만
트리아카 씨와 기에 씨는 결혼한 부부가 아니고, 시민연대계약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 트리아카/ 위고 아빠
시민연대계약은 두 사람이 시청에서 서명하는 일종의 계약이고요. 결혼과 동거의 중간 지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관계를 공식화할 수 있고요.

두 사람의 합의로 성립되는 시민연대계약은 부부와 비슷한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프랑스의 독특한 가족 형태입니다. 서로를 부를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마리옹 기에/위고 엄마
보통 동거인이라고 합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말을 쓰고요. 정말 함께 살게 됐을 때는 동거인이라고 많이 합니다.

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함께 살다가 7년 전 아이를 갖게 되면서 시민연대계약을 맺었습니다.

<인터뷰>기에-트리아카
임신했을 때 그만큼 기뻤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엄청난 행복이었습니다. 요즘은 저녁에 아이와 잠들 때가 하루 중 가장 좋은 순간이죠.
“저도 함께 있기 때문이죠.”
아니 지금 엄마가 된다는 거에 관한 질문이잖아요!

프랑스도 과거에는 결혼을 통한 가족제도가 일반적이었는데, 1975년에 친권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터뷰>엘렌 페히비에/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 가족위원장
이전에는 아버지만 아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지만, 1975년 이후 부모 모두 친권을 가질 수 있게 돼서 어머니도 결정권을 갖게 됐어요.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전환점을 통해 여성이 경제적으로, 또 결혼에 있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겁니다.

1999년에는 시민연대계약 법안이 프랑스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초 동성 간 결합을 허용하자는 취지였지만, 이성 남녀가 결혼 대신 선택하는 비율이 93%나 됩니다.

지금 프랑스에는 결혼한 가족, 시민연대협약 가족, 동거 가족, 한부모 가족 등 네 가지 형태의 가족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파트릭 블로슈/파리시 부시장
프랑스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가족 형태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한 후 아이를 낳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형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제가 교육과 영유아 및 가족 담당 부시장인데 여기서 가족은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입니다. ‘가족들’입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키네 씨는 이스마엘과 에스테반,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녹취>
-에스테반, 1/4 먹을래? 아니면 1/8?
“일단 1/8 먹을래”
-자르면서 손의 거의 타는 줄 알았어.

시민연대계약으로 함께 살던 아이들의 아빠와는 2년 전에 헤어져서 이젠 한부모 가정이 됐습니다.

두 아들은 일주일씩 번갈아 아빠와 엄마 집을 오간다고 합니다.

<인터뷰>줄리 키네/한부모 엄마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시민연대계약을 했는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에스테반(둘째)이 우리가 시민연대계약인지 알았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이게 딱히 논의 사항처럼 여겨지지 않거든요.

20년 넘게 함께 살았지만 헤어지는 건 시청에 통보하는 간단한 절차가 끝이었습니다.

<인터뷰>줄리 키네/한부모 엄마
왜 제가 결혼하지 않았느냐면 무겁기 때문인 게 결혼은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고 내 남편, 내 아내, 결혼이라는 문화가 무겁긴 해요.

프랑스에서는 시민연대계약이 한 해에 약 21만 건으로 결혼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산율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프랑스 사회의 생각입니다.

<인터뷰>프랑소와 에랑/ 꼴레쥬드프랑스 교수
가족 구조가 경직돼 있으면 출산율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직된 가족 구조에서 진정한 가족이란 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며,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반출생주의적입니다. 가족관계에 대한 개념이 유연한 국가들이 높은 출산율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신생아 가운데 63%가 비혼 출산, 즉 결혼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가족 정책은 철저하게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결혼 여부나 가족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파트릭 블로슈/파리시 부시장
오늘날 60%의 아이들이 결혼이 아닌 관계에서 태어납니다. 60%가요! 따라서 결혼 여부와 출산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독신 또는 자녀가 없는 부부라면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됩니다.

#인구#출산#저출산#출산율#비혼출산#결혼#동거#이민#외국인#노동자#가족#정부#정책#사회#경제#어린이#아동#고령화#복지#국민연금#건강보험 #지역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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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 2023년 10월 31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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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05 15: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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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대한민국 인구 재설계(연중기획 인구 3편)' 중에서]

파리 시내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며 즐겁게 뛰놀고 있습니다. 축구장 주변 트랙에서도 많은 학생이 달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매주 수요일은 학교 수업이 아예 없거나 오전 수업만 있는 날입니다. 학생들은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배운다고 합니다.

비싼 사설 학원도 있지만, 시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곳도 많아서 학부모가 큰 부담 없이 자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 트리아카/학부모
학교가 등록하라고 제안한 곳은 문화센터인데요, 원하면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시청에서 비용을 거의 대부분 부담합니다.

연극배우인 트리아카 씨는 초등학생인 아들 위고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옵니다.

위고의 엄마 기에 씨는 파리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낳고 함께 살고 있지만
트리아카 씨와 기에 씨는 결혼한 부부가 아니고, 시민연대계약을 통해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뷰>알렉상드르 트리아카/ 위고 아빠
시민연대계약은 두 사람이 시청에서 서명하는 일종의 계약이고요. 결혼과 동거의 중간 지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관계를 공식화할 수 있고요.

두 사람의 합의로 성립되는 시민연대계약은 부부와 비슷한 사회적 보장을 받을 수 있는 프랑스의 독특한 가족 형태입니다. 서로를 부를 때도 남편이나 아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터뷰>마리옹 기에/위고 엄마
보통 동거인이라고 합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말을 쓰고요. 정말 함께 살게 됐을 때는 동거인이라고 많이 합니다.

두 사람은 10년 전부터 함께 살다가 7년 전 아이를 갖게 되면서 시민연대계약을 맺었습니다.

<인터뷰>기에-트리아카
임신했을 때 그만큼 기뻤던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엄청난 행복이었습니다. 요즘은 저녁에 아이와 잠들 때가 하루 중 가장 좋은 순간이죠.
“저도 함께 있기 때문이죠.”
아니 지금 엄마가 된다는 거에 관한 질문이잖아요!

프랑스도 과거에는 결혼을 통한 가족제도가 일반적이었는데, 1975년에 친권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인터뷰>엘렌 페히비에/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 가족위원장
이전에는 아버지만 아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졌지만, 1975년 이후 부모 모두 친권을 가질 수 있게 돼서 어머니도 결정권을 갖게 됐어요. 큰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 전환점을 통해 여성이 경제적으로, 또 결혼에 있어서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겁니다.

1999년에는 시민연대계약 법안이 프랑스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초 동성 간 결합을 허용하자는 취지였지만, 이성 남녀가 결혼 대신 선택하는 비율이 93%나 됩니다.

지금 프랑스에는 결혼한 가족, 시민연대협약 가족, 동거 가족, 한부모 가족 등 네 가지 형태의 가족들이 공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파트릭 블로슈/파리시 부시장
프랑스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가족 형태가 남성과 여성이 결혼한 후 아이를 낳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형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제가 교육과 영유아 및 가족 담당 부시장인데 여기서 가족은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입니다. ‘가족들’입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키네 씨는 이스마엘과 에스테반,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녹취>
-에스테반, 1/4 먹을래? 아니면 1/8?
“일단 1/8 먹을래”
-자르면서 손의 거의 타는 줄 알았어.

시민연대계약으로 함께 살던 아이들의 아빠와는 2년 전에 헤어져서 이젠 한부모 가정이 됐습니다.

두 아들은 일주일씩 번갈아 아빠와 엄마 집을 오간다고 합니다.

<인터뷰>줄리 키네/한부모 엄마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건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시민연대계약을 했는지, 아닌지 물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에스테반(둘째)이 우리가 시민연대계약인지 알았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이게 딱히 논의 사항처럼 여겨지지 않거든요.

20년 넘게 함께 살았지만 헤어지는 건 시청에 통보하는 간단한 절차가 끝이었습니다.

<인터뷰>줄리 키네/한부모 엄마
왜 제가 결혼하지 않았느냐면 무겁기 때문인 게 결혼은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고 내 남편, 내 아내, 결혼이라는 문화가 무겁긴 해요.

프랑스에서는 시민연대계약이 한 해에 약 21만 건으로 결혼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족 형태가 출산율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프랑스 사회의 생각입니다.

<인터뷰>프랑소와 에랑/ 꼴레쥬드프랑스 교수
가족 구조가 경직돼 있으면 출산율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경직된 가족 구조에서 진정한 가족이란 결혼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며,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전통적인 가족주의는 반출생주의적입니다. 가족관계에 대한 개념이 유연한 국가들이 높은 출산율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신생아 가운데 63%가 비혼 출산, 즉 결혼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가족 정책은 철저하게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결혼 여부나 가족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인터뷰>파트릭 블로슈/파리시 부시장
오늘날 60%의 아이들이 결혼이 아닌 관계에서 태어납니다. 60%가요! 따라서 결혼 여부와 출산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독신 또는 자녀가 없는 부부라면 가족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자녀가 있어야 가족이 됩니다.

#인구#출산#저출산#출산율#비혼출산#결혼#동거#이민#외국인#노동자#가족#정부#정책#사회#경제#어린이#아동#고령화#복지#국민연금#건강보험 #지역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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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일시 : 2023년 10월 31일(화) 밤 10시 KBS 1TV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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