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포도밭이 사라진다…설 자리 없는 영세 농가

입력 2023.11.06 (06:39) 수정 2023.11.0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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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르도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 지롱드에서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농가 6곳 중 1곳꼴로 포도밭을 갈아엎기로 했다는데요.

수도 파리 크기 만한 포도밭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7년간 포도 농사를 지어온 농가입니다.

최근, 포도밭 37만㎡ 중 반 정도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와인 한 병을) 1유로에 팔고 있는데 끝없는 경쟁에 놓여있습니다. 가격은 못 올리고 생산하는 데 돈은 많이 드니, 밭 면적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겁니다."]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중국이라는 대규모 수입처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에 팔았어야 할) 대량의 보르도 와인이 결국 창고에 남았습니다."]

와인 소비 감소도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1950~60년대 프랑스인 1명이 1년간 마신 와인 양이 130리터, 병으로는 170병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40리터, 병으로는 50병 정도니까 3분의 1이하로 줄었습니다.

이 농가는 2021년, 그해 최고의 적포도주 상을 받았는데도 다 팔지 못했습니다.

남은 와인은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와인 콩쿠르에서 금메달도 받은 좋은 와인이지만, 판매 경로가 없습니다. 구매자가 없다는 것이죠."]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까지 커져, 결국, 경작 중인 포도밭의 10%를 우선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지롱드 지역 농가 6천 곳 중 천 곳 정도가 포도나무를 뽑아버리고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고 신청했습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이 지역 포도밭 1100㎢ 중 10분의 1이 좀 안 되는 95㎢입니다.

주로 영세 농가들입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보르도 와인 양조 농장은 대형 기업 하나가 몽땅 사버려서 (포도밭) 400~500 헥타르(4~5㎢)를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결국 기업형 농가만 살아남게 되고, 오랜 전통과 다양성을 자랑하던 보르도 와인은 그 명성을 잃게 될 거란 위기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지롱드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자료조사:이준용 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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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르도 포도밭이 사라진다…설 자리 없는 영세 농가
    • 입력 2023-11-06 06:39:18
    • 수정2023-11-06 07:56:07
    뉴스광장 1부
[앵커]

보르도 와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최대 와인 산지 지롱드에서 포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농가 6곳 중 1곳꼴로 포도밭을 갈아엎기로 했다는데요.

수도 파리 크기 만한 포도밭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안다영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7년간 포도 농사를 지어온 농가입니다.

최근, 포도밭 37만㎡ 중 반 정도를 갈아엎기로 결정했습니다.

[르노 장/포도 재배 농가 : "(와인 한 병을) 1유로에 팔고 있는데 끝없는 경쟁에 놓여있습니다. 가격은 못 올리고 생산하는 데 돈은 많이 드니, 밭 면적을 줄여 비용을 줄이려는 겁니다."]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중국이라는 대규모 수입처가 있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에 팔았어야 할) 대량의 보르도 와인이 결국 창고에 남았습니다."]

와인 소비 감소도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1950~60년대 프랑스인 1명이 1년간 마신 와인 양이 130리터, 병으로는 170병 정도 됐습니다.

지금은 40리터, 병으로는 50병 정도니까 3분의 1이하로 줄었습니다.

이 농가는 2021년, 그해 최고의 적포도주 상을 받았는데도 다 팔지 못했습니다.

남은 와인은 공업용 알코올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에릭 에티엔느/포도 재배 농가 : "와인 콩쿠르에서 금메달도 받은 좋은 와인이지만, 판매 경로가 없습니다. 구매자가 없다는 것이죠."]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 피해까지 커져, 결국, 경작 중인 포도밭의 10%를 우선 갈아엎기로 했습니다.

지롱드 지역 농가 6천 곳 중 천 곳 정도가 포도나무를 뽑아버리고 정부 지원금을 받겠다고 신청했습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이 지역 포도밭 1100㎢ 중 10분의 1이 좀 안 되는 95㎢입니다.

주로 영세 농가들입니다.

[디디에 쿠지네/지롱드 포도재배자 협회 대변인 : "보르도 와인 양조 농장은 대형 기업 하나가 몽땅 사버려서 (포도밭) 400~500 헥타르(4~5㎢)를 운영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결국 기업형 농가만 살아남게 되고, 오랜 전통과 다양성을 자랑하던 보르도 와인은 그 명성을 잃게 될 거란 위기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지롱드에서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김대원/자료조사:이준용 조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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