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추진까지…정부 입장은 ‘손바닥 뒤집기’?

입력 2023.11.06 (21:12) 수정 2023.11.0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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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공매도를 금지한 건 이번이 네 번째인데 앞선 경우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에 특별한 충격이 있던 것도 아닌 데다 정부 입장이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김용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3차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경제위기 때 나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금지 조치가 풀린 2021년 5월 이후에도 공매도 금지 여론은 반복적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공매도를 척결하라! 척결하라!"]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다는 반감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6월 저점을 찍고 상승한 뒤 지난 1일엔 8.65%까지 치솟았습니다.

특히 주가 상승을 노리고 개인들이 많이 뛰어든 이차전지 관련주에 공매도가 쏠리면서 폐지주장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 수술엔 미온적이었습니다.

올해 초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를 일부 허용에서 전면 허용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 달 전 국정감사 때도 규제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지난달 11일 :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에서 아무도 안 하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전산)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매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게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15일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공매도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반전됐습니다.

또 지난 3일엔 여당 예결위 간사가 "김포 다음 공매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공개됐는데, 이틀 뒤 금융당국은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발표합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어제 :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갈지자' 정책 행보라는 비판에 이번 조치가 앞선 3번의 경제위기에 비견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김기곤

[앵커]

지금까지 전해드린 내용, 손서영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간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요구에 부정적이었인데, 갑자기 정책 방향을 바꾼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공식적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 제도를 옹호하며 정부가 제시하던 대표적 논거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오늘(6일) 공매도 중단으로 지수편입이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수 편입이 궁극적 목표는 아니"라며 "우리가 신뢰를 얻어야 할 대상은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냐, 즉 발표 시점을 두고는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냔 말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공매도 금지조치를 발표했는데 당시에도 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호재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단기적으론 오늘처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가 몰렸던 종목일수록 그런 기대가 더 큽니다.

그런데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을 보면 오르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가가 하락한 때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가 없는 우리 시장에서 이탈하면 주가를 올리는 큰 힘인 유동성, 즉 자금이 빠질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정부 계획은 공매도 금지 기간인 8개월 동안 보완책을 만들겠다는 건데, 계획대로 될까요?

[기자]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6월 말까지로 의결했지만, 그동안 모든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단 뜻은 아닙니다.

공매도 실태 조사도 안 돼 있는데다, 공매도 완전 전산화나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갖추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투자자도 참여시켜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앵커]

이런 불확실성 탓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을 텐데, 투자자들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기자]

오늘 오름세는 앞서 공매도를 걸었던 외국인, 기관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서 공매도를 털어내려고 몰리는 시장 구도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인 기업가치나 금리와는 상관이 없죠.

그럼 이런 공매도 청산 흐름이 끝나고 나면 시장은 어떻게 될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지나가다 싱크홀에 빠지는 것 같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보고서도 있습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종목들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입니다.

라덕연 사태나 영풍제지 주가조작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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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매도 금지’ 추진까지…정부 입장은 ‘손바닥 뒤집기’?
    • 입력 2023-11-06 21:12:48
    • 수정2023-11-07 07:54:03
    뉴스 9
[앵커]

이렇게 공매도를 금지한 건 이번이 네 번째인데 앞선 경우와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시장에 특별한 충격이 있던 것도 아닌 데다 정부 입장이 한 달 만에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김용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3차례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경제위기 때 나왔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때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금지 조치가 풀린 2021년 5월 이후에도 공매도 금지 여론은 반복적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공매도를 척결하라! 척결하라!"]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다는 반감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6월 저점을 찍고 상승한 뒤 지난 1일엔 8.65%까지 치솟았습니다.

특히 주가 상승을 노리고 개인들이 많이 뛰어든 이차전지 관련주에 공매도가 쏠리면서 폐지주장에 불이 붙었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 수술엔 미온적이었습니다.

올해 초 금융위원장은 공매도를 일부 허용에서 전면 허용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한 달 전 국정감사 때도 규제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지난달 11일 :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에서 아무도 안 하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전산)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매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게 과연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15일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공매도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반전됐습니다.

또 지난 3일엔 여당 예결위 간사가 "김포 다음 공매도"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공개됐는데, 이틀 뒤 금융당국은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발표합니다.

[김주현/금융위원장/어제 :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갈지자' 정책 행보라는 비판에 이번 조치가 앞선 3번의 경제위기에 비견되는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은 불가피합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촬영기자:이호/영상편집:김기곤

[앵커]

지금까지 전해드린 내용, 손서영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간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요구에 부정적이었인데, 갑자기 정책 방향을 바꾼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공식적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 제도를 옹호하며 정부가 제시하던 대표적 논거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 전면 허용이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오늘(6일) 공매도 중단으로 지수편입이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수 편입이 궁극적 목표는 아니"라며 "우리가 신뢰를 얻어야 할 대상은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이냐, 즉 발표 시점을 두고는 내년 총선 표심을 의식한 것 아니냔 말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공매도 금지조치를 발표했는데 당시에도 같은 지적이 나왔습니다.

[앵커]

그러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호재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단기적으론 오늘처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공매도가 몰렸던 종목일수록 그런 기대가 더 큽니다.

그런데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을 보면 오르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가가 하락한 때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공매도가 없는 우리 시장에서 이탈하면 주가를 올리는 큰 힘인 유동성, 즉 자금이 빠질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정부 계획은 공매도 금지 기간인 8개월 동안 보완책을 만들겠다는 건데, 계획대로 될까요?

[기자]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내년 6월 말까지로 의결했지만, 그동안 모든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단 뜻은 아닙니다.

공매도 실태 조사도 안 돼 있는데다, 공매도 완전 전산화나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갖추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 투자자도 참여시켜야 하는 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앵커]

이런 불확실성 탓에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을 텐데, 투자자들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요.

[기자]

오늘 오름세는 앞서 공매도를 걸었던 외국인, 기관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사서 공매도를 털어내려고 몰리는 시장 구도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가를 결정하는 핵심인 기업가치나 금리와는 상관이 없죠.

그럼 이런 공매도 청산 흐름이 끝나고 나면 시장은 어떻게 될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지나가다 싱크홀에 빠지는 것 같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보고서도 있습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종목들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조언입니다.

라덕연 사태나 영풍제지 주가조작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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