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부터 김길수까지…쫓고 쫓기는 탈주의 역사

입력 2023.1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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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도망친 김길수가 도주 사흘째인 어제(6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김 씨가 유치장에서 숟가락 조각을 삼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감시를 피해 달아난 지 사흘 만입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6일 오후 9시 25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노상에서 김 씨를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제보자의 제보로 출동한 의정부경찰서 강력팀 형사에게 검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안양 동안경찰서로 이송해 도주 경로 등을 조사한 뒤 오늘 새벽 서울구치소에 인계했습니다.

검거된 김 씨는 도주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계획 범행이 아니라며, 조력자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의 자세한 도주 경위가 파악되는 대로 책임이 있는 교정당국과 법무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9월 SNS를 통해 "은행보다 싸게 환전해 주겠다"고 광고한 뒤, 피해자를 만나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현금 7억 4000만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뒤 지난 2일 유치장에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키고 복통을 호소해 안양 평촌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4일 오전 6시 20분쯤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가겠다"며 수갑을 풀고 도주했습니다.

김 씨는 도주 과정에서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고 경기도 의정부, 서울 당고개와 노원역, 뚝섬유원지역] 등을 오갔던 행적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뿌려졌던 수배 전단과는 전혀 다른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은행, 슈퍼 등 고속터미널 인근 여러 CC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가 김 씨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겐 1천만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 씨는 2012년 특수강도강간으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이외에도 뺑소니, 사기, 상해 등 다양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도주 도운 사람은 '범인도피죄'…친족은 예외

검거된 김 씨에겐 기존 특수강도 혐의에 더해 도주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도주죄는 법률에 의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수자의 실력적 지배를 이탈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범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김 씨가 도주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역시 함께 처벌받게 됩니다.

김 씨의 도주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도움을 줬다면 범인도피 혐의로 처벌될 수 있지만, 도주자의 '친족'이 돕는 건 예외로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상태로 재판받던 중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는데,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는 이 조항을 이유로 범인도피 혐의를 피했고 '공용물건손상' 혐의만 받았습니다.

다만 도주자의 친족이 단순히 돈이나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을 고용해 도피를 돕는다든지 하는 경우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법 제145조(도주, 집합명령위반)
①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이송 중 미결수 12명이 총 들고 탈주…인질극 끝 사살

'도주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다수의 수감자가 도주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 영등포교도소 탈주 사건입니다.

영등포교도소에서 대전과 공주교도소로 이감 중이던 미결수 12명은 1988년 10월 호송교도관 11명을 흉기로 위협해 폭행한 뒤 권총과 실탄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탈주 하루 만에 4명이 검거되고 1명이 자수했지만, 나머지 7명은 경찰의 비상 경계망을 뚫고 도주했습니다. 이들은 일반 가정집을 돌며 숙식을 해결했고, 9일 동안 탈주극을 벌였습니다.

최종적으로 4명만 남은 탈주범들은 서울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 들어갔다, 이들이 잠든 틈에 빠져나간 가장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가족을 인질로 삼고 대치한 끝에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됐습니다.

권총을 든 지강헌이 창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권총을 든 지강헌이 창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인질극은 TV로 생중계됐는데, 주범 격이었던 지강헌은 556만 원을 강·절도한 혐의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는 취지로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탈주범'으로 가장 유명한 건 무려 907일간 도주한 신창원일 겁니다.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창원은 경비가 삼엄하던 부산교도소 수감 도중, 1997년 1월 작은 톱날 조각으로 화장실 환풍구 쇠창살을 끊고 옆 공사장으로 달아났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신창원은 2년 6개월간 전국을 돌며 빈집을 털었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은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연 97만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그를 잡지 못했습니다. 몇 차례 경찰이 신창원을 검거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고, 검거 실패 책임을 물어 경찰서장들이 여럿 직위해제되는 등 수십 명의 경찰이 무더기 징계를 받는 바람에 내부에선 '신창원 징계'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습니다.

신창원이 경찰에 검거될 당시의 사진신창원이 경찰에 검거될 당시의 사진

다급해진 정부는 '제보로 신창원이 검거되었을 때 신고인 또는 제보자에게 5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당시로선 역대 최대 규모의 현상금이었습니다.

한 시민의 '신창원이 익산 시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결정적인 제보 덕에 경찰은 신창원을 붙잡아 파출소 앞까지 데려갔지만 차에서 내린 신창원이 경찰을 밀치고 달아나 검거에 실패했습니다.

신창원을 놓친 경찰은 제보자에게 현상금 지급을 거절했고, 화가 난 시민은 대법원까지 가는 민사소송 끝에 현상금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신창원은 1999년 7월 순천에서 가스 수리공의 신고로 검거됐습니다.

치료 도중 달아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2015년에는 대전 소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김모 씨가 화장실을 간다며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뒤 치료감호소 직원들을 따돌리고 도주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해 15년형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중이었는데, 도주한 뒤 한 상점에 들어가 여종업원을 성폭행해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는 도주 28시간 만에 대전 둔산경찰서에 자수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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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도망친 김길수가 도주 사흘째인 어제(6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김 씨가 유치장에서 숟가락 조각을 삼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감시를 피해 달아난 지 사흘 만입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6일 오후 9시 25분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노상에서 김 씨를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제보자의 제보로 출동한 의정부경찰서 강력팀 형사에게 검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안양 동안경찰서로 이송해 도주 경로 등을 조사한 뒤 오늘 새벽 서울구치소에 인계했습니다.

검거된 김 씨는 도주 경위를 묻는 취재진에게 계획 범행이 아니라며, 조력자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씨의 자세한 도주 경위가 파악되는 대로 책임이 있는 교정당국과 법무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수위도 결정될 전망입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9월 SNS를 통해 "은행보다 싸게 환전해 주겠다"고 광고한 뒤, 피해자를 만나자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고 현금 7억 4000만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를 받았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30일 서초경찰서에 체포된 뒤 지난 2일 유치장에서 플라스틱 숟가락을 삼키고 복통을 호소해 안양 평촌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4일 오전 6시 20분쯤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가겠다"며 수갑을 풀고 도주했습니다.

김 씨는 도주 과정에서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고 경기도 의정부, 서울 당고개와 노원역, 뚝섬유원지역] 등을 오갔던 행적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뿌려졌던 수배 전단과는 전혀 다른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은행, 슈퍼 등 고속터미널 인근 여러 CCTV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법무부가 김 씨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겐 1천만 원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 씨는 2012년 특수강도강간으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으며, 이외에도 뺑소니, 사기, 상해 등 다양한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도주 도운 사람은 '범인도피죄'…친족은 예외

검거된 김 씨에겐 기존 특수강도 혐의에 더해 도주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도주죄는 법률에 의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수자의 실력적 지배를 이탈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범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김 씨가 도주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이 역시 함께 처벌받게 됩니다.

김 씨의 도주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도움을 줬다면 범인도피 혐의로 처벌될 수 있지만, 도주자의 '친족'이 돕는 건 예외로 보아 처벌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라임 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보석 상태로 재판받던 중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는데,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는 이 조항을 이유로 범인도피 혐의를 피했고 '공용물건손상' 혐의만 받았습니다.

다만 도주자의 친족이 단순히 돈이나 차량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을 고용해 도피를 돕는다든지 하는 경우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법 제145조(도주, 집합명령위반)
①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이송 중 미결수 12명이 총 들고 탈주…인질극 끝 사살

'도주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다수의 수감자가 도주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 영등포교도소 탈주 사건입니다.

영등포교도소에서 대전과 공주교도소로 이감 중이던 미결수 12명은 1988년 10월 호송교도관 11명을 흉기로 위협해 폭행한 뒤 권총과 실탄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탈주 하루 만에 4명이 검거되고 1명이 자수했지만, 나머지 7명은 경찰의 비상 경계망을 뚫고 도주했습니다. 이들은 일반 가정집을 돌며 숙식을 해결했고, 9일 동안 탈주극을 벌였습니다.

최종적으로 4명만 남은 탈주범들은 서울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 들어갔다, 이들이 잠든 틈에 빠져나간 가장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자 가족을 인질로 삼고 대치한 끝에 10시간 만에 자살 또는 사살됐습니다.

권총을 든 지강헌이 창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인질극은 TV로 생중계됐는데, 주범 격이었던 지강헌은 556만 원을 강·절도한 혐의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 사는 게 이 사회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는 취지로 사회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탈주범'으로 가장 유명한 건 무려 907일간 도주한 신창원일 겁니다.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창원은 경비가 삼엄하던 부산교도소 수감 도중, 1997년 1월 작은 톱날 조각으로 화장실 환풍구 쇠창살을 끊고 옆 공사장으로 달아났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신창원은 2년 6개월간 전국을 돌며 빈집을 털었고,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은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연 97만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했지만 그를 잡지 못했습니다. 몇 차례 경찰이 신창원을 검거할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고, 검거 실패 책임을 물어 경찰서장들이 여럿 직위해제되는 등 수십 명의 경찰이 무더기 징계를 받는 바람에 내부에선 '신창원 징계'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습니다.

신창원이 경찰에 검거될 당시의 사진
다급해진 정부는 '제보로 신창원이 검거되었을 때 신고인 또는 제보자에게 5천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현상금을 내걸었는데, 당시로선 역대 최대 규모의 현상금이었습니다.

한 시민의 '신창원이 익산 시내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결정적인 제보 덕에 경찰은 신창원을 붙잡아 파출소 앞까지 데려갔지만 차에서 내린 신창원이 경찰을 밀치고 달아나 검거에 실패했습니다.

신창원을 놓친 경찰은 제보자에게 현상금 지급을 거절했고, 화가 난 시민은 대법원까지 가는 민사소송 끝에 현상금을 받아가기도 했습니다.

결국 신창원은 1999년 7월 순천에서 가스 수리공의 신고로 검거됐습니다.

치료 도중 달아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2015년에는 대전 소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김모 씨가 화장실을 간다며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 뒤 치료감호소 직원들을 따돌리고 도주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10대 소녀를 성폭행해 15년형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중이었는데, 도주한 뒤 한 상점에 들어가 여종업원을 성폭행해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는 도주 28시간 만에 대전 둔산경찰서에 자수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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